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민중대회] 격렬한 시위 ‘농민의 울분’

“일년 내내 뼈빠지게 일해도 해마다 1천만원씩 빚이 늘어나는 현실이 기

막혔습니다. `못살겠다’고 소리 한번 지르려 올라왔는데 …. 흥분해서 잘못을

저지른 것 같습니다.”

지난 10일 민중대회 도중 서울역 앞에서 경찰에 나무 몽둥이를 휘두른 혐

의로 12일 구속영장이 신청된 김진원(42·전북 장수)씨 는 서울 남대문경찰서

한켠에서 고개를 떨궜다.

김씨는 지난 80년부터 고향에서 본격적으로 농사일을 시작했다.

그러나 20년 남짓의 농삿일에서 얻은 것은 2억원이 넘는 빚더미 뿐이었다.

김씨가 올해 갚아야 할 빚은 원금 상환분과 이자를 합 해 대략 5600만원이지

만, 지금까지 이자(1600만원)밖에 갚지 못했 다.

`자식들에게만은 모진 가난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결심했던 그는 `기막힌

심정’으로 지난 9일 고향주민 200명과 함께 서울에 왔다 . 그리고는 “힘있는

사람들을 향해” 소리를 지르고 몽둥이를 휘 둘렀지만 애꿎은 전경들에게만 상

처를 주고 만 것이다.

“평화적으로 순수하게 하려고 했는데, 학생들도 나서는 걸 보고 어떻게

하다보니까 그만 흥분하고 말았습니다. 다친 경찰들에게 는 미안한 마음 뿐입

니다.”

경찰에 붙잡힌 다른 시위참가자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서울역 인 근에서 연

행돼 불구속 입건된 정운모(42·경북 예천군)씨는 올해 5천만원의 빚을 얻어

수박, 참외 등 비닐하우스와 벼농사를 했지 만, 수해로 다 떠내려 보내고 빚더

미에 허덕이고 있다. 정씨는 “ 해마다 연례행사처럼 수해가 계속되는데도 배

수펌프 설치는 커녕 제대로 보상조차 안해주는 정부가 너무 야속해 소리 한번

지르려 고 했다”고 말했다.

사실 노동계가 주도했던 1차 민중대회 때와는 달리 농민들이 대 거 참가한

이번 2차 대회는 처음부터 분위기가 험악했다. 한 시위 참가자는 “시위에 참

가한 농민들의 울분과 설움이 너무 큰 데다 일부 농민들은 박달나무까지 준비

해 왔다”고 말했다. 이런 농민 들의 분위기에 한총련 등 일부 시위 참가자들

의 격렬시위가 `불’ 을 붙이고, 맨몸으로 시위대를 막고나선 경찰도 자제력을

잃으며 불상사가 일어난 것이다.

이와 관련해 2차 민중대회를 주도한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은 12일 “집

회참가자들이 지도부의 통제를 벗어나며 격렬한 시위로 은 부상자가 생긴 것은 어찌됐건 잘못된 일 ”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전농이나 민주노총은 격렬시위를 벌인 쪽도 자성해야 하 지만, 울분

에 찬 농민들이나 노동자의 요구에도 귀를 기울여줄 것 을 호소했다.

한편, 경찰은 2차 민중대회에서 한총련 소속 대학생, 농민 등 모 두 67명을

연행해 이 가운데 6명에 대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 률 위반,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구속영장 을 신청했다. 김종태 이태희 기자

jtkim@hani.co.kr

◐ 99년12월12일19시59분 한겨레

이 기사가 마음에 들었다면, 좋아요를 눌러주세요!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