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12월 6일 ∼ 1999년 12월 12일 : 제317호
노래로 찾는 고운동계곡의 달빛
기쁠 때나 슬프 때나 변함없이 우리 삶의 든든한 벗이 되어 왔다. 각
계 시민운동가들이 들려주는 노래 이야기를 연재한다.
노래가 운동에 중요한 역할을 하던 시기가 있었다. 70년대 ‘아침이
슬’이나 80년대 ‘님을 위한 행진곡’은 단순한 노래가 아니라 그
시대의 삶과 정서와 운동을 반영하는 것이었다. 그런 노래들은 지친
삶을 돌아보고, 운동의 동력이 돼주었다.
80년대에는 주옥같은 민중가요들이 일주일에 한 곡씩 쏟아져 나왔다.
또 여성문제가 운동의 화두가 되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커피카피
아가씨’, ‘딸들아 일어나라’ 등 사람들의 공감을 사는 노래들이 연
일 만들어졌다. 하지만 환경운동에는 아직 그런 노래가 없다. 드문드
문 만들어지긴 하지만 많이 불리진 않는다. 한때 가수들마다 유행처럼
환경 노래를 만들어 앨범에 실었고, ‘내일은 늦으리’ 같은 대형환경
콘서트가 열리기도 했다. 그러나 대중들의 정서를 파고들지 못하자 서
서히 사라졌다. 지금 우리에겐 ‘환경’이란 시대정신을 관통하고 어
떻게 살아야 할까를 말해주는 노래가 없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94년에 만들어진 한돌의 ‘고운동달빛’은 참 소중하
다. 지리산 양수댐 건설로 사라질 운명에 처한 ‘고운동계곡’을 주제
로 한 노래로 한돌씨가 한때 지리산에서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94년 7월 ‘노래를 찾는 사람들’ 공연에서 자신이 만든 ‘고운동달
빛’을 부른 한돌은 민중운동권에서 손에 꼽는 노래 못하는 가수. 하
지만 감동은 기교에서 나오는 것은 아니었나보다.
고운동계곡의 풍광을 담은 슬라이드 영상이 철컥 철컥 돌아가는 가운
데 이 노래를 처음 들었던 때의 가슴 싸한 감동은 지금도 잊을 수 없
다. 백마디 구호와 시위보다 이 짧고 소박한 노래에서 나는 지리산의
소중함을 더 절실히 느꼈다.
환경노래가 무엇인가. ‘환경’을 고민하면서 만들어진 노래, 부르면
절로 ‘환경’ ‘자연’을 지켜야겠다는 마음이 드는 노래가 아닐까.
환경시위현장에 가면 어디서나 ‘고향의 봄’을 개사한 노래를 부른
다. ‘나의 살던 고향에 골프장 서면…’하는 식이다. 고향-자연-환경
이란 연결이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마음속에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6년 전에 만들어진 고운동계곡은 탁월하다. ‘지켜야해’ 라는 직설화
법이 아니라 관조적인 표현으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는
노래이기 때문이다.
몇 해가 지났어도 나는 최고의 환경노래로 서슴없이 이 곡을 꼽는다.
하지만 불리지 않을 노래란 무슨 소용인가. 님을 위한 행진곡이나 아
침이슬을 앨범으로 듣고 배운 이는 없다. 지금 우리에겐 현장에서 불
리는 노래, 입에서 입으로 전파되는 노래가 필요하다.
올해 지리산에 또 댐을 만든다고 해 문제가 되고 있다. 새삼스럽게 이
노래가 생각난다. 몇 년이 지났지만 우리는 아직 제자리에 있는 것이
아닌가.
/ 환경운동연합 유수훈 조직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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