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12월 13일 ∼ 1999년 12월 19일 : 제318호

빈쇠전

살기좋은 세상을 위한 나침반

「빈쇠전」은 잊혀진 노래다. 내로라하는 대학가 노래패들도 이 노래

에 대해서는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누가 만들었는지 어떻게 만들어졌

는지에 대해서는 이 노래를 즐겨부르는 나도 아는 바가 없다. 일종의

구전가요랄까.

그 전부터 알고는 있었지만, 이 곡이 나에게 강하게 와 닿았던 건 91

년 봄 명지대 1학년이었던 강경대 학생이 죽은 뒤였다. 그 때는 그가

어떤 주장을 내세우다, 어떤 시위에서 죽었는가하는 정치적인 의미보

다 컸다. 하지만 정부나 사회는 아무것도 모르는 1학년을 시위에 내세운

너희 잘못이라고 입맞춰 말했다.

이 노래가 만들어진 것은 한 70년대쯤 될까. ‘그들이 얼마나 이 나라

를 사랑하는가 말하지만 나는 믿을 수 없다’는 노랫말이 그 때의 나

의 심정과 겹쳐져서 더 가슴에 와 닿았던 모양이다.

지금도 정치권에서 흘러나오는 얘기를 들으면 답답하다. 그 쪽은 나름

의 논리가 확실하지만, 자기들 입장에서 자기들 얘기를 할 뿐 국민들

의 입장과 생각을 헤아려보지 이다’라고 노래하는 「빈쇠전」은 추상적이지만, 그래서 역설적으로

지금도 공감할 수 있을 만큼 현실적이다.

누구나 이데올로기만을 추구하면서, 싸움만 하면서 살 수는 없다. 하

지만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나는 이 노래가 하나

의 나침반 역할을 하리라 믿는다. ‘나는 다만 우리를 위해 싸울 뿐이

다…’

더 밝고 살기좋은 세상을 만들려는 사람들은 모두 ‘우리’에 대한

공감대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 ‘우리’ 때문에 모두들 이익과 명예를

바라지 않고 각자의 일에 매진하는 게 아니겠는가.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도 별볼일 없는 것일지 모르나, 나는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여긴다.

그리고 힘들 때 가끔 이 노래를 흥얼거려본다. ‘나는 다만 우리를 위

해 싸울 뿐이다. 살아남기 위하여 살아남기 위하여…’. 열심히 살겠

다는 자기 주문, 나의 다짐이다.

/ 문화연대 이명혜 총무부장

이 기사가 마음에 들었다면, 좋아요를 눌러주세요!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