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힘에 대한 비전을 이야기할 때 자주 언급되는 것은 바로 마셜 플랜이다. 1947년 초여름에 발표된 마셜 플랜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서유럽의 재건을 조정하고 통합하려는 첫 번째 본격적인 노력이었다. 이 계획은 거대했다. 1950년대 초까지 이어진 이 계획에서 미국의 총 지출은 약 130억 달러에 달했다. 이를 오늘날의 물가로 환산하면 약 2천억 달러에 해당한다. 경제적 노력을 측정하는 더 나은 척도인 GDP에 비례해서 본다면, 마셜 플랜은 더욱 인상적이다. 이 계획이 끝날 무렵, 마셜 플랜은 1947년 미국 GDP의 약 5%에 해당했다. 오늘날 같은 비율로 노력하려면 1조 달러를 넘겨야 한다. 1940년대에 미국의 큰 부분이 아직도 현대적 기준에서 보면 전기가 들어오지 않거나 실내 화장실 같은 기본 시설이 부족한 개발도상국 수준이었다는 사실을 고려한다면, 그 규모는 더 커져야 한다. 오늘날 우리의 부유함은 1947년에 비해 훨씬 더 큰 '잉여'를 만들어낼 수 있어, 5%의 노력도 더 관리하기 쉬울 것이다.
마셜 플랜은 미국의 선견지명이 돋보이는 일방적인 행동이었다. 이는 제2차 세계대전 동원 노력 이후 뉴딜 사상의 대표적인 산물로, 전후 서유럽을 경제적 기적의 길로 이끌었다고 평가받는다. 그 이후로 마셜 플랜은 거대한 지정학적 경제 정책의 이상형으로 여겨지고 있다.
마셜 플랜을 역사적 사건으로서 다룰 이야기는 나중에 더 하겠다. 여기서 내가 주목하는 것은 오늘날의 정책 담론에서 들리는 그 메아리들이다.
"조지 마셜은 미국의 전후 계획에 이름을 붙인 당시 국무장관이었다. 오늘날의 미국은 1948년 마셜 플랜이 시작되었을 때 누렸던 패권적 힘을 더 이상 가지고 있지 않다."
마셜 플랜의 신비로움은 미국 자체보다 오히려 미국의 동맹국들 사이에서 더 강하게 느껴진다. 파이낸셜 타임즈(FT)의 앨런 비티가 날카롭게 지적한 것처럼,
영국 전 총리 고든 브라운은 지난 15년 동안 최소 다섯 번의 마셜 플랜을 요구했다. 2001년에는 전반적인 원조를 위해, 2005년에는 아프리카를 위한 원조, 2007년에는 기후 변화 대응, 2010년에는 글로벌 금융 규제 확대, 그리고 2016년에는 다소 과도한 개념 확장이지만 시리아 난민을 돕기 위해서였다.
따라서 2021년부터 2023년까지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국장을 역임한 브라이언 디스(Brian Deese)가 미국 선거철에 《포린 어페어스(Foreign Affairs)》 지면에서 '청정 에너지를 위한 마셜 플랜'을 주장한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
디스(Deese) 자신도 인정하듯이, 마셜 플랜에 대한 이야기는 진부한 표현이며, 사람들의 눈길을 끌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이번 경우에는 그 진부함으로 우리가 눈을 돌리는 것이 문제라기보다는, 습관과 반복에 젖어 디스의 주장을 제대로 주목하지 않고 지나칠 위험이 더 크다. 이는 오늘날 미국의 거대한 전략이 어떤 교착 상태에 빠져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2021년 이후, 디스와 바이든 행정부 주변 인사들은 다양한 글로벌 이슈에서 미국의 리더십을 주장하며 많은 목소리를 냈다. 최근 몇 년간 우리가 배운 것 중 하나는 미국의 진보 세력이 여전히 미국의 세계적 리더십을 강조하는 데 익숙하다는 점이다. 바이든 팀은 적어도 공적으로는 큰 세계적 문제들에 대한 해결책은 미국에 있다고 굳게 믿고 있다.
