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보스 2025: 트럼프 대 폰 데어 라이엔

매년 1세계경제포럼(WEF)은 스위스의 고급 스키 리조트인 다보스에서 열린다올해도 예년과 마찬가지로 130개국에서 약 3,000명이 참석해 자본주의의 문제도전 과제그리고 미래에 대해 논의했다러시아중국인도를 제외한 주요 지역에서 온 60명의 국가 및 정부 수반을 포함해 약 350명의 정부 지도자가 자리했으며다국적 기업의 최고경영자들과 재벌들도 대거 참석했다이들 대부분은 전용기를 타고 다보스로 날아왔다.

올해는 기후 변화와 빈곤 같은 익숙한 주제들은 거의 주목받지 못했다세계 경제의 위대한 인물들이 가장 집중한 화두는 인공지능(AI)이었다. 2025년 WEF의 주제는 "AI 시대의 협력(Collaboration for the Intelligent Age)"이었다. AI는 자본주의 지도자들에게 지금 가장 중요한 관심사다. AI가 경제를 변화시키고 실질 GDP 성장과 생산성을 가속해 모두에게 번영을 가져올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WEF는 《AI 실천실험을 넘어 산업을 변화시킨다(AI in Action: Beyond Experimentation to Transform Industry)》라는 보고서를 발표하며 이러한 전망을 제시했다물론 몇 가지 주의점도 덧붙였다.

AI 업계 대표들은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아마존 웹 서비스(AWS) CEO인 맷 가먼은 "기술이 엄청난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는 이전 글들에서 향후 10여 년 동안 AI가 경제를 어떻게 변화시킬 가능성이 있는지에 대해 논의한 바 있다지금 말할 수 있는 것은미국과 기타 AI 기업들이 AI 개발과 관련 인프라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으며이를 통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려 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러한 투자로 인해 기업들은 기존 이익률을 유지하려면 AI 관련 신규 매출을 수천억 달러 규모로 창출해야 한다로렌스 버클리 국립연구소(Lawrence Berkeley Labs)의 전망에 따르면데이터 센터의 전력 수요가 현재 미국 전체 전력 생산량의 4.4%에서 두 배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이에 따라 PJM과 MISO 같은 독립 시스템 운영자들은 증가하는 전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새로운 발전 용량을 확보하느라 분주하다.

하지만 JP모건의 연구에 따르면이러한 변화는 수익성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며결국 매출과 이익 간의 격차가 확대될 수 있다.

AI 투자는 에너지 수요도 급격히 증가시키고 있다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6년까지 데이터 센터의 전력 소비량만 1,000테라와트시(TWh)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는데이는 일본의 전체 에너지 소비량과 맞먹는 수준이다, "AI 시대(Intelligent Age)"를 위한 에너지원 확보는 엄청난 과제가 될 것이며전 세계 전력 수요와 공급에 깊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와 함께 산업 전반에도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며기업들의 탈탄소화 및 탄소중립(net zero) 목표에도 새로운 도전 과제가 될 것이다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현재보다 훨씬 더 높은 속도로 에너지를 소비하게 될 전망이다.

또한 앞서 언급했듯, AI 발전은 일자리와 노동 소득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향후 2년 동안 AI 투자는 160%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그 결과데이터 센터의 물과 토지 사용량도 환경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취임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위성 연결을 통해 WEF 연설을 진행하며단도직입적으로 미국이 에너지 생산, AI, 규제 완화감세를 바탕으로 "황금 시대(golden age)"에 진입할 것이라고 선언했다그리고 이를 방해하려는 국가들은 각오하라는 경고도 덧붙였다.

트럼프는 미국이 AI 산업을 뒷받침하기 위해 에너지 생산을 두 배로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이를 위해 그는 새로운 발전소의 인허가 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할 것이며기업들이 발전소를 공장 근처에 직접 세울 수 있도록 허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현재 규제상 불가능한 조치다.

