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은 끝나지 않았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내란에 동조한 혐의를 받는 이를 헌법재판관으로 임명하고, 손현보와 전광훈 등 극우세력은 차별과 혐오 선동을 멈추지 않고 있다. 기나긴 겨울, "윤석열 파면"과 함께 "존엄과 평등"을 외치며 "민주주의를 지켜낸" 이들은 다시 광장을 향한다. "윤석열 없는 나라, 이제는 차별금지법 있는 나라로 갈 때"라며 차별금지법 제정으로 내란을 종식하고 극우세력의 힘을 키워온 낡은 정치를 단호하게 끊어내자고 촉구하고 나섰다.
"평등이 지킨 민주주의, 차별금지법 있는 나라로".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제공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윤석열 퇴진! 세상을 바꾸는 네트워크를 비롯한 12개 인권시민사회단체들은 10일 오전, 광화문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평등이 지킨 민주주의, 차별금지법 있는 나라로 광장의 승리를 이어가자"고 함께 외쳤다.
'시민들과 함께 광장을 지켰던 공동주최 단위 일동'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넉 달의 시간을 가득 채운 지난 4월 4일, 마침내 내란의 우두머리, 차별을 심화시키는 데 앞장섰던 혐오의 대통령이 파면됐다"면서 "전국에서 열린 광장의 시민들은 더는 부정선거론으로 무장한 내란동조세력의 자리를 허락하지 않았다. “모두가 존엄한 차별 없는 평등한 세상”은 광장의 열망으로 확인되었고 차별금지법은 그 열망을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 의제로 호명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한 "내란 청산의 과정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세력화한 극우를 뿌리 뽑는 일이고, 차별과 혐오를 먹고 자라는 극우세력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누군가를 차별하고 이 사회에서 배제하자는 혐오가 작동할 수 없는 사회적 토대가 만들어지는 것으로, 즉 차별금지법 만들 줄 아는 나라가 되는 것"이라며 "시민들이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세력 앞에 타협하지 않고 정의를 택하였듯 정치도 더는 종교를 빙자한 극우세력과 타협하지 않고 평등으로 전진하기 위해 차별금지법 제정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속되는 내란 여파, 시민들 낙인과 차별 속에 가둔 정치 단호히 끊어내야"
첫 발언자로 나선 이종걸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공동대표는 헌재의 파면 선고 이후에도 “윤석열은 사과와 성찰도 없이 여전히 관저를 비우지 않고 자신의 정치를 지속"하고 "민주적 정당성도 없는 한덕수는 2명의 헌법재판관을 지명했다"며 "내란의 여파는 아직도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광장에 모인 시민들의 주된 요구는 윤석열 파면과 내란죄 처벌로 정치권력을 준엄하게 심판하고, 그러한 정치를 양산한 현실의 조건을 변화시켜야 한다는 것”이었다며,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을 요구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낙인과 차별 속에 가두고 있는 정치를 단호히 끊어내고, 광장에서 울려 퍼진 평등의 요구를 차별금지법 제정으로 실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혐오와 차별로 세 불려 온 극우세력, 차별금지법 제정으로 막아내야"
박한희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공동대표도 "혐오와 차별의 정치를 펼쳐 온 윤석열이 없는 세상은 모두의 평등과 존엄성이 보장되는 사회여야 한다는 것이 광장의 요구"였으나 "극우세력을 이끌어 온 손현보 목사는 탄핵 결정에 승복한다면서도 차별금지법 제정이 추진되면 다시 집회를 하겠다고 밝혔고, 전광훈 목사는 중국인, 이주민,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을 선동하고 있다"면서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 선동으로 세를 불려 온 극우세력이 내란에 동조하여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지경에 이른 지금, 극우세력의 폭주를 막고 새로운 민주주의를 만들기 위해서도 차별금지법은 반드시 제정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차별금지법 제정으로 이주민도 같은 사람으로"
극우 진영은 성소수자와 함께 이주민에 대한 혐오를 주된 자양분 삼아 세를 키워왔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우다야 라이 이주노동조합 위원장도 참여하여 한국 사회에서 이주민들이 겪는 구조적 차별과 인권 침해를 지적하며, “이주노동자, 이주민들을 차별과 공격의 대상이 아니라 같은 사람, 같은 사회구성원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주노동자는 한국경제의 버팀목이지만 강제노동과 산업재해, 야만적 단속에 시달리고 있다”며 이들에 대한 "차별과 착취, 혐오를 없애고 평등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차별금지법 제정이 절실하다고 힘주어 이야기했다.
"존엄과 평등의 편에 서겠다는 단호한 선언, 국회부터 나서야"
미류 '윤석열 퇴진! 세상을 바꾸는 네트워크' 활동가는 "계엄 이후 넉 달 동안 싸워서 우리가 민주주의를 지켰는데 왜 이렇게 우리의 기쁨의 유효기간이 짧은지 모르겠다. 한덕수는 이완규를 헌법재판관 지명하면서 민주주의를 지킨 시민 모두를 모욕"했고 "국회에서는 탄핵 반대 집회를 이끌었던 손현보 목사를 초청하여 기도회를 여는 일이 있었다"면서 "내란세력 청산의 과제가 쉽지 않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하게 된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미류 활동가는 또한 "정치가 시민들을 무시하게 된 원인이 바로 일상의 차별이 방치됐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며 차별과 혐오의 "정치가 만들어낸 증상"일 수 있는 극우 세력에 "어떻게 단호하게 대처할 것인가는 우리 민주주의가 마주하고 있는 큰 숙제"라고 짚고는, 차별금지법 제정을 통해 "이 사회가 존엄과 평등의 편에 서 있을 것이라는 단호함"을 보여야 하고, "그 선언을 국회에서부터 해야 한다. 그것이 몇 달 동안 이 광장을 지키며 싸운 시민들에 대한 최소한의 응답"이라 말했다.
"소수자만을 위한 법 아닌, 모두의 존엄 지켜낸 최소한의 기준선"
김철규 '윤석열퇴진을위해행동하는청년들' 활동가는 "광장을 채운 이들은 정치가 오랫동안 외면해 온 바로 몫 없는 이들이었다"면서 "그들의 떨리는 목소리에는 각자의 삶이 묻어나 있었고, 그 목소리들은 윤석열 없는 세상만이 아니라 그다음 세상, 더 나은 사회를 향한 꿈을 담고 있었다"고 환기했다. 그는 이어서 "내란은 완전히 종식되지 않았고 진정한 내란 청산은, 차별과 혐오가 더 이상 정치가 될 수 없는 세상으로 가는 것"이라며 "혐오를 부추기고, 차별을 정치에 이용하는 세력 자체가 청산되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김철규 활동가는 "그래서 우리는 다시 차별금지법을 요구한다"면서 "차별금지법은 소수자만을 위한 법이 아니라, 이 사회 누구도 배제되지 않을 권리, 존엄을 지켜낼 최소한의 기준선"으로 "민주주의를 지키는 법, 내란을 끝내는 법, 다음 사회로 나아가는 길"이라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