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애틀 회담 실패의 희생양 찾기

「무역포커스(Focus On Trade Nation)」11월호

영국 국제발전장관 클레어 쇼트는 “평소에는 세계 가난한 사람들의 요구를 옹호하던 사람들이… 개발도상국의 이해에 반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파이낸셜 타임즈(Financial Times)」11월 4일자)고 불평하며, 똑같은 소리를 늘어놓는 주류 세력에 자신의 목소리를 보탰다. 이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하는 것은 소란스럽고, 비민주적이며 정보에 어두운 비정부기구(NGO)에 의해 자유무역의 미래가 위협받고 있으며 그리고 이것이 제3세계에 손해를 미치게 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파이낸셜 타임즈」칼럼니스트 마틴 울프(Martin Wolf)는 그의 저서 『비시민 사회(Uncivil Society)』에서 “시민사회 전반적인 요구를 대변하고 그럼으로써 선거로 선출된 정부와 맞먹는 (심지어 그것을 뛰어넘는) 정당성을 가지고 있는 NGO의 주장은 괴이하기 짝이 없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정책 결정자들은 “새로운 논쟁과 조직방식”을 발견한 “자유주의적 세계 경제의 적들에 저항하기 위해” “자신의 근거를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경고했다.

이틀 후, WTO 신임 사무총장 마이크 무어는 같은 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이 입장과 똑같은 얘기를 했다. 언론에 의해 직설적인 노조활동가이자 사회 사업가로 묘사되고 있는 무어는 스스로를 ‘근로 생활자’의 편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그는 “시애틀에서 행진하고 있는 사람들은 생산품과 서비스를 파는 가난한 국가들을 위한 기회 제공에 반대하는 행진을 하고 있는 것과 다름없다”며 WTO 비판가들에 대한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그는 “생산품을 팔아본 적도 없고, 투표로 선출된 적도 없으며, 실제로는 어떤 일도 하지 않는 사람들이 나서서 당신을 공격할 수 있다는 것이 우리를 화나게 한다”고 말했다. (무어 그 자신도 선거를 통해 사무총장으로 선출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지적하는 것은 단지 악담일 뿐이다.)

그리고 대서양을 가로질러 국제 경제기구의 특별 연구원인 마커스 놀랜드는 최근 외국인 정책에 관한 문제에 있어 NGO의 영향력이 증가하고 있는 점에 대해 경고를 했다. 그는 미국은 무역 정책을 정치적인 고려 속에서 추진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특별 이익단체들”이 그들의 목적을 위해 무역 정책의 수립을 방해하기라도 하면 WTO 의정서 내에 이 단체들의 요구를 수용할 여지가 없는지, 분주한 논쟁을 벌인다며 절망했다.

그리고 단 2주 전, 클린턴 1기 행정부에서 통상 차관을 지낸 제프리 E. 가튼은 「비지니스 위크(Business Week)」(11월 8일자)에 “만약 워싱턴과 미국 기업들이 과감하게 움직이지 않는다면 NGO들이 세계 무역과 금융에 대한 여론을 지배하게 될 것”이라고 썼다.

그러나 클린턴 대통령은 18개월 전만 해도 제네바에 모인 통상 장관들에게 “우리는 면밀한 검토와 대중적인 참여를 위해 WTO의 문호를 개방하고 현대화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그 당시 WTO가 “이행당사자들이 자신들의 견해를 밝힐 수 있는 모든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으며, 이는 당시 미국 무역 대표인 샬린 바솁스키와 WTO 사무총장이었던 레나토 루지에로가 축배를 들고 인사말을 할 때 똑같이 되풀이한 말이기도 하다.

점점 더 많은 시민 사회가 WTO에 관여하도록 만든 것은 몇 가지 사건들에 의해서였다.

첫째, 최근 OECD의 다자간투자협정(MAI)의 패배와 클린턴의 ‘야심찬’ 권력에 반대하는 미국 의회의 모습은 NGO의 힘이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이다. WTO는 도전 받고 있었고 NGO가 그 안으로 들어온다면 더 소란스러운 일부 목소리들을 잠재우고 나머지는 분열시킬 것이라 기대되었다.