기업들은 원하는 어떤 연료든 사용할 수 있으며석탄도 백업용으로 활용할 수 있다트럼프는 이를 "좋고 깨끗한 석탄(good, clean coal)"이라고 표현하며, "어떤 것도 석탄을 파괴할 수 없다날씨도폭탄도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한 투자를 위한 에너지 가격(가정용 에너지가 아닌)을 낮추기 위해 국제 유가를 끌어내리겠다고 선언했다이를 위해 그는 "드릴 베이비드릴(Drill, baby, drill)", 즉 미국과 전 세계가 적극적으로 원유를 시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그의 바람과 달리현실적으로 이는 쉽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미국 내 원유·천연가스 파이프라인 및 송전망 프로젝트는 사실상 중단된 상태이며미국의 셰일 오일 및 수압 파쇄(fracking) 혁명도 점차 한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자원 투자 전문 리서치 업체 괴링 로젠츠바이크 LLC(Goehring & Rozencwajg LLC)에 따르면미국의 셰일 생산량은 이제 장기 하락의 초입 단계에 접어들었다문제의 핵심은 시장 원리나 과도한 규제가 아니라 고갈(depletion)이다이들은 셰일 혁명으로 인한 폭발적 생산 증가가 2025년 초 정체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현실은 더 심각할 수도 있다미국 에너지정보청(EIA) 데이터에 따르면미국의 셰일 원유 생산량은 2023년 11월 정점을 찍은 후 현재까지 약 2% 감소했다같은 기간 셰일 가스 생산량도 하루 10억 세제곱피트(1%) 줄어들었다.

트럼프의 유가 인하 요구가 공급 증가 둔화에도 불구하고 실현될 가능성이 있는 이유는 전 세계 석유 제품 수요 증가율도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2024년 석유 수요 증가율은 2023년의 거의 절반 수준으로 급감했다.

트럼프의 정책에서 에너지 가격 하락이 중요한 이유는 인플레이션이 계속 낮아지고 안정적으로 유지될 경우 그의 경제 전략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그러나 문제는 현재 상황이 정반대로 가고 있다는 점이다.

2024년 말미국의 소비자 물가 상승률(Headline Inflation Rate)은 다시 오름세를 보였다이는 에너지와 식료품 가격의 반등뿐만 아니라자동차 및 건강보험료임대료숙박 비용과 같은 "끈질긴(sticky)" 인플레이션 요소 때문이었다연준(Federal Reserve)은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에서 승리하지 못하고 있다.

경제학자 잭 래스머스는 2020년 이후 미국 가계가 체감하는 물가 상승률이 공식 발표보다 훨씬 높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다미국 정부의 공식 추정치는 2020년 이후 소비자물가가 약 24% 상승했다는 것이지만이 수치는 빵우유계란닭고기 등 기본 식료품 가격이 30~40% 오른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주거 비용은 이보다 더 크게 상승했다. '쉴러 주택 가격 지수(Shiller Home Price Index)'에 따르면전국적인 주택 가격은 39% 올랐다하지만 가계가 실제로 월 예산에서 지출하는 모기지 비용(대출 상환액)은 무려 113% 급등했다이는 미국 공식 물가지수(CPI)에 모기지 금리가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금리 인상으로 인해 모기지 비용은 주택 가격 상승률(39%)보다 훨씬 가파르게, 113%나 증가했다.

정부 통계에서 정의하는 주거(shelter)’ 비용을 보다 정확히 반영하면인플레이션율은 더 높다여기에 주택 보험료주택 수리비기타 유지·관리 비용까지 포함하면 주거 관련 물가 상승률은 더욱 치솟는다.

그뿐만 아니라 신용카드 금리는 16%에서 24%로 상승했고자동차 대출 금리는 평균 9%로 두 배 가까이 올랐으며학자금 대출 금리도 6.8% 이상 급등했다.

래스머스는 이렇게 결론 내린다.

"만약 모기지 금리 상승과 함께지방정부의 재산세 및 각종 세금·수수료 인상을 모두 반영한다면, 2021년 1월 이후 미국 가계가 체감하는 실제 인플레이션율은 35~40%에 달하며이는 공식 CPI 수치인 24%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여기에 더해트럼프는 수입품에 대한 관세 인상을 추진할 계획이다이는 단순히 해외에서 들여오는 생산재뿐만 아니라 주요 소비재 부문에도 적용될 것이다만약 관세가 인상되면미국 가계의 물가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이를 상쇄하려면 미국 달러화의 가치가 다른 통화 대비 계속 상승해야 하지만그 흐름이 지속될지는 불확실하다.

