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12월 6일 ∼ 1999년 12월 12일 : 제317호

교통사고 느는데 안전교육 ‘뒷걸음’

면허전 교육이나 운수회사 안전관리자 채용 의무조항 폐지

실습할 만한 곳 없고 어린이 교통공원도 태부족

우리나라는 하루에 25명이 사망하는 교통사고 왕국이라는 불명예를

얻고 있으면서도 교통사고를 줄일 수 있는 교통안전교육에는 소홀한

실정이다. 특히 사고예방차원의 교육은 거의 없다시피 해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교통안전교육은 크게 운전자에 대한 교육과 보행자에 대한 교육으로

나눌 수 있다.

이중 운전자를 직업운전자와 일반운전자로 나눠볼 때 현재 일반운전

자가 안전교육을 받을 기회는 사고나 법규위반을 한 경우가 아니라면

없다. 운전면허를 취득하기 전에 받던 4시간의 안전교육이 올해부터

없어졌기 때문이다. 학원교육으로 충분하다는 게 그 이유였지만 실제

로 학원에서는 면허를 따기 위한 법규습득에만 중심을 두고 있는 실

정이라 안전운전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 홍성국 교수는 “학원을 다니지 않고 면허를

따는 사람도 있는데 이들은 사고를 내거나 법규를 위반하기 전까지는

평생 안전교육을 못받는 셈”이라며 “신규면허취득자에 대한 교육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면허취소자 재교육도 없애

또 음주운전 등 법규위반으로 면허정지처분을 받은 사람은 4시간에서

6시간의 교육을 받을 수 있지만 위반정도가 더 심해 아예 면허가 취

소된 이는 현행규정상 교육받을 의무가 없다는 것도 문제다.

홍 교수는 “면허취소처분을 받은 사람은 다시 면허를 딸 때 따로 교

육을 하는 등 보완책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직업운전자에 대한 교육의 경우 신규운전자는 20시간의 교육을, 기존

운전자는 1년에 4시간의 보수교육을 받고 있으나 이 역시 문제가 많

다. 대형사고 위험이 높은 화물차운전자가 신규교육대상에서 빠져있을

뿐만 아니라 마을버스운전자는 아예 교육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교육내용도 문제다. 보수교육은 안전운전과는 상관없는 정치나 사회문

제 등을 이야기하면서 시간때우기 식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

이 교육을 받는 운전자들의 지적이다.

민주택시노조연맹 김성재 기획실장은 “교육이 형식적으로 되는 이유

중 하나는 교육프로그램마련에 운전자가 직접 참여할 수 없기 때문”

이라며 “현재 사업자조합에 위임돼 있는 보수교육에 노조 등이 참여

한다면 운전자에게 실제 필요한 내용들로 채울 수 있고 운전자의 참

여율도 높아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형식적인 보수교육 말고 각 운수사업체 자체적으로 이뤄지는 교

육도 기대하기 힘들다. 안전교육과 정비 등 안전사항을 책임지는 안전

관리자채용 의무가 올해 의무조항에서 삭제됐기 때문이다.

보행자에 대한 교육은 특히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안전교육이 허술하

다는 지적이다. 매일 2명꼴로 어린이가 사망하며 그중 보행중 사망률

이 70%에 달하는 실정에서 어린이들에게 꼭 필요한 것은 실제 사고

를 줄일 수 있는 체험위주교육이다. 그러나 이를 실시할 수 있는 교통

공원의 숫자가 절대적으로 부족할 뿐만 아니라 교통안전 표지판 위주

의 딱딱한 이론교육에 치우쳐 큰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 현재 전국

의 어린이 교통공원중 웬만한 시설을 갖춘 곳은 서울 노원구, 잠실,

광주 등 10여곳. 이들은 대부분 수도권에 몰려 있어 지방의 어린이들

은 교육을 받기가 거의 불가능하고 일부를 제외하면 모터카 등의 장

비가 부족해 실제 사고사례에 입각한 실습교육이 되지 못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교통공원이 전국적으로 2백79곳에 달하며 동경만 해도

12곳을 보유하고 있다. 68년부터 보행·횡단 및 신호등 익히기 등 연

12시간 이상의 학교안전 교육을 법제화하는 등 노력을 펼친 결과 70

년 연간 2천94명이던 어린이 교통사고 사망자 수를 95년에는 3백여명

으로 끌어내렸다.

日 어린이교육 강화와 대조적

사고 후 이뤄지는 교육도 아직은 충분치 않다. 다행히 지난해 7월부터

수원교도소가 과실범만 전담하면서 사고 후 교육을 체계적으로 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거의 모두가 교통사고를 낸 과실범들이고 자신이

겪었기 때문에 교육에 대한 열의도 상대적으로 높다. 하지만 이제 시

작단계라 아직은 체계적인 교육프로그램을 마련하는 것도, 강사를 섭

외하는 것도 쉽지는 않다.

여기서 만난 강아무(39)는 “면허 취득 이전에 이런 교육을 받았으면

좋았을 것”이라면서도 “강의뿐만 아니라 실제 사고사례 중심의 현

장실습교육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권

중양 교도관은 “15명의 한정된 인원이었지만 에버랜드의 협조를 얻

어 스피드웨이 안전운전견학을 처음 실시했는데 반응이 좋았다”며

“안전운전실습을 할 수 있는 교육장이 생긴다면 교육효과가 클 것”

이라고 밝혔다.

실습교육장 에버랜드 유일

현재 안전운전 실습교육을 하는 곳은 용인 에버랜드 스피드웨이가 유

일하다. 지난 95년 설립된 이곳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교육을 하는데

돌발상황에서 순간적인 판단이 어렵다는 것을 직접 눈으로 보면서 사

고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있다.

교육을 담당하는 김광진(29)씨는 “운전경력 20~30년 된 사람들도 실

습을 하면서 운전중 사고가 쉽게 날 수 있다는 것에 놀라워한다”며

“운수종사자들만이라도 취업 전에 이런 교육을 의무화한다면 사고를

많이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교육비용이 1인당 11만원인데다 대부분 단체대상이라 지금은

대형 운수업체나 교통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이뤄지는 실정이다. 도로교

통안전관리공단 홍성국 교수는 “미국 같은 경우 이런 프로그램을 이

수한 자에게는 보험료 할인혜택을 주기도 한다”면서 “사람들이 이

런 교육을 자기 돈 내고 받을 만한 인센티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교통문화운동본부 박용훈 대표는 “사고 후 처벌이 능사가 아니라 사

람들의 특성에 따른 단계별 교육프로그램이 필요하다”며 “국가 차

원에서 체계적인 교육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실제로 효과적으로 적용

되도록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상헌 기자 lafalafa@kng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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