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12월 6일 ∼ 1999년 12월 12일 : 제317호

법제도 개혁이 실질평등으로 이어져야

한국여성NGO네트워크, ‘북경행동강령 이행 NGO보고서’ 발표

95년 북경세계여성회의에서 채택한 북경행동강령이 한국에선 어느 정

도 이행되고 있을까. 국내 93개 여성단체들은 “법·제도상의 개혁은

됐지만 실질적 평등은 미흡한 5년이었다”고 평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내용은 한국여성NGO네트워크의 ‘북경행동강령 이행에 관한

한국NGO보고서’를 통해 밝혀졌다. 이 보고서는 지난달 30일 한국여

성NGO네트워크와 대통령직속 여성특별위원회가 공동주최한 ‘북경행

동강령 이행 평가 심포지엄’에서 국가보고서와 나란히 소개돼 눈길

을 끌었다.

정부보고서에 따르면 제1장 ‘북경회의 이후 한국의 남녀평등과 여성

지위 향상 추진에 대한 개요’ 부분에서 △‘여성의 사회참여 확대를

위한 10대 과제’ 채택 △95년 여성발전기본법 제정 △공직의 여성채

용목표제, 공기업 여성채용인센티브제 도입 △사관학교 등 여성진입이

금지됐던 분야에 여성 문호 개방 등 법·제도 측면에서 상당한 진전

을 이뤘다고 기술하고 있다.

이에 대해 NGO보고서는 위의 성과를 인정하면서도 “성폭력·가정폭

력관련 법의 경우 피해자의 인권침해 금지, 담당 의료기관 지정, 대국

민 홍보 등 후속조치가 이어지지 않아 법이 제대로 정착되지 않고 있

다”고 지적했다. 특히 “지난 98년 제출된 유엔 여성차별철폐협약 제

4차 한국정부보고서 심사과정에서도 95년 이후 만들어진 법제도상 평

등은 사실상 평등을 보장하지 못한다고 지적받은 바 있다”며 “가부

장적 의식의 잔존, 낮은 여성의 대표성, 여성관련 예산 부족, 경제위기

이후 여성보호정책 미비 등에 관한 노력부족이 문제로 제기됐다”고

설명했다.

NGO보고서는 또 △정부가 여성의 정치참여 확대를 위해 스스로 제시

했던 30% 할당제를 한번도 지키지 않았고 △IMF 경제위기로 10년

동안 한국여성들이 확보한 남녀평등 성과가 다시 후퇴했으며 △남녀

차별의식을 해소하려는 정부 노력이 미비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제2장 ‘여성 지위향상을 위한 국가예산 배정 및 북경행동강령 이행

을 위한 제도 및 장치 설치여부’ 에 있어서도 여성단체들은 심각한

우려점을 나타냈다. 정부의 여성정책관련 예산은 일반회계 약 80조원

중 약 2천3백77억원인 0.29%에 불과하다는 것. 또 여성정책 가기구에 있어서도 “여성특별위원회장은 국무회의에 의결권이 없어

권한이 약하고, 조정기능의 한계로 인해 타부처와의 협조가 원활치 못

하다”며 “남녀평등의식제고와 성차별의식 개선을 위해 6개 부처뿐

아니라 문화관광부, 기획예산처 등에도 여성정책담당관실이 시급히 신

설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여성NGO네트워크는 이날 보고서 발표에 이어 빈곤·교육·미디

어·폭력·여아·인권·환경·정책결정 등 북경행동강령 12개 주요

관심 분야의 이행사항에 대한 분과토의를 진행했다. 이들은 △강력한

여성전담 기구 설치 △환경정책의 성인지적 관점 도입 △여아에 대한

정확한 인권현실 파악 △교과내용 및 과정에 남녀평등의식 확산 △임

신·출산비용의 의료보험 적용 기준 마련 등을 향후과제로 제시했다.

이번 심포지엄은 북경세계여성회의 개최 5주년인 2000년을 맞아 유엔

이 북경 행동강령의 각국 이행정도를 평가하는 특별총회를 준비하고

있어 이에 대비하기 위해 마련됐다. 95년 북경세계여성회의를 준비한

한국여성NGO위원회의 후신으로 국내 93개 단체가 참여하고 있는 한

국여성NGO네트워크는 내년 3월에 열리는 유엔 여성지위위원회와 6월

특별총회를 대비해 이번 NGO보고서를 작성, 앞으로 계속 보완해 나

갈 방침이다.

<서정은 기자 punda@kngo.net>

이 기사가 마음에 들었다면, 좋아요를 눌러주세요!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