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12월 13일 ∼ 1999년 12월 19일 : 제318호

생계형노점상 급증 양성화 대책 절실

자치단체 무차별단속 물의…‘공생의 미덕’ 발휘할 때

“터줏대감 눈치보랴, 단속반 피하랴 종일 숨바꼭질이죠. 산 입에 거

미줄 안 치게 하려면 손수레 붙잡고 뛰는 수밖에요.”

서울 남영동 숙명여대 앞에서 붕어빵 장사를 하는 윤용식(36·가명)씨

의 재산목록 1호는 손수레다.

지난 10월 밀가루 반죽을 하다 단속반이 ‘뜨는’ 바람에 소리 한번

못 지르고 수레를 통째로 뺏긴 뒤부터다. 덕분에 윤씨는 꼬박 일주일

을 공쳤고, 세 가족이 사흘을 라면으로 때웠다. 과태료 3만원을 주고

수레를 찾아오던 날, 윤씨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IMF가 한창이던 98년초, 일하던 자동차부품 제조업체가 부도를 내 졸

지에 실업자가 됐을 때만 해도 노점상이 되리라고는 꿈에도 몰랐던

윤씨. 2년동안 안 해본 일이 없지만 푼돈이라도 날마다 현찰로 들어오

는 노점상이 그래도 나은 편이다. “경기도는 지금 깡패들이 노점단속

에 나서 살벌하대요. 여긴 좀 나은 편이죠.”

윤씨처럼 IMF위기로 실직한 뒤 노점상을 하는 ‘생계형노점상’이

계속 늘고 있지만, 당국은 단속으로 일관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

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일부 지자체는 노점단속에 과도한 인원과 예산

을 책정, 행정력 낭비라는 비난마저 사고 있다.

서울시내 노점상은 줄잡아 1만5천곳. IMF 뒤 4천여개 늘었다. 명동·

신촌·강남과 지하철역·대학가 등 목좋은 곳은 기존 노점상들이 복

지회·연합회 등 이름으로 상권을 쥐고 있지만, 새로 유입되는 노점이

계속 늘고 있는 것이다.

김대중 대통령은 올해초 이같은 생계형 노점상에 대해 단속을 완화하

라고 지시한 바 있지만, 관할 자치단체는 ‘무차별 단속’으로 일관하

고 있다. 노점상은 지자체가 절대금지·잠정허용·유도구역 등으로 나

눠 자율적으로 관리하는데 명문화돼 있는 규정이 아니기 때문에 도로

무단점유 등으로 언제든 단속할 수 있다. 대부분 지자체는 관리의 어

려움을 들어 단속에 매달리는 형편이다.

일부 자치단체는 예산을 들여 단속반을 고용하기도 한다. 경기도 의정

부(3억9천만원)·시흥(2억9천만원)·군포(5천만원)시는 용역경비회사

와 계약을 체결, 노점상을 집중 단속하고 있다. 광명시가 최근 ‘문화

의 거리’ 조성을 이유로 2백명을 동원해 집중단속을 벌여 유혈사태

가 벌어졌고, 요원까지 단속에 투입되기도 했다.

지자체가 이처럼 강력한 단속을 하는 것은 어느 한 곳에서 노점을 묵

인하면 노점상이 난립할 뿐더러 인근 상인들의 민원이 끊이지 않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하지만 지자체가 용역경비회사와 노점단속 계약을

맺는 것은 국가 주요시설의 경비만을 하게 돼 있는 용역경비업법 규

정과 어긋나는 불법행위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국노점상연합(전노련) 등 관련단체들은 무차별 단속이 IMF로 생활

고에 시달리는 서민들의 가계를 위협하고 은 노동부·보건복지부와 각 지자체에 흩어져 있는 노점상 관리를 일

원화하고, 노점상을 등록토록 해 영업권을 인정하는 노점등록관리제를

시행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이들은 또 생계형과는 달리 대규모로

운영되고 있으면서 관청의 ‘보호’를 받는 기업형 노점상에 대해서

는 중과세 하는 제도도 도입해, 형평성을 맞춰야 한다고 지적한다.

전노련 서선정 총무국장은 “노점상은 이제 단속의 대상이 아니라 대

량실업 시대에 새로운 일자리 창출의 장으로 인식돼야 한다”며 “노

점단속에 들어가는 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배영환 기자 hansae@kngo.net>

이 기사가 마음에 들었다면, 좋아요를 눌러주세요!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