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12월 13일 ∼ 1999년 12월 19일 : 제318호

환경, 지방자치단체에 맡겨선 안된다

조용경 전무

(포스코 개발)

90년대 초반 일본문제에 관심을 가진 각 대학 연합동아리 멤버 10여

명과 함께 일본을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일본에서 독설가로 알려진 한 언론사의 고위간부 W씨와 면담을 하는

자리에서 한 학생이 질문을 던졌다.

“한국이 30년만에 민주주의의 뿌리인 지방자치를 하게 됐는데 민주

주의의 선배 국가로서 들려주고 싶은 얘기는 없는가?”

의례적인 축하의 말 정도가 있겠거니 했는데 뜻밖의 답변이 터져 나

왔다.

“손바닥만한 나라에서 웬 지방자치? 솔직히 애도의 뜻을 표하고 싶

다.” 전혀 예기치 못한, 일종의 폭탄과도 같은 발언이었다.

“지방자치가 좋다는 얘긴 정치인이나 정치학자들의 선전일 뿐이다.

지방자치가 실시되면 일관성 있는 경제정책 수립이 불가능해지고, 지

방이기주의가 기승을 부리게 된다. 특히 한국의 경우 수도권 주민의

식수문제나 환경문제는 심각한 위기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후진적 국

가의 경우 선거로 뽑는 공직자의 수와 환경보호는 철저히 반비례한

다.”

“하지만 일본도 지방자치를 하고 있지 않은가?” 처음 질문한 친구

가 다시 물었다.

“일본 역시 지방자치가 아니었으면 지금보다 훨씬 좋은 나라가 됐을

것이다.” 그는 정말로 안타깝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런데 최근 정부가 환경영향평가 협의권이나 상수원 지역 환경단속

권 등을 지방자치단체로 이관하는 방침을 정했다는 보도를 접하면서

문득 오래 전 W씨 얘기가 떠올랐다.

우리나라의 환경보호를 위한 예산이나 인력은 열악하기 짝이 없다. 지

금까지 우리의 환경을 파괴해온 주범은 60년대 이래로 불길처럼 번져

온 성장지상주의 사고였다. 그리고 90년대 들어 이 불길에 기름을 부

은 것은 다름 아닌 지방자치였다. ‘재정자립도 향상’의 명분과 ‘차

기선거 당선’의 실리를 함께 거머쥐려는 대다수 자치단체장들이 앞

다투어 기름통을 들고 나섰던 것이다.

산 좋고 물 좋은 곳이면 빠짐없이 러브호텔을 세우게 하고, 쓸 만한

산지를 깎아 골프장을 만들도록 했으며, 심지어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

는 수도권 주민의 생존이 걸린 팔당상수원대책을 무산시키려 팔을 걷

어붙인 것 역시 그들이었다.

그동안 이런 풍토를 견제라도 할 수 있었던 것은 그나마 환경보호를

임무로 하는 환경부에게 단속권이 주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최근 수년

간 IMF라는 괴물로 압도되어 환경보호를 부르짖는 일이 ‘시대착오

적 망발’ 정도로 치부되는 분위기에서도 그나마 환경부와 환경단체

들이 연대하여 이 정도라도 환경보호정책의 근간을 지킬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자율화라는 명분 아래 그 환경단속권마저 지방자치단체에 넘

겨주려 한다면 그건 죄수들로 하여금 교도소를 자율적으로 운영하게

하자는 논리나 진배없다. 규제개혁이라 해서 무조건 푸는 게 능사는

아니다. 풀 것은 풀되 묶을 것은 오히려 강하게 묶어야 한다. 그 대표

적인 분야가 바로 환경부문이다.

환경단속권을 지자체에 넘기겠다는 정부의 방침이 현실화된다면 그건

곧 환경사망을 알리는 부음으로서 W씨의 말대로 ‘애도’해야 할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환경보호 없는 지방자치 보다는 지방자치 없는 깨끗한 환경을 택하고

싶다는 게 절대다수 국민의 소망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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