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용기가 시대를 바꿨다

"해아래 압박있는 곳, 그곳으로, 가자! 평등으로!" 

"지금 당장, 차별금지법, 가자! 평등으로!"

자신을 무지개동지로 일컬은 권수정 민주노총 부위원장의 포효에 집회 참여자들도 목청 높여 외쳤다. ‘가자, 평등으로!’. 1월 15일, 내란수괴 윤석열이 비로소 체포된 바로 그날 저녁, 평등으로 가는 그 길목에서, “윤석열 퇴진! 평등으로 가는 수요일 <우리의 시대는 다르다>” 집회가 ‘윤석열 퇴진! 세상을 바꾸는 네트워크’ 주최, ‘윤석열 퇴진 성소수자 공동행동’ 주관으로 개최되었다. 퀴어들의 오랜 터전 용산-이태원에서 굴러온 돌 윤석열이 빠진 날, 환호성이 광장을 메웠다.   

집회의 제목 <우리의 시대는 다르다1>는, 8년 전 박근혜 탄핵 이후 이어진 대선 정국에서 진행된 성소수자 촛불문화제의 제목과 같다. 달라진 시대를 기필코 쟁취해내겠다는 이 제목은 허공에 흩어질 말이 아니다. 이는 우리가 서로에게 주고 받는 마음과 몸으로 느끼는 감각에서 확신하는 현실이다. ‘윤석열즉각퇴진 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의 공동의장으로 역할하는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이호림 집행위원의 말처럼, 우리가 우리의 힘으로 직접 다른 시대를 만들고 있기 때문. 오늘날의 변화는 더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자 확산되는 파장이다. 성소수자의 인권을 옹호하는 많은 시민들이 더 달라질 ‘우리의 시대’를 꿈꾸면서 저마다의 자리에 심었던 변화의 씨앗이 싹을 틔우고 꽃으로 피어 향기가 난다.  

단단히 얼어있던 낙인과 혐오의 땅에서 평등으로 움튼 싹에게 양분이 된 것은 성소수자들의 용기다. 계엄 선포 이후 나날이 이어진 퇴진 집회에서 성소수자들은 끊임없이 자신의 존재를 당당하게 드러내며 윤석열도 성소수자 차별도 없는 평등세상을 외쳐왔다. 자신의 정체성을 숨겨야만 했거나, 아무리 말해도 들어주는 사람이 없었던 세상을 더이상 참지 않겠다는 우리의 용기가 거리와 광장에 가득했고, 그 거리와 광장이 또다시 우리에게 손짓했다. 아직도 성소수자들이 단지 자기소개를 하는 것만으로도 강력한 정치적 메시지가 되는 오늘, 지금 거리와 광장의 사람들은 ‘아 그렇군요’, ‘오늘도 배워갑니다’, ‘괜찮다!’, ‘문제없다’며 앨라이가 되어간다.  윤석열 파면, 내란공범 퇴출이라는 직면과제에 이어 점점 더 가까이 다가오고 있는 그 다음 순서는 ‘혼인평등’, ‘성별정정 특별법 제정’, ‘차별금지법 제정’과 같은 구체적인 변화다. 성소수자의 존재를 다시 한 번 깨달은 사회와 정치가 성소수자의 삶을 법과 제도에 반영해야 한다. 

윤석열을 체포하고 내란세력까지 몰아내 퇴진시키는 우리의 투쟁, 그리고 그 거리와 광장에는 아주 다양한 서사와 삶이 교차하고 넘나들며 공존하고 있다. 우리가 수없이 저항하고 싸워온 다양한 이유들과 서사가 윤석열과 국민의힘을 퇴출하려는 이유와 대척하지 않기 때문에 이 다양성은 거리와 광장에 모인 서로에게 전혀 상처를 남기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의 힘을 증폭한다. 그렇기 때문에 성폭력 피해 여성과, 쓰다버린 물건 취급당한 노동자와, 평생 시설에 갇혔던 장애인과, 사랑하는 사람을 먼저 떠나보내야 했던 성소수자가 서로에게 연대하며 더 강고한 힘을 구축하는 것은 너무나도 자연스럽고 투쟁의 밀도를 높인다. 

김겨울 트랜스해방전선 대표가 발언에서 인용한 ‘벽을 눕히면, 다리가 된다’는 앤절라 데이비스의 말처럼, 차별과 혐오는 이제 앞으로 우리가 평등으로 도약할 때 밟고 설 디딤돌 역할 외엔 쓰임새가 없다. 각기 다른 정체성 속에서 찾아볼 수 있는 공통된 투쟁의 이유와 연대는 내란수괴 윤석열 그리고 내란세력 국민의힘과 극우세력을 넘어서고 있다. 저들이 앞장서온 소수자들에 대한 혐오와 차별을 조금이라도 더 빨리 과거형으로 만들기 위해, 거리와 광장에 모인 다양한 ‘우리’는 서로의 세계에 기꺼이 초대받고 초대하며 이 사회를 바꾸고 있는 스스로를 확인한다. 우리의 용기가 시대를 바꿨다. 내란수괴, 차별수괴, 혐오수괴 끝장내고 가자, 평등으로!   

1. 권순부, “[왜냐면] 우리의 시대는 다르다”, 한겨레, 2017.04.10.

덧붙이는 말

오소리는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에서, 소주는 'HIV/AIDS인권행동 알'에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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