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아침의 향기] 시애틀시위가 남긴 것

백태웅/사회운동가

수업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라디오에서 시애틀 경찰 총수의 사 과 기자회

견 뉴스가 흘러나왔다. 올해 55살인 시애틀 경찰 총수는 세계무역기구 각료회

의와 관련해 벌어진 시위가 폭동으로 발전한 사태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것

을 사과하고, 몇 달 내에 경찰청 장 직을 사퇴할 것임을 밝혔다.

지난 주 시애틀에서 벌어진 비정부기구의 시위는 여기가 과연 미 국이 맞는

가를 의심하게 만드는 대사건이었다. 30년만에 다탄두 최루탄이 등장했고, 비

상사태가 선언돼 시내 중심가에 통행금지가 선포되기도 했다. 미국에서 최대

의 쇼핑시즌이라고 하는 시기에 이러한 일이 벌어진 것에 대해 시민들의 비난

여론이 빗발치면서 경찰은 강경 진압 정책을 채택했다. 진압봉으로 무차별하

게 시위 대를 구타하고, 심지어는 고무 탄알 총을 직접 얼굴을 겨냥해서 쏘

는 장면이 텔레비전에 보도되면서 역으로 경찰의 대응에 대한 비난도 널리 일

어나고 있다.

4만여명의 시위대가 시위를 벌이고, 500여명의 연행자를 낸 이번 사태의

근원에는 세계무역기구에 대한 노동자와 환경운동, 그리 고 비정부기구들의 반

대정서가 자리잡고 있다. 미국 노동 총연맹 산업별회의는 무역 자유화로 인해

일자리가 적어진다는 이유 때 문에, 환경단체들은 환경규제에 관한 내용이 지

나치게 완화된다는 점 때문에, 유럽이나 아시아에서 온 비정부기구들은 농업

에 대한 개방이 자국의 산업기반을 무너뜨린다는 등 각각 다른 이유로 세 계

무역기구의 뉴라운드를 반대하고 있다.

백악관 일부에서는 클린턴이 너무 깊숙이 개입한 것에 대한 후회 의 목소리

도 있다. 미국에서 회의를 개최하면 회의 의제에 더 있으리라고 판단하고 클린턴이 직접 일선 에 나서게 된 것이었다. 하지만 결론

적으로 클린턴 정부는 별로 잃어버린 것이 없는 것 같다. 왜냐하면 비록 이번

협상이 결렬되 긴 했지만, 세계무역기구의 뉴라운드는 계속 될 것임을 도리어

확 실히 사람들에게 심어주는 계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는 국내 농산물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서 동분서주했던 것으로 신

문에 보도되고 있다. 그러나 솔직히 한국의 입장에서 세계화를 위한 준비가

과연 얼마나 되어 있는가에 대해 걱정이 앞 선다. 저마다 자국의 이익을 관철

시키기 위해서 혈안이 되어 있는 국제 외교의 한가운데서, 한국 정부가 국민

의 총의를 모아 더욱 강력히 대처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 99년12월13일15시24분 한겨레 http://www.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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