트럼프는 연준(Federal Reserve)이 2025년에 금리를 인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만약 연준이 이를 받아들인다면달러 가치는 하락할 수 있으며이는 인플레이션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결국 트럼프에게는 상충한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연준은 여전히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에서 승리하려 한다는 점에서트럼프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금리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특히 트럼프가 추진하는 관세 인상과 불법 이민자 대규모 추방 정책은 미국 산업의 물가와 노동 비용을 상승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부통령 J.D. 밴스에 따르면트럼프 행정부는 매년 약 100만 명의 불법 이민 노동자를 추방할 계획이다현재 미국 내 불법 이민자 수는 약 1,170만 명으로 추정되지만증가 속도는 둔화하고 있다.

미국 이민위원회(The Immigration Council)는 대규모 추방 프로그램이 실행될 경우 연간 비용이 88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

그리고 앞서 언급했듯순이민자 유입(net immigration)은 최근 미국 경제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국제경제연구소(PIIE)에 따르면이민 제한 조치가 시행될 경우 2028년까지 미국의 실질 GDP가 1.2%에서 최대 7.4%까지 감소할 가능성이 있으며고용률도 비슷한 폭으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실제 추방 규모가 이 정도 수준에 도달할 가능성은 작으며트럼프 행정부 하에서도 숙련 노동자의 합법적’ 이민은 어느 정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의 국내 정책은 비교적 명확하다그는 소득세와 법인세를 대폭 추가 인하하는 동시에특히 연방 차원의 정부 지출을 줄일 계획이다이는 전형적인 신자유주의적 낙수 효과’ 경제 정책이다.

정부 지출을 줄이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수많은 신자유주의 정부가 이를 시도했지만번번이 어려움을 겪었다.

미국 정부의 재량 지출(discretionary spending)은 이미 극도로 삭감된 상태다복지메디케어 등은 법적으로 보장된 지출(entitlement spending)’이기 때문에 줄이기가 훨씬 어렵다.

트럼프가 새롭게 임명한 "지출 삭감 차르(Cutting Tsar)" 일론 머스크는 결국 국방 예산에서만 감축할 수 있는 상황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현재 연방 정부 공무원 수는 약 300만 명이며전체 미국 고용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85년 만에 최저 수준(약 2%)이다.

연방 정부 내에서 가장 많은 인력을 보유한 기관은 국방부(Department of Defense, 현역 군인 제외)이며그다음은 우체국과 재향군인부다.

머스크가 삭감 대상으로 삼을 가능성이 높은 환경보호청(EPA), 증권거래위원회(SEC), 노동부를 모두 합쳐도 연방 공무원의 1%에도 미치지 않는다또한 교육부는 전체 연방 공무원의 0.14%에 불과하다.

'국방 지출'과 관련해트럼프는 다보스 연설에서 유럽 국가들이 스스로 방위비를 부담하고우크라이나 지원도 직접 책임져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다시 강조했다.

그는 NATO 회원국들이 GDP의 5%를 국방비로 지출할 것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이는 현재 평균 지출 규모의 두 배 이상에 해당한다.

이처럼 군사 지출을 대폭 확대하는 변화는 유럽의 공공 재정에 큰 타격을 줄 것이다.

현재 EU 각국 정부는 기후 대응 및 AI·디지털 전환에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하며동시에 EU 재정 규정을 준수하기 위해 중기적으로 기초 재정수지(primary fiscal surplus)를 흑자로 유지해야 하는 상황이다이런 조건에서 국방비 지출 확대는 재정 운용을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다.

그럼에도 트럼프는 유럽의 "규제 체제"가 미국을 "매우 나쁘게", 그리고 "매우매우 불공정하게 대우하고 있다"고 거칠게 비난했다그는 유럽이 부가가치세(VAT)와 기타 세금들을 부과하며 미국을 불리하게 만들고 있다고 주장했다또한유럽의 미국 기술 기업 규제가 애플구글페이스북에서 수십억 달러를 빼앗아 간다고 지적했다.

