제 목 : [WTO각료회의] “시애틀의 함성, 제네바로 메아리”
“협상은 깨졌고, 회의는 끝났다…세계무역기구 대표들은 하루라 도 빨리
이 도시에서 탈출하기를 원했을 뿐이다.”
지난 4일 <시애틀타임즈>의 보도대로, 시애틀 세계무역기구 각료 회의는 어
떠한 합의도 도출하지 못한 채 끝났다. 회의는 새로운 다자간 자유무역협상의
출범을 목표로 열렸지만 출발부터 삐그덕 거렸다. 수만의 시위대들에 의해 개
막식이 취소된 것이다. 협상은 늦게 시작됐고, 핵심쟁점에 대한 각국의 의견
차이는 끝내 좁혀 지지 않았다.
농산물 시장의 추가개방 및 농업보조금의 실질적인 삭감, 생명특 허와 유전
자조작 농산물의 교역 문제를 다룰 ‘생명공학 작업반’ 및 ‘무역과 노동기
준 관련 작업반’ 설치 여부, 신통상의제(투 자, 경쟁정책, 정부 조달 투명성)
의 뉴라운드 포함 여부 등 대부 분의 쟁점이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표류했다.
제3세계 국가들은 우루과이라운드 이후 자유무역체제의 혜택이 공정하게
분배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며, 세계무역기구의 기존 협정들에 대한 평가
와 개정을 주장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선진국 들은 한번 합의한 기존 협정들은
어떤 경우에도 개정될 수 없다고 버텨, 심각한 시각 차이를 드러냈다.
거리에서는 각료회의 기간 내내 집회와 시위가 끊이지 않았다.
‘세계무역기구 반대 대행진’이 열렸던 11월30일, 국제항만노조 (ILWU)는
시애틀항과 타코마항을 완전 폐쇄하고 조합원 전원이 시 위에 참여했다. 학생
과 직접 행동주의자들은 각료회의장 주변을 인간사슬로 에워싸고 세계무역기
구 공식 대표단의 출입을 가로막 는 투쟁을 펼쳤다. 또 세계각지에서 모여든
수많은 생태주의자, 페미니스트, 농민, 원주민들도 시위에 참여해 “세계무역
기구는 가라! 세계무역기구 뉴라운드 출범 반대” 따위의 구호를 외쳤다 .
특히 인류 삶의 필수적인 부분들, 즉 먹는 물(환경서비스), 문 화(시청각서비
스), 교육 및 보건의료(공공서비스), 농축산물(농업 협정)에 대해서는 자유무
역의 예외로 인정해, 세계무역체제에서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경찰은 평화로운 시위와 행진에 최루가스와 폭음탄, 심지어 고무총탄
까지 쏘며 참가자들을 ‘폭력적’으로 해산시켰다. 한국 에서도 ‘투자협정·
세계무역기구 뉴라운드 반대 장, 스크린쿼터감시단 양기환 사무 국장 등 많은 이들이 참여했다. 민중행동
대표단은 다양한 시위와 행진, 시민·사회단체 프로그램에 참여해, 세계무역
기구 체제가 추구하고 있는 자유화·개방화 정책이 한국 사회의 민주주의·노
동·환경·문화·인권 등에 미친 재앙적 영향을 고발하고, 뉴라운 드가 출범돼
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시애틀라운드’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그 힘은 ‘거리에서 ’ 비롯됐
다. 미국 협상대표단의 일원인 돈 보커는 “거리에서 일 내부의 진행 과정에 엄청난 영향을 끼쳤다 ”고 말했다. 그러나 뉴라운드가 완
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그 들은 6주 뒤면 제네바에서 뉴라운드 출범을 다시
시도할 것이다.
우리의 삶과 생명, 문화, 그리고 민주주의는 ‘자유무역’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시애틀 거리의 목소리’는 제네바에서도 반드시 관철돼야 한다.
시애틀/이창근 민중행동 사무국장 changgeun_lee@hatmail.com
◐ 99년12월07일22시10분 한겨레 http://www.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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