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현장탐방> 민주노총 국회 앞 천막농성촌
-“잠자는 국회, 우리의 외침을 듣는가”
민주노총, 여의도 국회 앞에 천막 14동 설치…산하 조직 농성 줄이어
즐비한 천막. 갖가지 구호가 적혀있는 현수막. 추운 날씨를 이기느라 피
워올린 모닥불. 두꺼운 외투로 무장한 사람들. 올해도 추운 길바닥에서 한
데잠을 자고 있는 민주노총(위원장 단병호) 농성장의 풍경이다.
지난 7일 중앙본부의 컨테이너 박스가 강제철거된 이후 국회 앞을 아예
천막농성촌으로 바꿔놓은 민주노총은 이번 정기국회가 폐회되는 18일까지
이 곳을 지킬 계획이다. 현재 중앙본부 천막외에 금속, 공공, 사무, 택시,
병원, 화학-섬유, 건설연맹 등이 농성중이며 부산지하철 해고자들도 최근에
천막촌에 합류했다.
*”낮에는 경찰과 싸우고, 밤에는 추위와 싸우고…”
며칠 전에는 바람이 너무 심하게 불어 새벽에 천막 3동이 쓰러지는 봉변
을 당하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기자가 방문한 날 밤에는 천막 ‘보수’와 ‘정
비’를 철저히 해 ‘천막’들이 꽤 튼튼해 보였다. 14개 천막촌의 총지휘자는
이수호 사무총장. 7일 컨테이너 강제철거 당시 임원중 유일하게 현장을 지
키고 있던 이 총장은 경찰과 충돌과정에서 인대가 파열돼 전치 6주 진단을
받았다. 병원에 갔더니 의사가 당장 입원하라고 하지만 현장을 지켜야 한다
는 각오로 기브스를 하고 목발을 짚은채 현장을 지키고 있다.
“또다시 경찰이 난입한다면 이번엔 오른쪽 다리로 막아서 휠체어를 타고
연설하겠다”는 그는 “불씨 하나를 도리깨나 싸리비로 마구 쳐대니 불꽃이
훨씬 더 커져버린 형국”이라며 “사실 이번 농성은 조용하게 시작했는데, 강
제철거로 분노와 힘이 솟구치고 있다”고 말했다.
농성단의 일과는 아침 7시에 일어나 매일 정오에 규탄집회를 열고 국회진
입을 시도하며 경찰과 싸우는 것으로 계속된다. 민주노총의 10대 개혁입법
요구외에 연맹별로 농성이 있어서 국회 주변엔 ‘해고자복직’, ‘택시 완전월
급제’, ‘삼미특수강 고용승계’ 등 현안해결을 요구하는 노동자들의 목소리
로 그득하다.
철거사태 이후 산하노조, 단체, 학생 등 방문객도 끊이지 않고 있는데,
한국노총 산하 어느 노조는 투쟁기금에 써달라며 10만원을 직접 전달했고
축협노조는 계란, 우유 등을 가져와 천막 한켠에 쌓아두기도. 노천에서 농
성을 하는 상황에서 기본적인 의식주 해결이 가장 어려운 일인데, 민주노총
은 지난 9일 중집위에서 이번 농성을 위해 1천만원의 투쟁기금을 모으기로
결의하기도 했다.
*연맹들 장기 살려 ‘한몫씩’
농성중에도 산별연맹들이 각기 장기를 발휘하고 있다. 현수막을 걸 구조
물 설치나 모닥불을 피울 장작뭉치를 가져다 놓는 일은 단연 건설노련(위원
장 이용식)의 몫. 보건의료노조(위원장 이상춘)는 10일 민중대회에서 다수
부상자가 발생하자, 나순자 서울본부장 등 간부들이 중앙대 필동병원으로
급히 출동해 응급처치에 나서기도 했다. 경찰과 충돌이 잦은 요즘 간호사
출신 노조간부들의 활약이 크다. 민주택시연맹은 14일로 계획된 차량시위를
앞두고 2-300대의 택시를 대기시킬 작정이다. 내년 1월 통합을 앞둔 민주화
학연맹(위원장 오길성)과 민주섬유연맹(위원장 황영호)의 경우 천막 한동에
서 함께 농성을 벌이면서 ‘통합의지’를 다져나가기도.
한편 늘어나는 농성대오에는 노동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민주노동당(준
)(상임대표 권영길)도 지난 10일 ‘근본적 정치개혁’과 ‘주40시간 노동제’
등을 요구하면서 천막을 쳤다. 국회의원 전원을 ‘직무유기’로 고발해 눈길
을 일과를 보내고 있다.
[저 자] 황보연 기자
[출 처] 매일노동뉴스
[발 행 일] 1999.12.14
[발 행 처] (주)매일노동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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