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12월 6일 ∼ 1999년 12월 12일 : 제317호
“걷는 게 건강뿐만 아니라 생각하는 데도 좋아”
⑮ 김병주 서강대 국제대학원장
김병주 교수(60)는 경제학자답게 자가용을 타지 않는 이유를 설명한
다. “난 재능도 가진 것도 얼마 안 돼. 얼마 갖고 있지 않은 자원 중
비교우위가 있는 것을 집중해서 쓰지 않으면 안 되거든. 그래서 자가
용은 내겐 과분해. 그런 건 더 능력있는 사람들이 타고 다니는 거지.
물론 나보다 돈을 덜 벌어도 자가용 모는 사람들도 있지. 그 사람들은
돈 말고 또 다른 능력들이 있다고 생각해.”
어떻게 들으면 그만한 사회적 지위에 있는 사람의 말 치고는 겸손이
지나친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지만 김 교수는 그저 치레로 하는
말은 아니었다.
“금융통화운영위원 시절 한 4년 운전사 딸린 차를 탔는데 아, 배도
나오고 건강에도 안 좋더라구. 그래도 끝나고 나서 다시 지하철을 탈
라니 며칠은 서먹하더만. 하지만 어떤 상황에 떨어져도 그 상황이 나
한테 서먹해지면 안 되겠다는 게 내 생각이야. 사람이 올라갈 때도 있
지만 언제 내려올 지 모르는 거거든.”
대중교통 이용이 가져다 주는 국가경제적 효과를 말하는 것도 아니다.
그저 걷는 게 좋을 뿐이다. “아는 사람들은 골프를 권하기도 하지만
골프치려면 차가 있어야지. 차도 또 좋은 차가 있어야 되요. 그래서
난 등산을 해. 등산화만 있으면 되거든. 걷는 게 건강뿐만 아니라 생
각하는 데도 좋아. 누구는 걸으면 시간이 많이 걸려 낭비라고 하는데,
그렇지 않아. 막히는 차 안에서 애태우면서 있는 게 시간낭비지.”
김교수는 개포동 집에서 서강대까지 1시간 정도 걸리는 시간을 즐긴
다. “지하철 속의 시간이 더 풍요롭지. 옆 사람 신문도 살짝 보면서
말이야. 사람들도 보고.”
그가 바라는 것이라면 지하철이 노약자가 다니기에 좀 더 편한 시설
이 되는 것이다. “한번은 등산을 하다 무릎을 다쳐서 피가 고인 적이
있었어. 그 무릎으로 지하철 층계를 오르내리려니 그땐 좀 힘들드만.
몇 번을 계속 고인 피를 빼내고는 했으니까. 하지만 아직은 이게 우리
국력이구나 하지.” 또 하나는 서울이 좀 더 걷기 좋은 도시가 되는
것이다. “신촌역에서 서강대 올라가는 길을 가는 것도 꼭 장애물 경
기를 하는 것같아. 노점에 입간판에 그 사이를 피해 가야 하니까 말이
지. 물론 그 사람들도 벌어먹고 살려는 것이란 건 알지만 좀 다른 방
법이 없을까.”
끝으로 농담 하나. “사람들이 적당히 차도 타야지, 지하철에 사람 많
아지면 나같은 사람 힘들어. 너무 많이 타지 말라 그래.”
<강상헌 기자 lafalafa@kng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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