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사설] 우려스런 정부의 분배문제 인식
분배 문제에 대한 정부의 현실 인식을 보고 걱정하지 않을 수 없 다. 정부
는 어제 경제정책조정회의를 열어 `최근 소득분배 상황과 대응방안’을 논의했
으나, 그 내용이 문제의 심각성에 크게 못 미 치고 있다. 정부의 상황 인식을
요약하면 이렇다. 아이엠에프 위 기 극복 과정에서 소득분배가 다소 악화한 것
은 사실이나, 이는 구조적인 것이 아니고 급격한 경기침체에 따른 일시적 현
상이다.
이런 현상은 경기회복이 본격화하면 개선될 것이다. 또 중산층 비율이 아
이엠에프 사태 이전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지적 등이 있지만 이는 과장
된 것이다. 한마디로 말해 소득분배를 중심 으로 빈부격차 심화를 걱정하는 목
소리가 높지만 그렇게 우려할 만한 상태는 아니라고 정부는 보고 있다.
과연 그럴까. 최근의 소득분배 악화가 정부 진단대로 구조적인 것이 아닌
일시적 현상이며 곧 개선될 것인가. 정부는 이런 진단 을 뒷받침하는 자료로
소득불평등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와, 상· 하위 20% 계층의 소득배율이 지난
2분기 이후 약간 개선된 점을 들고 있다. 물론 이런 만 일단 고무적인 것이다. 그러나 지니계수와 소득배율이 아이엠에프 사태 이
전 수 준에 이르려면 한참 멀었다는 점에서 소득분배 악화가 일시적 현 상이
라고 보는 것은 너무 안이하다.
더욱이 아이엠에프 관리체제가 시작된 뒤 구조조정 등이 추진되 면서 고용
불안이 구조화하고 있다. 그 부담이 중산층 이하에 집중 되고 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특히 이들 가운데 실직한 사람 들이 급여 등의 측면에서 이전 수
준보다 나은 것은 고사하고 비슷 한 수준의 일자리를 찾기는 지극히 어렵다.
반면, 돈 있는 사람은 금융자산 굴리기 등을 통해 돈 벌기가 더 쉬워지고 있
는 실정이 다. 소득 분배 상태의 악화가 구조화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말
이다. 중산층 약화 현상도 다소 완화될 수는 있지만 추세를 완전 히 반전시키
기는 어려워 보인다. 게다가 분배구조 악화와 중산층 약화 추세는 아이엠에프
처방을 실행한 나라들에서는 어디서나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며, 쉽게 고쳐지
지도 않고 있다.
정부의 대응은 미흡하기 짝이 없다. 경제정책조정회의에서 드러 나듯 무엇
보다도 현실 인식에 문제가 있다. 여기에다 생산적 복지 라는 구호 아래 추진
되던 정책들마저도 뒷걸음질치고 있다. 김대 중 대통령의 8·15 경축사를 계기
로 발표된 소득분배 개선을 위한 세제개혁안 가운데 절반 가까이가 국무회의
와 국회 심의과정에서 변질된 게 이를 뭉뚱그려 보여준다. 사회통합은 그냥
얻어지는 게 아니다. 분배 문제에 대한 정부의 인식이 코페르니쿠스적으로
전환되지 않으면 안된다.
◐ 99년12월08일19시51분 한겨레 http://www.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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