그리고 몇 가지 분야에서는 미국의 리더십 주장이 사실상 자명하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달러 기반 글로벌 금융 시스템이 2008년과 2020년처럼 심각한 위기를 겪을 때,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연방준비제도(Fed)의 개입뿐이다. 미국의 동맹국이나 협력국이 전쟁이나 대리 갈등에 휘말리면, 미국의 군사력이 동원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미군의 과도한 군사 예산은 단순히 미국 본토를 방어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훨씬 적은 비용으로도 가능하다. 글로벌 군사 강국은 그에 걸맞은 글로벌 군사력을 사용한다.
최근 이 원칙에서 눈에 띄는 예외는 아프가니스탄 철수였다. 이는 바이든이 개인적으로 중시한 일이었지만, 현장에서나 미국 내 여론에서 모두 실패로 끝났다.
현시점에서 달러와 무기(확장된 의미에서), 데이터, 그리고 첨단 기술이 미국의 눈에 띄는 힘이다. 배경에는 정보와 대형 기술 기업들, 그리고 우주 기술에서의 큰 우위가 있다.
이 네 가지 요소, 금융, 무기, 데이터, 우주는 모두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하지만 이를 패권 프로젝트로 보기에는 미약하다. 미국은 대개 이러한 힘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 복잡한 정당성을 제시하지 않는다. 워싱턴이 정의하는 국가 이익, 외국이나 상업 로비의 과도한 영향력, 또는 동맹국(대표적으로 이스라엘)에 대한 이익을 방어하기 위해 미국의 힘을 사용한다.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가 "민주주의 대 독재"나 "규칙 기반 질서"와 같은 개념을 통해 더 포괄적인 권력 프로젝트를 구상하려 할 때마다 신뢰성을 잃고 실패한다. 미국 민주주의의 위태로운 상태는 비밀이 아니며, 미국이 국제법과 질서의 허약한 제도를 무시하는 모습은 누구에게나 분명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규칙 기반 질서"에 대한 언급은 위선적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더십에 대한 고귀한 주장은 계속되고, 1940년대 미국 패권의 정점은 여전히 소환된다. 그 결과, 정치와 역사가 뒤섞여 혼란을 초래한다. 디스가 제안한 '청정 에너지 마셜 플랜'은 그 대표적인 사례다.
디스는 마셜 플랜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미국이 청정 에너지 전환 산업에서 리더십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분야에서 미국은 주요 지정학적 경쟁국에 비해 뒤처져 있다. 디스는 마셜 플랜을 단순히 미국의 수출 촉진과 산업 정책의 연장선으로 왜곡함으로써, 그 역사적 긴장을 해결하려 한다. 즉, 과거의 전설적인 마셜 플랜을 현재의 축소된 프레임에 맞춰 평평하게 만든 것이다.
마셜 플랜은 전후 유럽 재건을 위한 비전에서 출발했으며, 독일의 재통합을 포함해 산업 및 인프라 투자를 촉진하고 유럽 통합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결국 이는 미국과 미국 경제에 이익이 될 것임이 명백했지만, 마셜 플랜을 단순한 수출 촉진 계획으로 축소하는 것은 지나치게 물질적인 해석이다. 그러나 디스는 바로 그러한 해석을 주장하고 있다. 디스는 마셜 플랜이 오늘날 미국에 중요한 이유는 그 고귀한 이상이나 광범위한 비전 때문이 아니라, 산업 수출 촉진의 성공 사례를 제시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다음은 디스의 해석이다.
"근본적으로 마셜 플랜은 유럽 재건을 위해 미국의 제조업 및 산업 역량을 강화하는 데 공공 자금을 사용한 산업 전략이었다. 워싱턴은 4년 동안 130억 달러, 오늘날의 가치로 약 2천억 달러를 지출했으며, 대부분은 유럽이 미국 상품과 서비스를 할인 구매할 수 있도록 보조금 형태로 제공됐다. 미국 기업이 프로그램의 중심에 있었기 때문에 마셜 플랜 자금의 70%는 미국에서 생산된 제품을 구매하는 데 사용됐다. 예를 들어, 이탈리아는 마셜 플랜 자금을 사용해 미국의 시추 기술, 파이프, 기타 산업 장비를 구매해 자국의 에너지 부문을 재건했으며, 이 과정에서 토스카나의 용암층에서 발생하는 증기를 활용한 유럽 최초의 상업용 지열 발전소를 재가동할 수 있었다. 1950년까지 그 지역의 지열 용량은 두 배 이상 증가해 이탈리아 전체 전력 수요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게 됐다."
