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직장문화] 현대판 노예제 인턴사원…잡무만

「저주받은 학번」으로 불리는 91, 92학번들은 「인턴 사원」이라는 낯선 이름

으로 사회에 첫발을 디뎠다. 그러나 그들은 올해에도 회사에 안착하지 못하고

주변을 맴돌았다.

『동기생 22명 중에 3명만 살아남았다. 그 3명에 끼려고 밤잠을 설친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 그런데 지금은 허무하다는 생각 뿐이다.』

한국외국어대 졸업 후 지난해 엘지그룹에 인턴으로 입사한 이모(28)씨.

그는 올해초 정사원이 됐지만 『회사에 오래 다닐 생각이 없다』며 『언젠가 버

림받느니 경험을 익혀 곧 내 사업을 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정부가 실업대책으로 내놓은 「대-고졸 인턴제」. 회사는 정사원 임금

의 30%를 부담하고 6개월∼1년간 능력을 검증한 뒤 채용을 결정하고, 대-고졸자

는 실업자 신세를 면하는 제도였다.

그후 1년 인턴사원들은 이 제도를 「현대판 노예제」에 비유하고 있다.

영업사원이라는 이름으로 하루종일 거리를 헤매고, 청소-복사 등 잡무를 도맡아

처리하다 어느날 갑자기 내쫓기기 때문이다.

지난해 8월 월급 50만원을 받고 A증권 인턴이 된 조모(29)씨. 『아침 7시 신

문을 선배들 책상 위에 놓는 일부터 시작한다. 회의실 청소하고, 객장 전광판켜

고, 커피 자판기 관리까지 맡았다. 출근하는 지점장에게 90도로 인사하라는 명

령도 받았다.』

B증권사에 취업한 양모(여·24)씨는 6개월만인 올 4월 자진 퇴사했다.

『여상 출신이 하던 증권출납일을 제가 한 게 이유였다. 불편해 하는 기존 여직

원들과 갈등도 많았다.』

「인턴」들의 어려운 처지를 악용, 이들을 「봉」으로 여기는 회사도 많았다.

모 그룹 자동차회사에 취업한 김모(28)씨는 『1주일만에 「차없는 사람은 이 기

회에 사라」며 강매를 권유했다』며 『증권사에 취업한 친구 중에는 수익증권 1

억원 판매 때 지급하는 10만원의 인센티브를 받기 위해 돈을 빌리러 다닌 경우

도 있다』고 말했다.

「인턴(INTERN)」은 「교육실습생」을 뜻하는 단어. 하지만 국내 「인턴」은

「잡무 처리요원」쯤으로 인식됐고, 회사에서 천덕꾸러기 대접을 받았다.

인턴제 실시 1년만에 국내 대부분의 대기업은 인턴제의 연장시행을 사실상 거

부했다.

(*문갑식기자 gsmoon@chosun.com *)

(*나지홍기자 willy@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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