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운동동향]

서울 거리를 투쟁의 물결로 뒤덮은 농민들의 분노

-10일 전국농민대회 및 2차 민중대회 마치고 격렬한 거리시위

농민들의 울분과 분노가 서울 한복판을 뒤흔들었다. [농가부채 완전해결! WTO

수입개방 반대! 국가보안법 철폐를 ’99전국농민대회]와 [민중생존권 사수! 경제

주권 수호! 국가보안법 철폐! 농가부채 완전해결! 노동시간 단축! ’99 2차 민중

대회]가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2만여 농민과 5천여 노동자·빈민·학생·시민들

이 참여한 가운데 12월 10일 오후 서울역에서 열렸다.

김대중 정권과 WTO를 거부하는 전면 투쟁 선포

농민대회의 사전행사는 에바다 문제의 조속한 해결을 촉구하는 장애인 연설로

부터 시작되었다. 이어 충남 청양 구기자 수입반대 투쟁과 전남 해남 목도열병

피해보상 및 농업재해보상법 제정 투쟁보고 등 현장투쟁 사례가 보고되었다. 유

덕상 민주노총 부위원장과 ‘투자협정·WTO 뉴라운드 반대 민중행동’의 이종회

집행위원장이 나와 시애틀에서 전개된 WTO 반대투쟁을 보고하고, 민주노총 내에

WTO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는 것과 민중행동을 확대개편 해 범국민적 투

쟁을 전개해 나가기로 했다고 보고했다.

농민대회 본대회는 최진국 정책위원장의 사회로 오후 2시부터 시작되었다. 정

광훈 전농 의장은 대회사에서 “국민의 먹거리를 생산하는 애국자인 농민들이 국

민취급도 못 받고 있다. 어쩌다가 농민이 이 지경이 되었는가. WTO 협상에서 식

량주권을 지킬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는 김대중 정부를 믿어서도 기대해서도 안

된다”고 규탄하고 “농사짓는 사람이 세상에서 제일 당당한 사람이 되는 세상에

서 멋지게 살아보자!”며 더욱 힘찬 투쟁을 호소했다. 노수희 민주주의민족통일

전국연합 공동의장은 “IMF를 극복했다고 떠드는데 사실은 노동자·농민·빈민의

어깨를 밟고, IMF를 통과하고 있다.”며 “노동자·농민·도시빈민과 모든 민족자

주·사회민주 세력이 총단결하여 미국을 중심으로 한 초국적 자본세력과 김대중

정부에 맞서 싸워나가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총련을 대표하여 연대사를 한

강성범 경남대 신임 총학생회장은 “정부와 언론은 새 천년을 희망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하지만 현실은 절망뿐이다. 민중들의 투쟁으로 일구어 나가지 않으면

새 천년은 희망의 시대가 될 수 없다”며 민중이 주인되는 세상을 위해 함께 싸

워나가겠다는 결의를 밝혔다.

이어 강기갑 전농 부의장(농가부채 해결 전국투쟁본부장)이 정치연설에 나서

“김대중 대통령은 세 번이나 ‘농가부채는 거의 해결되어 가고 있다’고 거짓말을

하고 있다”면서 거짓 보고를 올린 김성훈 농림부 장관의 퇴진을 요구했다. 다음

에는 “WTO협상 반대, 경제주권 수호하자!”는 내용으로 전농 유상옥 사무총장의

연설이 이어졌다. 유 총장은 시애틀 투쟁을 보고하고 “전 세계의 농민, 민중,

양심세력들이 UR 협상 이후 못살겠다며 WTO에 반대하는 거대한 흐름으로 결집되

고 있다”고 하면서 “WTO 협상 좀 잘하자, 정부에 힘을 실어주자”고 할 때가 아

님을 강조했다.

이어 참가자들의 힘찬 함성과 구호 속에 농민의 당면한 10대 요구를 10개의

횃불로 점화시키는 상징의식이 있고 마지막으로 결의문이 낭독되었다. 안성원

충북도연맹 의장이 낭독한 결의문에서 참가자들은 △저농산물 가격정책 철폐와

농가부채특별법 제정 △WTO이행특별법 시행령과 농업재해 보상법 제정 △협동조

합 개혁 재논의와 농업협동조합법 개정 △김성훈 농림부 장관 사퇴 등을 요구했

다.