하지만 1947년에 가장 시급했던 문제는 미국 산업 수출 촉진이 아니라 "달러 부족"이었다. 전쟁과 1930년대의 위기를 겪고 크게 손상된 유럽 경제는 달러에 비해 과대평가된 환율을 유지하는 엄격한 환율 통제 시스템에 갇혀 있었으며, 이로 인해 수입은 증가하고 수출 경쟁력은 떨어졌다. 그 결과 유럽 국가들은 수입을 배급제로 관리하고 미국과의 양자 간 원조와 대출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1947년 봄, 냉전이 심화하면서 독일과 프랑스가 공산주의가 부상하는 위험한 분쟁지역으로 변할 가능성이 커졌고, 마셜 플랜의 목표는 제1차 세계대전 이후와 같은 충격적인 디플레이션을 강요하지 않고 이 교착 상태를 해소하는 것이었다. 마셜 플랜은 즉각적인 평가절하와 긴축을 강요하기보다는, 1945년 이후 지배적인 양자 중심 모델이 아닌 유럽 회복을 위한 공동 프로그램을 통해 수입과 투자에 필요한 달러를 제공했다.
오늘날 세계 경제의 주요 문제는 더 이상 "달러 부족"이 아니다. 미국의 적자와 관대한 신용 정책 덕분에 세계는 달러로 넘쳐난다.
현 상황에서 진정한 마셜 플랜의 유사 사례는 미국이 아니라 중국에서 찾아볼 수 있다. 중국은 미국과 달리 1940년대 경제처럼 환율 통제를 운영하고 있으며 막대한 무역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2024년 여름, 중국 내부와 외부에서 새로운 제조업 제품 수출을 위한 자금 지원 계획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 자금 지원은 특정 산업에서 현지 생산을 대체할 수 있지만 글로벌 총수요를 약화하지 않으며, 베이징은 아프리카로부터의 수출을 받아들이는 움직임도 보인다. 디스가 강조하는 또 다른 경쟁 압력은 바로 이러한 이유로 워싱턴이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경제 분석가 브래드 셋서가 설명한 것처럼, 미국과 중국의 경상수지 상태(즉, 무역 흑자가 있는지 여부)가 마셜 플랜을 위한 자금을 모으는 데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우리는 1940년대에 살고 있지 않다. 중국 환율 시장을 제외하고는 달러는 자유롭게 차입되고 대출된다. 미국 금융 자산에 대한 수요는 막대하다. 따라서 미국이 달러 신용 제도를 자금 지원하고자 한다면 수출을 통해 달러를 벌 필요는 없다. 부채를 발행하고 그 수익을 재활용하면 된다. 이는 미국에서 세계로 자금이 순 유출되는 것이 아니라, 마셜 플랜 당국이 관리하는 달러 시스템 내에서 자금이 순환하는 것이다. 이를 주권 사모펀드로 생각하면 된다. 대규모로 보면, 이는 미국의 국제 수지 방식이기도 하다. 외국에서 미국으로의 안전한 자산에 대한 투자가 미국 투자자가 위험하고 수익이 높은 외국 자산을 구매하는 것을 상쇄하는 것이다. 이러한 흐름에서 미국은 매우 큰 이익을 얻는다.
