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해고 동지들께 드리는 글

– 전해투 장성환 위원장의 옥중 서신

(이 글은 11월 17일 연행되어 구속된 장성환 전해투 위원장이

영등포 구치소에서 전국의 해고동지들에게 보내온 편지입니다.)

일상으로 동지들을 대하다가 자본과 정권에 의해 창살아래 갇힌 후 동지들께

펜을 들게되니 만감이 교차합니다. 우선 작은 투쟁이라도 온몸으로 부딪히며 투

쟁의 길, 해방의 길을 뚜벅뚜벅 헤쳐가시는 전국의 해고동지들께 동지애를 듬뿍

모아 감사와 격려의 말씀을 드립니다.

동지들!

많은 사람들은 우리 나라의 노동운동을 상당히 높이 평가하는가 하면 혹자는

냉랭하기 짝이 없는 평가를 하기도 합니다. 87년 7, 8월 노동자 대투쟁 이후 전

노협, 현총련, 업종회의를 이어 전노대를 거쳐 오늘날의 민주노총이 있기까지

참으로 파란만장한 투쟁을 거쳤고 지금 60만에 가까운 민주노조 운동의 결집체

인 민주노총이 쟁취됐다는 생각을 가집니다. 그러나 이러한 조직적, 양적인 발

전과 더불어 질적인, 내용적인 발전이 얼마나 발전했는지는 아마도 많은 동지들

이 고개를 갸우뚱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몇 번의 구속과 수배, 그리고 해고를 감수하며 치열하게 투쟁해왔던 전해투

동지들은 민주노총의 양적인 발전에도 불구하고 질적인 발전, 즉 계급적 단결과

투쟁의 계승과 고양을 위해 치열한 투쟁을 해왔듯 앞으로도 질적인 발전에 더욱

매진해야 할 때라고 봅니다. 특히 민주노총의 합법성 쟁취 이후 이러한 고민과

투쟁은 노동운동의 계급적 발전을 위한 첩경이라는 생각을 가집니다.

전국의 해고동지들!

이제 1999년이 다 지나가고 2000년이 선뜻 다가와 있습니다.

자본과 정권은 새천년, 밀레니엄 어쩌구를 뇌까리며 그들만의 천국을 건설하

기 위하여 온갖 음모와 이데올로기 공세, 그리고 탄압과 회유를 일삼고 있습니

다.

이에 많은 노동자, 민중들도 현혹되어, 아니 일부 지도자조차 흔들리며 부화

뇌동하고 혹자는 저들의 품안에 투항하는 모습이 어쩌면 부끄럽기 짝이 없는 우

리들의 현주소는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참으로 안타깝고 슬픈 일이 아닐 수 없

습니다.

노동현장에서 하나뿐인 몸뚱이를 내던지며 역사의 발전을 위하여 피와 땀, 아

니 생명까지 바쳐가며 일하고 투쟁하는 노동자들의 요구와 희망 그리고 투쟁을

외면, 무시한 채 변절하고, 투항하는 동지들을 볼 때마다 그리고 그럴 수도 있

지 않느냐는 묵시적 동조자를 볼 때마다 참으로 가슴이 미어짐을 느낍니다.

동지들!

원직복직과 노동해방 쟁취를 위하여 투쟁하는 전국의 해고동지들 만큼은 단호

한 결단과 투쟁으로 1999년과 새천년을 보다 계급적 원칙과 투쟁속에서 맞았으

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며칠 후로 문득 다가와 있는 「전해투 ’99 후원의 밤」에 어려운 조건

이라도 전국의 해고동지들이 현장의 동지들과 손에 손잡고 함께하는 자리가 되

었으면 합니다.

이제 「전해투 리잡혀 있습니다. 전국 해고동지들의 투쟁을 공유하고 보다 계급적인 투쟁을 결

의하는 ‘대동한마당’으로 그 위상을 확고히 했으면 좋겠습니다.

민주노총 중앙과 각 연맹 및 지역본부, 전국의 노동, 민주단체 등이 함께하여

‘전태일→전노협→전해투’로 이어지는 투쟁정신을 계승하고 결의하였으면 합니

다. 비록 저는 철창에 갇힌 몸이지만 뜨거운 동지애와 투쟁 정신은 언제나 동지

들과 함께 하고 있음을 확신합니다.

동지들! 언제나 노동운동의 선봉에서 계급투쟁의 포문을 열어왔던 자신감으로

「전해투 ’99 후원의 밤」과 새천년으로 달려갔으면 합니다.

그럼, 건강과 건투를……

1999. 12. 4.

동트는 새벽에…… 장 성 환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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