농민대회에 이어 ’99 제2차 민중대회가 의 사회로 전농 정광훈 의장이 대회사에 이어 민주노총 단병호 위원장의 투쟁연

설이 있었다. 단 위원장은 “김대중 정부는 국민을 기만하는 사기정권, 부도덕한

부패정권, 국가권력을 마음대로 휘두르는 독재정권, 경제주권 팔아먹는 매국정

권”이라고 규탄하고 “우리의 삶을 지켜나가기 위해 모든 민중세력이 단결해 김

대중 정부와 정면으로 싸워나갈 것”을 선언했다. 강희남 범민련 의장은 한국전

력 분할·매각과 WTO 협상 등으로 민족주권을 팔아 넘기고 있는 김대중 정부를

규탄하고 국가보안법 철폐와 양심수 석방을 요구했다. 양연수 전빈련 의장이 낭

독한 결의문에서 참가자들은 “김대중 정권은 이제 개혁을 외면한 대가로 민중에

게서 버림받고, 개혁을 흉내낸 대가로 보수집단의 반발에 부딪쳐 역사상 가장

비참한 정권으로 끝을 맺게 될 것이다”라고 경고하고 △민중생존권 보장, 국가

보안법 철폐, 경제주권 수호를 위한 12대 요구의 즉각 수용과 △농가부채 해결

과 농업재해 보상법 제정을 요구하고 △강고한 민중연대 전선을 구축할 것을 결

의했다.

거리에서 터져 나온 농민들의 울분과 분노

뼈빠지게 농사지어 봤자 느는 건 빚더미뿐인 현실, 말로는 농민을 위한다고

떠들어대면서 역대정부와 다를 바 없는 농업포기 정책으로 농민을 사지로 몰아

넣고 있는 김대중 정부에 대한 농민들의 분노는 거리시위에서 표출되었다. 서울

역 앞에서 시청 방향으로 진출하기 위해 일차 경찰과 대치했던 시위대오가 남대

문 시장을 거쳐 신세계 백화점 앞에 이르렀을 때, 을지로 방향으로 나아가려는

시위대와 이를 저지하는 경찰 사이에 밀고 밀리는 몸싸움이 벌어졌다. 시위대가

사거리를 점거하자 경찰이 기습적으로 시위대 중앙을 치고 들어와 대오를 분산

시켰다. 그러나 흩어졌던 시위대는 곧 다시 모여서 몸으로 깃대와 나무 막대기

로 전경의 저지선을 밀어붙였다. 이렇게 마치 백병전을 벌이듯이 밀고 당기는

격렬한 시위가 2시간 여 동안 이어지는 동안 수차에 걸쳐 경찰이 곤봉을 휘두르

면서 기습공격을 자행하여 부상자가 속출했다.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인해 100여 명의 농민들이 부상을 입고 그중 한 명이 아

직도 중환자실에 입원해 있으며 응급치료만 받고 내려간 농민들(갈비뼈, 코뼈,

이빨이 부러지고 작게는 7바늘, 많게는 20바늘까지 꿰맨 농민들)은 지역에서 계

속 치료를 받고 있다. 또한 농민 9명의 연행자 가운데 7명은 불구속처리를 하였

으나, 2명에 대해서는 구속영장이 신청되었다.

정권과 언론의 더러운 야합, 투쟁으로 박살낸다

— 전농, 13일부터 농성 돌입하고 17일 제2차 전국농민대회 열기로

한편 김대중 정권, 그리고 권력에 야합한 언론에 의해 이날 투쟁에서 표출된

농민들의 불만과 분노는 철저하게 은폐되었다. 또한 정부는 경찰이 최루탄을 쏘

지 않았다는 것을 내세워 과잉 폭력 진압을 은폐하고 시위의 폭력성을 부각시키

면서 탄압의 구실로 삼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정부와 언론의 작태는 농

민들의 분노에 기름을 끼얹는 꼴이 되고 있다. 전농은 “농민들의 정당한 요구와

투쟁에 폭력으로 대응했을 뿐 아니라 언론통제 등을 통해 농민들의 문제를 어떻

게든 숨기려 드는 정부의 행태가 손바닥으로 해를 가리는 것과 같다는 것을 이

후 투쟁을 통해 확인시켜줄 것”이라고 선언하고 농민들의 억눌린 현실을 세상

에 바로 알리고 잘못된 정책을 바로잡기 위해 지속적인 투쟁을 전개하기로 했

다. 전농 지도부는 12월 13일 오후 4시 ‘농가부채해결과 농민4대 개혁입법쟁취,

폭력진압 규탄을 위한 농성선포식’을 갖고 명동성당에서 농성에 돌입하였으며,

각 지역에서도 14일부터 전국 동시다발로 국회의원 사무실 농성에 들어가기로

했다. 또한 12월 17일에는 제2차 전국농민대회를 개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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