미국이 이러한 모델을 바탕으로 저렴하고 효율적인 청정 에너지 기술 구매를 보증하고, 이를 통해 전 세계적으로 녹색 산업화를 촉진한다면 이는 완벽한 전략일 것이다. 디스가 제안한 대로 민간 대출을 통해 공공 자금을 더 확장시키는 방식은 그 효과를 증대시키고, 이는 다니엘라 가보르(경제학 교수로 그림자 금융, 기후 금융 연구)가 언급한 '월가 컨센서스'와도 일치한다. 이를 통해 수십억 달러에서 수조 달러로 글로벌 원조 규모를 확대한다면, 이는 민간 후원자들에게 큰 수익을 안겨줄 수 있지만, 세계 에너지 전환의 도약을 위한 대가로는 충분히 가치가 있을 것이다.
이것은 논리적으로 타당한 제안이다. 하지만 이것은 디스의 진짜 아이디어가 아니다. 그가 주장하는 터무니없는 제안은 세계가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 것은 미국의 청정 에너지 기술이라는 것이다.
가장 명백한 질문은, 대체 미국의 청정 에너지 기술이 무엇이냐는 것이다.
디스가 긍정적으로 말하듯이: "좋은 소식은 태양광 발전부터 배터리 저장, 풍력 터빈에 이르기까지 필요한 대부분의 기술이 이미 상업적으로 확장 가능하다는 점이다." 맞다! 이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워싱턴의 관점에서 문제는 이 상업화를 선도하는 국가가 미국이 아니라 중국이라는 것이다. 그것도 거대한 규모로, 미국의 저항을 이겨내며 말이다.
예를 들어, 디폴트 위기에 처한 파키스탄은 청정 에너지 마셜 플랜의 주요 후보로 보이지만, 파키스탄에 값싼 태양광 패널을 대거 공급하고 있는 나라는 미국이 아니라 중국이다. 블룸버그의 보도에 따르면
파키스탄은 올해 상반기에 약 13GW의 태양광 모듈을 수입했으며, 이는 중국 수출업자들의 세 번째로 큰 수출지다. 파키스탄의 설치된 전력 생산 용량은 50GW에 불과하다.
디스가 그의 청정 에너지 마셜 플랜에서 촉진하려는 기술들은 다소 기묘한 목록을 이룬다: 지열, 수소, 탄소 포집, 그리고 원자력이다.
이 지점에서 언어적 트릭이 명백해진다. 디스가 실제로 추진하려는 것은 "녹색 에너지" 마셜 플랜이 아니라, "청정 에너지" 마셜 플랜이다.
디스가 선호하는 몇몇 기술들이 장기적으로 중요할 수는 있지만, 이들 중 어느 것도 가까운 미래에 에너지 전환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널리 예상되지는 않는다. 또한 미국이 수소, 지열, 그리고 탄소 포집에서 강력한 플레이어로 자리 잡은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이들 기술은 모두 미국 화석 연료 산업이 선호하는 "청정 기술"로, 종합적인 녹색 에너지 전환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로부터는 의심을 받고 있다.
수소와 탄소 포집을 지지하는 화석 연료 이해관계는 오랫동안 미국 연방 정책의 혜택을 받아온 세력이며, 2010년대 이후에는 미국을 세계 최대의 석유 생산국으로 만든 '셰일가스 혁명'을 주도한 세력이다. 미국 석유협회(API)와 상공회의소는 바이든 행정부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대한 공화당의 폐지 시도를 막기 위해 나설 것이라고 밝힌 바 있으며, 특히 수소 보조금을 유지하는 데 주목하고 있다. 디스의 제안은 이러한 화석 연료에서 영감을 받은 "청정 에너지" 비전과 완전히 일치한다.
흥미롭게도, 이 같은 화석 연료 이해관계는 마셜 플랜에서도 혜택을 받은 세력이었다. 디스가 마셜 플랜을 산업 정책 도구로 편향되게 강조하는 것과 달리, 1947년 당시 유럽이 가장 먼저 필요로 했던 것은 식량과 원자재 구매를 위한 달러였으며, 이후에야 산업 제품 수입이 뒤따랐다. CRS 보고서에 따르면,
"달러 원조로 구매한 물자의 내용은 유럽의 필요에 따라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화했다. 초기에는 식량, 사료, 비료, 연료 등 즉각적인 식량 관련 물자를 제공했으나, 결국 원자재와 생산 장비로 전환됐다. 1948년 초에서 1949년 사이에 식량 관련 지원은 전체의 약 50%에서 27%로 감소했고, 그와 동시에 원자재와 기계류의 비율은 20%에서 50%로 증가했다."
