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12월 6일 ∼ 1999년 12월 12일 : 제317호
김치·간장·된장 등 전통식품 문화상품으로 키우자
한국 전통식품 건강식품으로 서구인에 인기
식품의 국제규격화와 日·中의 추격 대비해야
전통식품에 대한 식품규격화 작업 시급
전공학과 신설과 전문 연구기관 육성 필요
김치 된장 고추장 등 우리의 전통식품을 문화상품과 수출전략상품으
로 육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식품에 대한 국제규격화가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일본·중국 등과 함
께 치열한 수출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일본 ‘기무
치’의 경우 서구인의 입에 맛도록 상품을 개발해 무서운 속도로 시
장을 넓히며 이미 김치 종주국인 우리나라의 입지를 위협하고 있고
중국도 농산물 가격이 싸다는 강점을 살려 곧 위협적인 경쟁국으로
떠오를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이들과 경쟁하기 위한 준비가 돼있지 않다. 전통식품을
문화상품, 수출전략상품으로 키우기 위한 체계적인 연구와 정책적 지
원은 극히 미흡한 실정이다. 식품에 대한 규격화가 돼 있지 않고 관련
업체들도 대부분 영세해 신상품 개발이나 마케팅에 한계가 있어 수출
시장을 확대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따라서 전통식품 종주국의 입지를 굳히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전통
식품에 대한 정부와 국민의 깊은 관심과 함께 기업화 촉진이 있어야
하고 이를 토대로 다양한 상품이 개발되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문이다.
일본에 이어 미국에서도 한국 김치가 인기를 끌고 있다. 하와이 주둔
미군부대에 김치가 납품되고 있고 김치 강좌가 개설되고 있으며 김치
버거도 등장했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지난 9월 LA타임스는 ‘음
식’ 섹션의 머릿기사로 한국김치를 소개하며 배추김치, 깍두기, 총각
김치, 오이소배기 등 다양한 김치제조법도 컬러그림과 함께 다뤘다.
김치의 수출물량은 해마다 3% 이상의 신장세를 보이고 있고 올해는
90%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보일 것으로 농림부는 예상하고 있다.
농림부는 또 올 수출액이 7천5백만달러에 이르고 내년에는 1억달러선
도 넘어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김치 수출량은 1만
5천9백40여t으로 일본 기무치의 수출량 2천5백60여t의 6.2배였고 올해
는 9배 이상 격차를 나타낼 것으로 농림부는 분석하고 있다.
된장도 수출품목이다. 자인농협은 이미 우리콩으로 만든 ‘자인된장’
을 지난해부터 미국에 수출하고 있다. 아직 연간 3t정도지만 된장을
찾는 미국인들이 점차 늘고 있어 전망이 밝다고 관계자는 밝혔다.
일본의 경우 우리 고추장과 유사한 도반장(豆板醬)이 있지만 발효식품
에 대한 관심 증가에 최근 고추가 다이어트에 효과가 있다는 소문이
더해지면서 김치, 고추장 뿐만 아니라 신라면, 고춧가루 등도 인기를
끌고 있다. 이제는 삼마(꽁치)찌개나 돼지삼겹살 무침, 방어찌개, 김치
찌개, 스테미너 스프 등에는 고추장이 필수양념이 됐다.
식품에 대한 안전성과 건강식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국내의 전
통식품 시장이 급속히 확대되고 있다. 특히 전통식품이 세계적 경쟁력
을 갖춘 ‘지적상품’이라는 인식이 자리잡으면서 이에 대한 연구와
투자가 부쩍 늘고 있다.
특히 치열한 경쟁양상을 보이는 품목은 김치다. 김치 총소비량은 지난
94년 1백38만9천t에서 지난해 1백51만t으로 큰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
지만 시판김치의 생산량은 17만2천t에서 45만t으로 2배 이상 늘어났
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김장김치시장 규모가 3천5백억원대로 지난
해보다 30% 정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업체마다 판촉전에 나서
고 있다”며 “시장확대에 따라 시장참여를 검토하는 대기업들이 점
점 더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국내 김치제조업체는 4백60여개로 영세 중소기업이 주류였으나
두산, 동원산업에 이어 최근에는 대상, 제일제당 등도 김치시장 진입
을 서두르고 있다.
동원산업은 김치제조업체로서는 처음으로 11월부터 김치상품권을 시
중백화점에서 판매하고 있고 공장에서 소비자들이 재료를 선정, 직접
김치를 담그면 공장이 이를 보관하다가 소비자가 요청하는 때에 배달
해주는 ‘김장김치 투어서비스’도 실시하고 있다. 대상도 최근 사업
타당성 검토를 마치고 1백t 규모의 김치를 일본의 유력유통체인점인
‘자스코’에 시범 수출하는 등 본격적인 시장참여를 준비를 하고 있
다.
전통식품에 대한 자치단체의 지원도 늘고 있다. 5년째 김치축제를 개
최해오고 있는 광주광역시는 올해 처음 광주김치축제를 해외에서 마
련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 10월 8일부터 4일간 일본 도쿄레인보우타운
프리즘광장에서 열린 이번 축제는 국내 70개 김치생산업체가 참가한
가운데 김치전시회를 비롯해 김치요리교실, 김치강연회, 전통예술공연
등 다양한 행사를 선보였다.
경기도도 세계적인 식품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지역대표음식의 브랜드화와 상표
등록 출원, 전국 체인망 구축 등을 위한 행정적·재정적 지원체계를
마련했다.
경기도는 전통음식개발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지난 9월 경진대회를 개
최한데 이어 10월에는 용인민속촌에서 대규모 음식축제를 가졌다.
김치가 항암과 성인병 예방에 효능이 있다는 등 우리나라 전통식품의
우수성은 많은 연구를 통해 속속 증명되고 있다.
