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12월 6일 ∼ 1999년 12월 12일 : 제317호

“너희가 뭔데 가라 마라 해”

문 봉 식

<택시 운전경력 7년>

아침마다 모범운전자들은 교통정리봉사활동을 한다. 한달에 6번 이상

은 해야 모범운전자로서의 의무를 다한다고 여기기 때문에 전날 밤

늦게까지 일하고 나서도 피곤한 몸을 이끌고 나온다. 그렇게 나오건만

시민들이나 운전자들은 그런 것도 모르고 원하는 것만 많다. 꼭 알아

달라고 하는 것은 아니지만 섭섭할 때도 많다.

출근길 막히는 교차로에서는 신호대로만 진행하면 엉키게 된다. 그래

서 상황을 판단해 수신호로 적당히 차량대열을 자르고 이어줘야 되는

데 이 과정에서 불만을 터뜨리는 것이다. 운전자는 분명 파란불 보고

들어오는데 왜 막느냐는 것이다. 파란불이면 뭐하나. 들어오면 길만

더 막히는데. 그러면 분명 한소리 들어야 한다. 너희가 뭔데 여기 서

서 더 길막히게 하냐고.

교차로에서 교통정리 하다 사고를 당해도 보상금 한 푼 더 받는 것도

아니라서 경찰도 횡단보도 위에서만 하라고 한다. 그래서 횡단보도 위

에 있을라치면 또 시민들이 항의한다. 교차로가 막히는데 거기서 뭐하

고 있냐고.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모를 일이다. 시민들로부터

욕은 많이 먹었어도 ‘수고한다’ 는 말한마디 못 들어봤다. 그게 그

렇게 듣기 힘든 말인지 모르겠다.

시민들의 반응도 그렇지만 IMF 이후 삶이 참 각박해져 간다는 걸 느

낀다. 사소한 일이지만 전에는 아침 정리활동이 끝나면 모여서 해장국

한 그릇씩이라도 먹으러 가곤 했는데 이젠 그것도 없어졌다. 다들 부

리나케 일하러 흩어진다. 정부는 이제 IMF가 극복됐다느니 하는데 택

시업계는 아직도 IMF다. 전에는 효도관광도 해드리고 봉사활동도 철

마다 하곤 했는데 이젠 마음은 굴뚝같아도 그렇게 여유를 내기가 참

힘들다. 택시기사들이 서비스가 부족한 것도 그런 측면도 있을 것이

다. 수입에 쫓기다 보니 마음의 여유가 없어진 것이다. 그래도 지금

돌이켜보면 70년대 어려웠을 때도 인심이 났듯이 좀 더 인정을 나누

며 살았으면 한다.

문봉식 씨는 지금 강남 모범운전자회 회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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