유럽이 필요로 한 물자 중 하나는 석유였다. 최근 연구에서 그로스, 멜스테드, 차셰로는 1947년 이후 미국의 원조가 유럽의 석유 수입 증가와 정제 능력 확장에 물질적으로 기여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ERP(유럽부흥계획) 지원, ERP 체제 하에서 지불된 원유 및 석유 제품의 운송, 정유소에 대한 ERP 자금 지원과 정유 용량의 발전. 1948년부터 1951년까지 국가별 모든 데이터."
물론, 이러한 사실들이 마셜 플랜 신화가 현대적 목적으로 재활용되는 것을 막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논의가 역사가 아닌, 혹은 실제로 존재하는 녹색 에너지 전환과 관련이 없다면, 디스의 청정 에너지 마셜 플랜에 대한 주장은 무엇을 목표로 하는 것일까? 워싱턴과 그 밖의 지역에서는 이것이 사실상 워싱턴 내부 권력 싸움과 관련된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디스의 제안은 이번 여름에 등장한 유일한 제안이 아니다. 최근 몇 주간 제이크 설리번(미국의 외교 및 국가안보 전문가)과 딜립 싱(미국 국제 금융 및 경제 정책 전문가)은 주권부펀드(Sovereign Wealth Fund)를 설립하기 위해 정기적인 회의와 "브레인스토밍 세션"을 열고 있다고 알려졌다.
다시 말해, 워싱턴의 이러한 논의는 실제 주권부펀드의 논리를 기이하게 뒤집고 있다. 실제 주권부펀드는 무역 흑자가 만성적인 국가들이 수출 수익을 보호하고 이를 자국 경제에 과도한 왜곡을 일으키지 않도록 달러 시스템 내에서 재배치하는 메커니즘이다. 이 모델을 만성적인 무역 적자를 기록하는 미국에 적용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미국은 달러 시스템의 주인이고, 가장 큰 안전 자산 발행국이며, 무역 적자를 기록하는 경제다. 마이클 페티스(Michael Pettis)가 지적한 것처럼, 이 두 가지 사실은 서로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그러나 다시 말해, 주권부펀드에 대한 논의는 거시경제적 논리가 핵심이 아니다. 물론, 미국은 "주권부펀드"를 마셜 플랜처럼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로 차입한 뒤, 더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투자를 하면 된다. 이것은 금융 전문가들이 매일매일하고 있는 일이다.
이러한 제안들이 단순히 무의미하지 않기 위해서는, 그것들을 미국의 정치적 교착 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한 자율성 확보 시도로 이해해야 한다. 경제 전략가들이 원하는 것은 의회의 감시와 규제로부터 벗어난 자유로운 행동 권한이다. 그들이 극복하고자 하는 것은 미국이 원래 마셜 플랜과 같은 것을 실현할 수 없는 상황과 주권부펀드가 자국 자산을 활용하는 방식에서 미국이 따라 할 수 없는 명백한 한계다.
디스의 제안이 구체화되고 활기를 띠는 것은 바로 이 지점이다. 《포린 어페어스(Foreign Affairs)》 기사에서 그는 이렇게 설명한다.
“청정 에너지 금융 당국이 효과적이기 위해서는 크면서도 민첩해야 한다. 미국은 에너지 전환을 이끄는 공공 자금 제공 면에서 다른 나라들에 뒤처졌을 뿐만 아니라, 그 재정 지원도 불필요하게 경직되어 있다. 외국 관료들은 미국이 100페이지 분량의 조건 목록을 들고 나타나는 반면, 중국은 백지 수표를 들고 온다고 농담한다. 미국의 금융 당국은 복잡한 규정에 묶여 있어, 국가 이익을 증진시킬 수 있는 투자를 가로막고 있다. 예를 들어, 저소득 및 중간소득 국가에 투자하는 미국 국제개발금융공사(DFC)는 칠레가 고소득 국가로 분류된다는 이유로 리튬 가공 프로젝트에 투자할 수 없지만, 저소득 국가인 콩고민주공화국의 기업들은 DFC의 엄격한 노동 기준을 충족하기 어려워한다.