두번째, NGO들은 정부에 정말로 유용할 수 있다. (정당성을 부여하고 여론을 가늠할 수 있으며 정책의 한계를 시험하고 심지어 때로는 어리석음과 부패, 그리고 야만성을 지적하는 것 등등.) 그러나 지난 해 회의에서 세계 정상들이 진정으로 걱정했던 것은 자유 무역의 이해(그리고 보다 총체적으로 지구화)가 아시아와 러시아의 금융 위기 이후 (심지어 일부 G7 국가들로부터) 문제제기를 받고 있었다는 점이다. 지구화에 대한 대중적인 지지를 복구하는 일이 필수적이었고 그런 면에서 NGO는 수용될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지구화와 그것을 운영하는 기구들(WTO, IMF, 세계은행)에 대한 대중적인 신뢰는 계속 떨어져 나가고 있고 그 제도 자체가 공격당하고 있다.

NGO에 대한 공격은 약하게 터져나오지 않았다. 자유무역의 옹호자들은 (처음으로) 무역이 대중적인 관심거리가 되었다는 것을 깨달았고 NGO가 그 논쟁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것을 두려워했으며 그들의 반응은 이 유별나게 다양한 활동가 집단들의 타당성이나 주장, 양자 모두를 불신하는 것이었다.

NGO 그 자체는 경제적 자유화에 대한 하나의 응답이다. 과거 20년 동안 공공 자산과 서비스를 민영화하고 세계 시장에 무역과 금융을 개방하기 위해 정부의 역할과 규모를 감소시키려는 체계적인 노력이 있어왔다. 어떤 측면에서 NGO는 실업, 환경 파괴, 그리고 제3세계의 상품가격의 하락과 무역 쇠퇴의 경향과 같은 경제 자유화의 부정적인 영향을 다루는(보편적으로 엘리트에 의해 지배된) 정부의 권력과 의지를 축소시켰다. 동시에 전통적이며 본질적으로 보수적인 조직들(예를 들어 노동조합)은 스스로를 개조할 수 없었으며 여성, 제3세계 노동자, 실업자와 같은 훨씬 더 광범위한 유권자들의 요구에 부응할 수 없었다.

국가적으로 그리고 국제적으로 정부와 기구들은 인권, 식량 안전, 환경 파괴에 대한 집요한 관심을 다루는 데 실패했지만 이러한 관련 분야 있어서 비정부기구는 투지를 보였다. 그들은 민주주의를 손상시키거나 시민사회를 ‘대표’하기 위해 음모를 꾸미기보다는 각국 내에 그리고 각국 사이에 존재하는 정치, 경제적 민주화의 엄청난 한계에 대해 관심을 집중시키고 그것을 끝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NGO는 단일한 목소리를 내지는 않지만 무역 캠페인에 있어서 거대한 단결을 보여주었다. 약 80개국(대다수가 제3세계 국가들)에서 온 1천 개 이상의 조직들이 현재 존재하고 있는 협정들의 영향에 관해 포괄적인 재조사를 하는 동안 모든 새로운 논쟁이나 협상을 중단할 것을 요구하는 두장 짜리 성명서에 서명을 했다. 자유무역의 이익은 (심지어 제3세계에조차도) 분명하지 않기 때문에 이는 이유있는 요구인 것이다.

제네바에서 있었던 이전의 협상은 (미해결 상태이거나 논쟁적인 수많은 문제들로 인해) 수렁에 빠지고 있다. 현재, 그리고 11월 말 사이에 NGO는 그들 각각에 대해 싸움을 붙인 덕을 보게 될 것이고 최소한 ‘민주적’인 서구에서는 그들의 합법성에 대해 문제제기를 받게 될 것이다. 수많은 개도국에서 온 NGO는 독재적인 정부에 대항하는 데 이용되며 이 파괴적인 외교의 혹독함 속에 생존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것들은 시애틀에서 매우 거칠어 질 것이며 정부가 그들 자신의 목적을 위해 NGO를 분열시키고 정복하려 시도할 것임이 분명하다.

초강대국들은 시애틀에서의 실패 (혹은 최소한 제한적인 성공)에 대해 스스로 준비하고 있다. 만약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그 비난을 받는 것은 WTO가 아니라 이미 ‘비시민 사회’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 희생양이 될 것이다.

이 기사가 마음에 들었다면, 좋아요를 눌러주세요!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