트럼프는 유럽이 미국산 농산물이나 자동차를 구매하지 않으면서도수백만 대의 유럽산 자동차를 미국으로 수출한다고 비판했다그 결과 미국은 EU와 "수천억 달러의 무역 적자"를 기록하고 있으며, "우리는 이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 모든 발언은 EU 집행위원장 폰 데어 라이엔의 다보스 연설을 한층 더 무기력하게 만들었다그는 유럽이 신기술 투자에서 미국에 뒤처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앞으로 25년간 성장을 지속하려면 유럽이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 폰 데어 라이엔은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경쟁력 나침반(Competitiveness Compass)'이라는 성장 로드맵을 곧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이 로드맵은 마리오 드라기가 언급한 "유럽이 직면한 실존적 도전"에 어떻게 대응할까그리고 트럼프가 유럽 경제를 무너뜨리려는 계획을 고려하면 어떤 방향을 제시할까해답은 공공 투자 확대가 아니라, EU 전역의 민간 자본 금융에 의존하는 것이다.

"유럽에는 깊고 유동적인 자본 시장이 필요하다." 현재 유럽 기업들은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지 못하고 있다. "국내 자본 시장이 조각나 있어 규모가 너무 작기 때문"이다해결책은 무엇일까집행위원회는 '유럽 저축 및 투자 연합(European Savings and Investments Union)'을 만들려 한다이를 위해 "새로운 유럽 저축 및 투자 상품을 도입하고위험 자본에 대한 새로운 인센티브를 제공하며투자 자금이 유럽 전역에서 원활하게 흐르도록 새로운 정책을 추진할 것"이다결국금융 자본에 더 많은 자금을 공급하고 투자자들에게 더 많은 이익을 보장하는 방향이다.

두 번째 정책은 유럽 산업의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다. "너무 많은 기업이 불필요한 행정 절차 때문에 유럽 내 투자를 주저하고 있다." 현재 유럽 단일 시장에는 여전히 각국의 장벽이 많다따라서 유럽은 단일한 규제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세 번째 정책은 에너지 비용을 낮추는 것이다러시아가 유럽의 에너지 공급을 끊으면서 (!) 에너지 비용이 급등했다현재 유럽의 액화천연가스(LNG) 공급량의 50% 이상을 미국이 담당하고 있다폰 데어 라이엔은 "가정과 기업이 천문학적인 에너지 요금을 부담해야 했고여전히 요금 인하 효과를 체감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제 유럽의 경쟁력은 낮고 안정적인 에너지 가격을 회복하는 데 달려 있다"고 인정했다.

이 목표를 어떻게 달성할 것인가재생에너지와 핵융합고도화된 지열 발전전고체 배터리 같은 신기술을 활용한 청정에너지’ 확대를 통해서다하지만 공공 투자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전력망과 에너지 저장 인프라를 현대화하기 위해 더 많은 민간 자본을 동원하는 방식"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유럽이 트럼프의 공세에 대응하는 방식은 미국산 에너지 수입 의존도를 더욱 높이고규제 완화를 통해 민간 기업이 신기술에 투자할 것이라는 기대를 품으며금융 부문이 금융 자산 투기 대신 실물 투자에 나설 것이라는 가정에 의존하는 것이다이 전략이 성공할 가능성이 얼마나 될지는 각자의 판단에 맡긴다.

다보스에서 트럼프와 폰 데어 라이엔이 그린 미래는 국가 간 무역 장벽이 더욱 높아지고금융업자와 산업 자본가들이 소비자의 안전과 권리환경과 기후에 미칠 영향을 고려하지 않은 채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는 방향이다폰 데어 라이엔은 파리 기후협약이 유지되어야 한다고 강조했지만(이미 2024년에 목표 한계를 초과했음에도), 트럼프는 다시 한번 미국을 협약에서 탈퇴시켰다더 중요한 것은기술 투자 확대와 기후 대응을 민간 부문에 맡겨 세계 경제를 되돌릴 수 있다는 기대는 또다시 실패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한편전 세계적으로 부와 소득의 불평등은 계속되고 있다다보스에서는 매년 옥스팜(Oxfam)이 불평등에 대한 충격적인 보고서를 발표하지만참석자들은 이를 대체로 무시해 왔다올해 옥스팜 경제학자들은 “2024년 억만장자들의 자산이 2023년보다 세 배 빠르게 증가했다고 밝혔다앞으로 10년 안에 5명의 조만장자(자산 1조 달러 이상 보유자)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고도 했다.

