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12월 6일 ∼ 1999년 12월 12일 : 제317호
대형댐 건설 득보다 실이 많다
심포지엄서 댐반대 ‘서울선언’ 채택
“대형댐은 전기를 생산하거나 수자원을 저장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대형댐은 현대화의 강력한 상징이며 20세기 이데올로기의 정
점에 있다…이제 대형댐과 그 기술에 대한 신념을 버리고 댐이 초래
한 결과를 객관적으로 살펴보고 21세기 더 진보된 기술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수잔 웡 ‘국제 강 네트워크’ 대표)
과거 수자원과 전력수요를 충당해줄 현대 과학기술문명의 이기로 여
겨졌던 대형댐이 반환경적일뿐 아니라 비경제적 비효율적이라는 주장
이 제기되는 가운데 전세계적으로 댐반대운동이 거세지고 있다. 국내
에서도 최근 동강댐 반대운동이 여론의 주목을 끌면서 댐의 기능과
역할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내외 수자원 전문가와 운동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댐이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을 조명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환경운동연합 주최로 지난달 29일부터 1일까지 진행된 ‘국제환경
NGO댐심포지엄’은 대형댐의 환경·사회적 영향에 대한 분석, 세계
적 댐반대 해체 운동, 21세기 물문제에 대한 대안 찾기의 순서로 이어
졌다.
댐건설로 1억명 강제 이주(대형댐의 영향)=심포지엄에서는 그동안
댐반대론자들을 중심으로 제기된 댐의 사회·환경적 악영향이 집중적
으로 논의됐다.
국제 강 네트워크 대표로 심포지엄에 참석한 수잔 웡씨는 “세계적으
로 4만5천여개의 대형댐이 강을 가로막고 있으며 이들 댐은 강 주변
생태계와 강에 의존해 사는 사람들 나아가 지구 전체에 엄청난 영향
을 주었다”며 “댐건설로 세계 육지의 0.75%에 달하는 1백만평방킬
로미터(남한 면적의 10배)가 수몰됐으며 이주당한 사람들의 수가 수천
만에서 최대 1억명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웡씨는 특히 이주를 거
부할 경우 폭력 등 인권유린이 공공연히 자행돼 왔다고 덧붙였다.
댐건설로 인한 생태사회적 영향은 더 크다. 댐은 침전물과 영양소들을
막아놓고, 어류와 다른 강가에 사는 종들의 이동과 물의 흐름을 저해
한다. 웡씨는 “댐 건설로 세계 민물어류의 5분의 1이 멸종위기에 있
거나 완전히 멸종됐다”고 밝혔다. 미국 테네시강의 경우 1백종의 홍
합이 살고 있었으나 댐건설 이후 절반이 사라졌고 나머지의 4분의 1
도 멸종위기에 처해 있다.
이외에도 댐은 질병 매개체의 확산을 위한 서식지를 제공하며, 무게
때문에 지진을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댐의 붕괴가능성도
빼놓을 수 없는 위험. 댐 붕괴는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으며, 지
난 75년 중국 중부 헤난지역에 태풍이 불었을 때는 2개의 댐이 붕괴
돼 8만5천명이 사망했다.
익사할지언정 물러설 수는 없다(세계의 댐반대운동)=70년대 5천4백
여개의 대형댐이 지어진 것에 비해 90년대엔 약 2천개의 대형댐이 건
설됐다. 80년대 중반 이후 전세계적으로 댐건설 반대운동이 활발해지
면서 댐건설 속도가 늦춰지고 있는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댐반대운동은 인도의 ‘나르마다강 보전운동’
(이하 보전운동)의 사다르 사로바르 댐 건설 반대운동이다. 인도정부
가 80년대 나르마다강 주변에 대형댐 30개, 중형댐 1백35개, 소형댐 3
천개를 건설하겠다는 ‘나르마다강 개발계획’을 내놓자, ‘보전운
동’은 85년부터 지속적 반대운동을 벌였다.
특히 사다르 사로바르댐은 1천2백미터 길이에 1백36.5미터 높이로 3만
7천헥타르의 숲·농경지가 수몰되며 최소 32만명의 수몰민을 발생시
킬 최대규모 댐이었다. ‘보전운동’은 물이 차올라도 들이 모두 마을을 떠나지 않는 끈질긴 반대운동을 통해 90년 일본정
부의 자금지원 철회, 94년 세계은행의 차관지원 취소, 95년 인도 대법
원의 댐건설 중지명령을 이끌어냈다. ‘보전운동’ 난디니 오자는
“강력한 대중조직과 세계 환경단체들과의 연대 그리고 정확한 정보
에 기초한 투쟁전략 등이 성공의 요인이었다”고 설명했다. 난디니 오
자는 그러나 “대법원이 올초 5미터 높이로 댐을 더 쌓을 수 있는 허
가를 내주는 등 아직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상황이며 주민들은 현재
도 목까지 차오는 물 속에서 투쟁을 계속하고 있다”며 지지를 호소
했다.
이외에도 댐반대운동은 한국·일본을 비롯 전세계에서 세를 키워가고
있다. 심포지엄에서는 주민들이 댐을 점유하고 과거 피해보상을 요구
하고 있는 태국과 일본·한국의 댐반대운동이 소상히 소개됐다.
한편 미국·유럽을 중심으로 활발히 펼쳐지는 댐해체운동도 소개됐다.
유럽 댐반대·해체운동을 이끌어온 로베르토 에플 유럽 강 네트워크
사무총장은 프랑스에서 3개의 댐이 해체된 사례를 설명하고, “댐반대
운동이 댐해체운동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쭑수요관리만이 살 길(21세기 대안 찾기)=물공급과 홍수조절에 일정
한 역할을 담당해온 댐의 대안은 무엇인가. 참석자들은 “댐건설은 공
급을 늘려 수요증대에 대응하는 전형적인 공급위주정책의 산물”이라
며 “물절약 재활용 등으로 물수요를 줄이는 수요관리위주로의 정책
전환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시재 시민환경연구소장은 “종래 경제성장 과정에서 부족에 대처하
는 우리의 정책은 늘 공급부터 늘리는 것이었다”며 “이런 공급위주
사고방식을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댐이 아니라 습지
나 산림의 저수능력을 최대한 활용하는 등 물공급과 홍수조절을 위한
친환경적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참석자들은 30일 ‘댐건설 문제점과 21세기 대안을 위한 서울선언’
을 채택해 “물문제, 홍수예방, 전력공급은 환경과 생태를 파괴하지
않는 방향으로 해결돼야 한다”며 각국 정부의 정책전환을 촉구했다.
이들은 또 “고립적으로 활동해서는 댐반대투쟁에서 승리할 수 없으
므로, 대형댐 건설에 반대하는 국제적인 네트워크를 강화할 것”이라
고 밝혔다.
<강혜정 기자 kanghj@kng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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