청정 에너지 금융 당국을 위한 유망한 모델도 존재한다. 국내적으로는 에너지부의 대출 프로그램 사무소가 지난 2년 동안 180억 달러에 달하는 11건의 투자 약정을 승인하면서 그 역량을 빠르게 확장했다. 이는 그 이전 3년간 단 2건의 약정에 비하면 큰 진전이다. 국제적으로는 DFC가 기후 관련 대출을 지난 3년 동안 5억 달러 미만에서 거의 40억 달러로 확대했다.
이러한 성공적인 모델의 가장 효과적인 요소들을 청정 에너지 금융 당국에 통합해야 하며, 부채와 자본을 발행할 수 있는 다목적 금융 도구를 갖추어야 한다. 외국 자본과 결합해 위험 프리미엄을 낮추는 보험 및 보증 같은 창의적인 방식으로 이 자금을 배치할 수 있어야 한다. 에너지부가 이미 보유한 신기술, 예를 들어 첨단 원자력 에너지, 수소 에너지, 탄소 포집 및 저장 기술에 대한 위험과 혜택 평가 전문성을 활용해야 하며, 이를 새로 만들 필요는 없다. 청정 에너지 금융 당국은 재무부가 관리할 수 있는데, 재무부는 위험 보증과 재정 관리 경험을 가지고 있고, 여러 기관과 긴밀히 조정할 수 있는 임무를 부여받을 수 있다. 이렇게 유연하고 시장 지향적인 금융 역량을 통해 청정 에너지 금융 당국은 금융 거래를 방해하지 않고 오히려 가속화하고 촉진할 수 있을 것이다.”
바이든 경제 정책의 후반부를 지지하는 이들이 주목하고 있는 자금 중 하나는 재무부의 교환 안정화 기금(ESF)이다. 이 기금은 뉴딜 시대에 설립된 깊은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1933년 금본위제에서 달러가 해제된 후 달러 환율을 관리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경제 전략가들이 손에 넣고 싶어 하는 다른 자금들과 마찬가지로, ESF는 재무부가 즉시 사용할 수 있는 자금이라는 장점이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마셜 플랜 신화나 주권부펀드와 같은 아이디어에 대한 언급은 미국 경제 전략가들이 정치적·행정적 교착 상태를 뚫고 나가기 위한 수사적 장치일 뿐이다. 그들은 민첩함과 자유로운 행동 권한을 얻고 싶어 하며, 무언가, 그 무엇이라도 하려는 것이다.
미국의 군사적, 금융적, 기술적 힘은 여전히 강력하다. 이 힘들이 결합되어 표적 금융 제재와 같은 방식으로 사용될 때 제한적인 경우에는 매우 효과적일 수 있다. 그러나 더 큰 전략적 관점에서 보면, 미국의 전략적 활동 범위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마셜 플랜에 대한 이야기는 실제 글로벌 권력 전략이나 일관된 글로벌 개발 비전과 혼동되어서는 안 된다. 이러한 담론은 오히려 무엇이 결여되어 있는지를 드러낸다. 그것은 급변하는 다극화된 세계에서 미국의 역할에 대한 현실적인 비전과, 그 비전을 실현할 수 있는 실질적인 자원과 권력을 뒷받침할 정치적 다수파의 부재다.
[출처] Chartbook 319 Talking about a Marshall Plan ... for "Clean Energy" (Hegemony Notes 6) (substack.com)
[번역] 하주영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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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덤 투즈(Adam Tooze)는 컬럼비아대학 교수이며 경제, 지정학 및 역사에 관한 차트북을 발행하고 있다. 『붕괴(Crashed)』, 『대격변(The Deluge)』, 『셧다운(Shutdown)』의 저자이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