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12월 13일 ∼ 1999년 12월 19일 : 제318호
“대통령 사면권 정치적 남용 안돼”
대법원장 동의, 사면심사위 구성 등 보완책 필요
경실련·민변 토론
새천년을 앞두고 정부가 대규모 사면을 계획하고 있는 가운데, 대통령
사면권이 정치적 고려로 남용되고 있어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
돼 관심을 끌고 있다.
경실련·민변 등 5개 시민단체가 지난 6일 ‘밀레니엄 사면의 바람직
한 방향’을 주제로 연 토론회에서 참가자들은 “특정범죄는 사면이
안된다는 식의 제한은 어렵지만 사면권 오남용을 막기 위한 절차적
제한은 필요하다”며 △사면대상자를 선정하는 사면심사위원회 구성
△대법원장 동의 요청 등을 제안했다.
한인섭 서울대 교수(법학)는 이날 토론회에서 “정부 수립 뒤 있었던
81차례의 사면은 비리감싸기, 폭정은폐, 헌정파괴 등 부정적 사면이
대부분이었다”며 “사면이 사회적 요구나 법적 타당성보다 권력유지
를 위한 정치적 고려에 의해 이뤄진 탓”이라고 주장했다.
한 교수는 “헌법이 대통령의 사면권을 규정하고 있지만 무제한 보장
한다는 뜻은 아니다”며 “사면대상자를 임의로 뽑는 폐단을 막기 위
해 사면신청절차를 두거나 중립적인 사면심사위원회를 두어 사면의
적격 여부를 가리도록 하는 제한 장치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그는 또 대통령이 절차를 따르지 않고 임의로 사면대상자를 선정할
때도 사면심사위원회의 의견을 구하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면
심사위에서 부정적 평가가 내려진 경우 대통령은 이를 무시하고 사면
을 강행하는데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국운 한동대 교수도 “정부가 계획하고 있는 밀레니엄 사면에 씨랜
드사건 관련 공무원들이 포함된다면 국민들이 용납하겠느냐”며 사면
권 제한을 지지했다. 이 교수는 △탄핵대상자(미국)·장관(덴마크) 사
면 금지 △테러·전범옹호·반인륜죄 사면 제외(프랑스) 등 외국의 사
면권 제한사례를 들었다.
이인호 변호사(민변 사무차장)는 토론에서 “대통령 사면권은 법률이
아니라 여론에 의해 제한받는게 맞지만 그동안 사면은 이와 반대로
진행돼 왔다”며 “대통령이 사면 대상자와 폭을 결정하기 전에 대법
원장의 동의를 구하는 식의 제한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배영환 기자 hansae@kng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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