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12월 6일 ∼ 1999년 12월 12일 : 제317호
“약값 50%이상 내려야”
시민·보건단체 한 목소리에도 정부 30%만 내리기로
진료수가 크게 올려 시민에게 부담전가할 우려
보건복지부가 약가는 조금 내리고 의보수가는 많이 올린 조치에 시민
사회와 보건의료단체의 반발이 거세다.
복지부는 지난달 15일 의료보험 약가를 30.7% 내리고 진료수가를
9%(진찰·입원료 12% 인상) 올렸다. 복지부는 이같은 조치를 취하면
서 시민단체들의 의보수가 추후논의 지적을 의식한 듯 ‘이번 의보수
가 조정은 98년 7월 3.5% 인상 이후 16개월만에 이뤄지는 것으로, 약
가인하와 동시에 이뤄지기 때문에 국민들의 진료비 추가부담은 없
다’고 강조했다.
물론 시민단체들이 원칙적으로 ‘약가인하-수가인상 연동제’를 반대
하는 건 아니다. 시민단체들은 그동안 연동제가 의사들의 왜곡된 수익
구조를 개선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란 데 동의해왔다. 턱없이 부풀
려진 약가를 내리고, 낮은 진료비를 현실화시키는 것이 의약분업의 전
제조건이었기 때문이다. 약가를 대폭 내리면 수가조정도 고려해 볼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문제는 복지부의 약가인하폭이 너무 적다는 데 있다. 보험약가는 실제
거래가보다 최소한 2배이상 부풀어 있다는게 보건의료계의 상식이다.
약가는 현재보다 50%이상 떨어져야 한다는 얘기다. 인도주의실천의사
협의회가 최근 조사한 바에 따르면 실거래가는 보험약가의 46.7%에
불과하다.
정부는 이같은 지적을 무시한채 30%대로 인하폭을 결정했다. 의도야
어찌됐든 약값을 조금 내리고 진료수가를 크게 올리는 것은 결국 의
사들의 수익을 보전해주고, 그 부담을 국민에게 떠넘기는 것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실거래가와 복지부의 인하폭 차이인 20%로 발생하는 차액은
약 3천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약가인하분 배분도 엉성하다는 지적이다. 복지부는 약가인하분 가운데
80%를 의보수가 인상에 쓰기로 했으나 대규모 병원에 집중돼 있어
소규모 1차 의료기관들이 전혀 혜택을 보지 못하는 것.
심각한 것은 이같은 일련의 조치들이 그동안 의약분업 추진과정에서
함께 해 온 시민단체들의 의견을 배제한채 진행됐다는 점이다. 복지부
는 지난 10월에도 본인부담금 인상, 소액진료비 전액부담제 등 방침을
발표했다 된서리를 맞은 적이 있다. 이해집단의 대립이 첨예한 의약분
업 방안이 계속 이런 식으로 추진된다면 그 때마다 파란을 불러일으
킬 게 뻔하다.
이 와중에 지난 6개월동안 정부·시민단체와 의약분업 추진방안을 논
의해 온 의사들이 지난달 30일 유례없는 파업시위를 벌여 국민들을
골탕 먹였다. 복지부의 수가인상 조치와 국회 보건복지위의 약사법 개
정으로 의사들의 요구가 대폭 반영된 점을 감안하면, 의사들의 집단행
동은 앞뒤가 맞지 않는 행동이란 지적이다. 그런데도 의사들은 여전히
의보수가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 시민사회단체나 보건·의료단체들은 정부가 약가를 전면 재조사
해 인하폭을 재조정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의보수가 조정은
정확한 실태조사와 제도를 마련한 뒤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민건강권확보를 위한 범국민연대 조경애 사무국장은 “의사들의 집
단행동에 동의할 국민은 없겠지만, 정부가 시민단체의 의견을 무시한
채 갈팡질팡한다면 국민들도 점점 혼란에 빠져들 것”이라며 “의보
수가 인상은 의약분업에 대해 의료계가 협조하고 관련법안 시행이 확
정된 뒤 검토, 추진하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배영환 기자 hansae@kng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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