반면경제기후분쟁 위기가 지속되면서 전 세계 빈곤 인구는 1990년 이후 거의 변하지 않았다보고서는 억만장자들의 부 대부분이 번 것이 아니라 빼앗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중 60%는 상속정실주의와 부패혹은 독점 권력에서 비롯된다.”

2024년 한 해 동안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10명의 자산은 하루 평균 1억 달러씩 증가했다. “만약 인류 최초의 인간이 등장한 31만 5천 년 전부터 매일 1,000달러를 저축했다 해도현재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10명 중 한 명이 가진 돈만큼 모을 수 없다또한이들 중 누구라도 보유 자산의 99%를 잃는다 해도 여전히 억만장자로 남을 것이다.”

영국 재무장관 레이첼 리브스도 다보스에 모습을 드러냈다둘째 날 아침 행사에서 한 참석자가 그에게 "부 창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블레어주의적 관점에서 이를 편안하게 받아들이느냐는 질문이었다리브스는 주저 없이 답했다. "그럼요완전히 편안하게 받아들입니다."

옥스팜(Oxfam) 보고서에서 드러난 끔찍한 수준의 부의 불평등과 다보스에 모인 과두계급들이 과시하는 부의 격차는 그에게 아무런 걱정거리가 되지 않는 듯했다이 모습을 보며 과거 토니 블레어 정부에서 장관을 지낸 피터 만델슨이 떠올랐다아이러니하게도 그는 지금 트럼프 정부의 영국 대사직을 맡고 있다그는 한때 악명 높은 발언을 남겼다. "나는 사람들이 터무니없이 부자가 되는 것에 대해 아주 편안하게 생각한다."… "그들이 세금을 낸다면 말이다." (물론실제로는 거의 내지 않는다).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도 당연히 다보스에 참석했다그는 글로벌 정치·경제·시민사회 지도자들로 구성된 소규모 그룹을 대상으로 연설하며, 1930년대 대공황과 공산주의·파시즘의 부상그리고 국내외적인 절망의 분위기 속에서 존 메이너드 케인스가 쓴 한 에세이를 인용했다게오르기에바는 케인스를 인용하는 걸 무척 좋아하는데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가 소개한 문장은 다음과 같았다. “나는 현재 세상을 시끄럽게 만드는 두 가지 상반된 비관론이 결국 잘못된 것으로 판명될 것으로 예측한다하나는세상이 너무나 엉망이라 폭력적인 혁명 외에는 구원받을 길이 없다고 믿는 혁명가들의 비관론이며다른 하나는우리의 경제 및 사회적 균형이 너무 위태로워 어떠한 실험도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반동주의자들의 비관론이다.” 결국혁명을 요구하지 않으면서도 변화가 필요한 중도적 낙관주의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케인스는 이 글을 쓰기 직전케임브리지 대학에서 학생들에게 연설하며 마르크스주의적 비판을 수용하지 말고자본주의가 인류를 발전시킬 것이라는 낙관론을 유지하라고 촉구했다그러나 1930년 이후 세계가 맞닥뜨린 현실은 주요 경제권의 대공황파시즘과 나치즘의 확산2차 세계대전그리고 홀로코스트였다게오르기에바가 2030년대를 앞두고 다시 케인스를 소환한 것이 그때의 역사를 반복하겠다는 신호가 아니길 바라야 할 것이다.

[출처] Davos 2025: Trump v Von der Leyen – Michael Roberts Blog

[번역] 하주영 

덧붙이는 말

마이클 로버츠(Michael Roberts)는 런던 시에서 40년 넘게 마르크스 경제학자로 일하며, 세계 자본주의를 면밀히 관찰해 왔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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