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빈부격차] 너무나 안이한 정부 소득분배정책

정부가 경제위기로 악화한 소득분배 구조를 개선하겠다면서도 이 를 위한

개혁정책에서 뒤로 물러서는가 하면, 최근에는 소득분배 구조가 점차 나아지

고 있다고 강조하는 등 분배정책 의지에 의구 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정부는 8일 강봉균 재정경제부 장관 주재로 관계장관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경제정책조정회의에서 소득분배 구조의 악화를 일시 적 현상으로 진단하

고, 앞으로 경기회복이 본격화하면 개선될 것 이라는 낙관적 전망을 내놓았다.

이근경 재경부 차관보는 “최근 의 소득분배 구조 악화는 외환위기 극복과정에

서 실업증가와 임금 감소 등에 의한 일시적 현상으로 경기회복에 따라 점차 개

선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소득분배 관련 지표들이 올 2분기 이후 개선되고 있는 사 실이 이를

뒷받침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수치가 높을수록 불평 등함을 나타내는 지니계

수는 97년 0.283에서 99년 1분기에는 0.3 33까지 높아졌으나 올 2분기와 3분기

에는 각각 0.311과 0.310으로 낮아졌다. 또 도시근로자 가구 상위 20%의 소득

과 하위 20%의 2분기 에는 5.24로 완화됐다. 정부는 또 지니계수를 비교하면 우리나라 가 미

국보다 훨씬 양호하고 호주와 대만 등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이어 중장기적 사회안정망 확충 시책과 생산적 복지대책의 성과가 가시화되면

분배구조는 더 개선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러나 정부의 이런 인식에 대해 너무 안이한 게 아니냐는 비판 이 적지 않

다. 이정우 경북대 교수(경제학)은 “경기가 회복되면 지표상 분배가 개선되

는 것은 당연한 것으로 장기적 추세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장기 호황을 누리면서도 분배구조는 계속 나빠지고 있는 미국

의 예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고용구조 가 고소득전문직과 생산

직으로 양극화하면서 중산층이 몰락하고 빈부격차가 심해지는 미국의 현상이

우리 사회에도 나타나고 있다 는 것이다. 금융이나 재테크 관련 일부 업종을

제외하고는 대졸자 들조차 취업이 어려운 현실은 중산층이 설 자리를 갈수록

좁게 만 들고 있다.

최근 세제개혁이 후퇴하고 사회복지예산이 축소된 것도 빈부격차 문제에

대한 정부의 안이한 인식에서 비롯된 게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김기식

참여연대 정책실장은 “소득분배구조 개선을 위한 두가지 축인 조세개혁과 사

회보장정책이 후퇴하고 있다는 것은 빈부격차 문제에 대한 정부의 인식 수준

을 단적으로 보여주 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정부가 김대중 대통령의

8.15 경 축사 후속조처로 내놓은 △상속·증여세의 과세시효 확대 △대주 주

양도차익에 대한 과세 강화 △간이과세 대상자 축소 △공익법 인의 계열사 지

배 방지 등 각종 개혁안 내용들이 국무회의나 국회 심의과정에서 대폭 후퇴했

다.

개혁적인 경제전문가들은 빈부격차 문제가 통제불능의 상태로 빠 지기 전에

정부가 문제의 심각성을 받아들이고, 세제와 사회보장 정책 개혁에 고삐를 당

겨야 한다고 말한다. 안재승 기자 jsahn@h ani.co.kr

◐ 99년12월08일18시39분 한겨레 http://www.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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