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8일째 불타버린 한국옵티칼하이테크 공장 옥상에, 56일째 명동역 세종호텔 앞 지하차도 위 교통시설물에, 26일째 한화오션 본사 앞 교통감시카메라 철탑에, 박정혜와 소현숙, 고진수, 김형수 네 명의 노동자가 올라 있다. 노동자·시민들은 윤석열 파면 이후 광장이 요구하는 사회대개혁의 시작은 이들 "고공에 오른 노동자가 이겨서 땅을 밟는 것"이라며 조기 대선에 뛰어든 후보들과 정당들에 고공사업장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 나설 것을 촉구했다.
'고공농성 3개 사업장 문제 해결 촉구' 기자회견. 참세상
민주노총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와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서비스연맹 관광레저산업노조 세종호텔지부는 9일 오전 국회 앞에서 '고공농성 3개 사업장 문제 해결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참여자들은 "윤석열은 파면되었지만 여전히 고공에서 투쟁하는 노동자들이 있다"면서 "윤석열이 만들고자 했던 세상이 아닌, 새로운 세상을 위한 사회대개혁의 시작은 노동악법에 의해 생존의 벼랑 끝으로 몰리고, 살고 싶어 고공에 오른 노동자들을 땅으로 내리는 것이야 한다"고 짚었다.
윤석열 파면되었지만 노동자 문제 해결된 것 아냐
박정혜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수석부지회장은 전화 연결을 통해 "윤석열은 파면되었지만 노동자의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몸과 마음도 지칠 대로 지쳐 있지만 이대로 내려갈 수는 없다"고 네 명의 고공농성자들을 대표해 마음을 전했다.
이어서 "고공에 오른 박정혜, 소현숙, 고진수, 김형수 4명의 노동자가 고공에서 외친다. 그저 일하게 해달라, 차별하지 말라, 노동자 일할 권리 보장하라, 우리는 쓰다 버리는 소모품이 아니다, 노동법 전면 개정하라, 이것이 우리의 요구"라 밝히고 "절박한 심정으로 오른 고공농성을 더는 이대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 정치권이, 사회가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더 이상 삶과 죽음의 기로에서 고민하는 시간이 없길 바란다. 그것이 무너진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는 것이고, 그것이 사회대개혁의 시작이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사회대개혁의 시작은 고공 오른 노동자들이 땅으로 내려오는 것". 참세상
대선은 사회대개혁의 시간, 후보와 정당들 문제 해결 나서야
기자회견 참여자들은 "사회대개혁의 첫 번째 의제는 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노동자들의 노동권 보장이어야 한다. 그 시작은 고공에 오른 노동자들이 노동할 권리를 보장받고 약속이 이행되어 무사히 땅으로 내려오는 것이야 한다"면서 "대선은 사회대개혁의 시간이 되어야 하고,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후보, 집권하려는 정당은 고공사업장 문제에 대해 답을 하고,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노동당, 녹색당, 정의당을 비롯해 진보당, 더불어민주당, 사회민주당 당직자들과 국회의원들도 참여했다.
이백윤 노동당 대표는 "다가오는 대선은 한국 사회에 뿌리 깊은 이 자본의 세상, 그리고 그것을 가능케 한 기득권 정치를 바꿀 수 있는 마중물을 형성할 것인지, 아니면 땅에서는 발 디딜 곳도 살 곳도 없어 결국 하늘로 올라가야 하는 이 현실을 또다시 우리 사회가 그저 스쳐 지나갈 것인지 판가름할 것"이라면서 "광장의 시민들은 윤석열 파면은 시작일 뿐이라고 외쳤다. 다가오는 대선에서 이 사회대개혁을 어떻게 완수할 것인지, 그 출발점으로 고공에 올라간 노동자들이 어떻게 땅을 밟게 하고 현장을 바꿔낼 것인지 우리 사회는 답해야 한다"고 말했다.
상현 녹색당 대표는 "우리가 해야 하는 사회대개혁은 노동자의 권리로부터, 노동자의 존엄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경영 실패의 책임에 면죄부를 주는 정리해고법을 폐지하자. 노조할 권리 차별하는 노조법 2·3조 개정하고 비정규직 하청 노동자 차별을 철폐하자. 먹튀 자본 규제하고 처벌하는 먹튀 방지법을 제정하자. 우리가 할 수 있다. 무엇보다 당연한 권리를 위해서 노동자가 고공에 올라야 하는 이 세상을 바꾸자"고 이야기했다.
엄정애 정의당 부대표는 "윤석열이 파면됐다. 오늘 모인 노동자들도 광화문에 천막 농성장을 설치하고 비와 눈을 맞으며 함께 싸워 왔다"면서 "윤석열 없는 공장에는 먹튀 방지 3법이 있어야 한다. 윤석열 없는 조선소에서는 노란 봉투법이 있어야 한다. 윤석열 없는 세종호텔에는 우선 재고용과 고용 안정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엄 부대표는 또한 "조기 대선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또다시 이 모든 것들이 빨려 들어갈까 두렵다"면서 "지금 해결해야 한다. 국회는 당장 노동자들을 위해 나서줄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기자회견의 사회를 맡은 이청우 세종호텔 정리해고 철회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은 "고공 사업장 문제 해결과 이 투쟁의 의제들은 단연코 정치의 문제이고, 더구나 대선 기간"이라며 고공농성 3개 사업장은 대선 기간 동안 주요 후보들과 정당들에 면담을 요구하고 문제 해결에 함께 나서줄 것을 촉구할 예정"이라 밝혔다.
참여자들은 '니토덴코는 고용을 승계하라, 세종호텔은 정리해고 철회하라, 한화는 약속을 지켜라, 노동법 전면 재·개정으로 노동권을 보장하라"고 함께 외치면서 이날 기자회견을 마무리했다.
세종호텔지부와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는 기자회견 다음날인 10일 저녁 6시 30분, 세종호텔 앞에서 '고공농성 승리 투쟁문화제'를 열고 "비정규직·정리해고, 노조탄압 없는 세상"을 향한 노동자·시민들의 마음을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