최근에는 김치시장을 놓고 우리와 각축을 벌이고 있는 일본 TV를 통
해 한국김치의 우수성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 일본 후지-TV는 ‘한
국김치 특집 프로그램’에서 한국산 김치의 유산균수가 일본 기무치
보다 최고 1백66배 많이 들어있고 특히 이 유산균은 위산에 강해 장
까지 살아서 도달한다는 내용을 방송했다.
또 농협과 서울대가 지난해 4월부터 1년간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폐
암과 고혈압의 억제에 효과가 있는 ‘키토올리고당’ 함유량면에서
우리나라 전통 간장과 된장이 일본 장류보다 50배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러한 우수성 입증에도 불구하고 전통식품을 ‘문화상품화’
하기 위한 체계적인 연구와 정책적 지원은 아직 미흡한 실정이다.
△전통식품의 식품규격 마련
현재 한국과 일본은 김치와 간장의 국제규격기준을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정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 쟁점은 김치와 간장
모두 균의 종류와 허용범위이다.
무역협회는 김치의 국제규격안에 젖산의 농도가 하한선없이 1.0% 이
하로 설정돼 젖산 농도가 극히 낮은 일본식 인스턴트 식품인 ‘아사
즈께’도 김치로 공인될 수 있다며 정부의 외교력 동원을 촉구하고
있다.
무역협회는 현재의 안이 확정되면 한국식 기 보관성이 뛰어난 아사즈께가 세계시장을 선점할 가능성이 높다며
김치의 국제규격에 젖산농도 하한선이 설정되도록 해 아사즈께가 김
치로 공인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러한 국제적 환경변화와는 달리 국내의 경우는 식품위생에
대한 규제만 있을 뿐 전통식품의 식품규격화는 아직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전통식품 품질인증제를 실시하고 있지만 심사기준을 국산원료의
사용여부와 식품위생법에 따른 제조설비 및 공정, 작업자의 환경, 공
장입지 환경 등으로 정하고 있어 식품의 시급히 마련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외국인 ‘입맛’ 연구와 해외 홍보강화
지난해 초 일본의 시가현립대학내 연구팀은 일본 고교생과 대학생 각
2천5백명씩 모두 5천명을 대상으로 김치 기호조사를 해 85%가 ‘맵
다’는 반응을 나타내면서도 76%가 ‘김치를 즐긴다’고 답했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이처럼 일본에서는 김치 인구가 서구식을 좋아
하는 젊은층에까지 급속히 확대되고 있다. 당연히 소비량도 급증세다.
일본식품수급연구센터 통계로는 지난해 약 18만톤, 대략 1천억엔(약 1
조원)어치의 김치가 일본에서 유통되었다.그러나 이중 한국 직수입
품은 채 10%가 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에 파견된 농수산물유통공사 관계자는 “우리 전통식품을 그대로
일본인에게 소비되기를 바라는 것보다는 일본인의 입맛에 맞게 개발
할 필요가 있다”며 “덜 자극적이고 단맛이 가미된 제품으로 일본
시장을 공략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식품개발연구원이 지난해 10월부터 1년 동안 미국인 남녀 3백55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서도 상당수가 김치를 먹어본 적이
있다고 답해 김치의 미국시장 진출 치 또는 김치를 이용한 음식을 먹어본 사람이 68%로 나타났다.
그러나 김치의 국적에 대해서는 48%만이 한국이라고 응답했을 뿐
15%는 일본, 6%는 중국, 나머지는 ‘모른다’고 답해 해외홍보의 필
요성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지원체계 구축
한국과 일본의 전통식품에 대한 관심은 교육과정을 살펴보면 쉽게 비
교해볼 수 있다.
일본에서는 초등학교 교과에 ‘된장 만들기 실습’이 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고교과목중 ‘가정’에 전통식품에 대한 이론이 간략히
소개되는 정도고 그나마 내년 교과개편에서 가정이 기술과목과 통합
되면서 전통식품 관련 내용은 빠지게 된다.
이렇듯 국내에서는 전통식품에 대한 교육은 물론 연구도 소홀한 형편
이다.
김치의 경우 건강발효식품으로 세계적인 인정을 받고 있으나 국내에
서는 부산대 김치연구소 등 일부 식품과학 연구단체가 김치산업에 관
해 연구사업을 벌이고 있을 뿐 대학에 김치를 전공하는 정규학과는
없는 실정이다. 내년에 청주과학대에 신설되는 ‘김치식품과학과’(정
원 40명 규모)가 국내에서는 첫 김치전문학과인 셈이다.
경북 칠곡에 있는 경북과학대는 산학연대를 통해 전통식품을 세계적
상품으로 만든 대표적 모범사례다. 이 대학은 50억원을 들여 학교 부
지에 감식초와 감식초 음료수 등을 생산하는 2천1백평 규모의 공장을
세웠고 ㈜롯데 등을 통해 61억원의 국내 매출을 올렸다.
또 미국과 프랑스 국제식품박람회에도 참가해 미국업체에 23만달러어
치를 수출한 데 이어 유럽 12개국의 24개 업체와 수출협상 중이다. 이
대학은 현재 9개의 특허를 갖고 있으며 감식초화이버와 인삼감식초,
무취마늘환 등 30여종의 새로운 전통식품을 개발했다.
식품개발 전문가는 우리의 전통식품이 세계화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전통식품 바로알기와 애용하기가 우선 이루어져야 된다”며 “청소
년들에 대한 교육강화와 전문학과 신설, 전통식품을 문화상품으로 보
는 인식의 전환, 기업에 대한 지원 등이 시급히 추진돼야 한다”고 지
적했다.
<이용성 기자 yslee@kng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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