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12월 13일 ∼ 1999년 12월 19일 : 제318호
성폭력 전담경찰관 제도마련 시급
한국성폭력상담소, ‘성폭력 사건 지원체계 확립 위한 경찰간담회’
“웬만하면 합의로 끝내시죠” “멀쩡한 남의 집 아들 신세망칠 일
있습니까?” “늦은 시간에 왜 거길 갔습니까?”
경찰 수사과정에서 경찰들이 피해자나 그 가족들에게 던지는 말들. 여
성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현재 전국 47개소의 성
폭력상담소와 6개소의 성폭력피해자보호시설의 성폭력 상담 가운데
40% 이상이 법적 해결을 요청하는 사안인 만큼 수사·재판과정에서
기본이 되는 경찰연계는 상담활동의 중요한 부분. 그러나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벌어지는 성폭력에 대한 잘못된 통념과 제도적 장치의 미비
는 피해자에게 이중의 고통을 안겨주고 있다.
성폭력 관련 민간단체와 수사경찰의 연계 실태를 파악하고, 원활한 협
조체계 구축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한국성폭력상담소는 지난 7
일 세종문화회관 소회의장에서 ‘성폭력사건 지원체계 확립을 위한
경찰간담회’를 열고 성폭력피해자들이 수사관계자들의 잘못된 통념
이나 미온적인 수사태도 때문에 겪는 어려움을 지적했다.
이미경 부소장은 “화간으로 보거나 피해자의 행실을 문제삼는 경우,
입건을 거부하거나 사적인 문제로 처리하는 미온적인 수사태도, 강압
적으로 수사하거나 어린이에게 무리한 답변을 요구하는 등 수사과정
에서 피해자가 겪는 어려움이 많다”며 “성폭력피해자에 대한 경찰
연계는 한 사건의 방향 및 성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사안인 만큼, 상담
자들은 성폭력관련법 및 경찰수사 과정을 숙지하며 수사 중 피해자의
권리가 존중되도록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야하고, 경찰은 피해자보호
지침을 충실하게 이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발제자로 참가한 서울지방경찰청 여자기동수사반 박미옥 경사는 “여
성피해자들이 순결이데올로기와 피해자유발론 등 잘못된 통념으로 신
고를 꺼리고, 성폭력에 대한 인식과 전문성이 결여된 수사기관·재판
부로부터 2차 피해를 입고 있다”며 “전국 지방경찰청에서 여성수사
인력 선발 및 고정 배분, 여자기동수사반 운영, 여성범죄에 대한 인식
전환 교육 등을 확대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청의 성폭력 정책’을 발제한 경찰청 본청 수사국 이상원 경정
은 “10월말 현재 성폭력 사범은 7천2백73건으로 전년도 비해 10.5% 증가했다”며 성폭력 범죄 예방 대책으로 “우범지역 예
방활동 강화, 여자기동수사대를 성폭력 사범 전담수사대로 전종 운영,
여성상담실에 전담 여경 배치, 상담여경에 대한 교육강화, 성폭력 사
건의 중요성 및 수사요령 교육 등을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날 참가자들은 △상담소·지역수사기관·112·119 등이 공식적 연
계망을 형성하고 △경찰교육에 성폭력과 여성인권 교육을 의무화하며
△성폭력 전담 경찰관 제도를 확립해야 한다는데 뜻을 모았다.
<서정은 기자 punda@kng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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