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전쟁의 방식을 뒤흔들다: 벤처캐피털과 군사 기술의 결합

"나는 선전가다나는 진실을 왜곡할 것이고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사람들에게 선전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 내 입맛에 맞는 버전만을 내세울 것이다."

이것은 인기 TV 드라마 매드 맨(Mad Men)의 한 장면에서 나온 대사가 아니다이 말은 현재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주목받는 방산 기술 스타트업의 CEO, 팔머 럭키(Palmer Luckey)가 직접 한 발언이다럭키가 이끄는 안두릴 인더스트리(Anduril Industries)는 인공지능(AI) 기반 시스템특히 자율 무기 시스템을 전문으로 하는 기업이다현재 기업 가치는 140억 달러(약 18조 7천억 원)에 달하며안두릴은 방산 스타트업 업계와 새롭게 형성되고 있는 벤처캐피털(VC) 생태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기업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이곳에서는 거창한 약속대담한 투자그리고 선전에 가까운 홍보 전략이 성공을 위한 필수 요소로 여겨지고 있다.

무기 시스템을 포함한 국방 프로그램에 AI를 도입하는 문제는 여전히 논란의 대상이다영국의 무기 시스템 내 AI 관련 위원회(UK Artificial Intelligence in Weapon Systems Committee)는 AI 무기 조달 절차에 신중히 처리할 것을 촉구한 바 있다그러나 실리콘밸리 제품이 그렇듯국방 분야에서 AI 기술의 개발조달도입 속도는 최근 몇 년 새 급격히 빨라졌다.

2017년에 설립된 안두릴은 미국방부(DoD)와 영국국방부(MoD)로부터 수억 달러 규모의 계약을 다수 수주했다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가자지구 전쟁그리고 전 세계적으로 고조되는 긴장 속에서 이러한 발전이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닐지도 모른다.

내가 최근 진행한 군사 AI 연구에서 확인한 바에 따르면자율 드론 및 기타 AI 기반 시스템과 같은 군사 스타트업 제품의 조달이 가속화된 주요 원인 중 하나는 방대한 벤처캐피털 자금과 그 영향력의 유입이었다. VC 기업들은 국방 조직이 기술 산업의 속도와 확장성을 받아들이고, VC 업계 특유의 위험 감수와 혁신 추구 정신을 내재화하기를 원하고 있다따라서 이들 기업은 단순한 금융 투자자일 뿐만 아니라 정치적 플레이어이기도 하다.


팔머 럭키, 국방 산업을 교란하는 안두릴 창립자 - 대통령 연설 시리즈 (2024)

내가 파이낸스 앤 소사이어티“(Finance and Society)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벤처캐피털의 이해관계에 의해 국방 산업이 실리콘밸리식 모델로 변화하는 경향은 앞으로 더욱 뚜렷하고 광범위해질 가능성이 크다이를 고려할 때벤처캐피털이 생명과 죽음이 걸린 문제에 개입할 때 어떤 역학이 작용하는지 더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신흥 군사 금융화

군사 AI 산업과 글로벌 국방 지출이 모두 급성장하고 있다현재 추정치에 따르면, 2024년 글로벌 군사 AI 시장 규모는 133억 달러이며향후 7년 내 350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시장 데이터 서비스 제공업체에 따라 이 수치는 다르게 나타나지만지난 12개월 동안 꾸준히 상향 조정되어 왔다또한지난 24개월 동안 지속된 분쟁과 전반적인 군사화 흐름 속에서 글로벌 국방 예산도 급격히 증가했다.

2023년 전 세계 국방 지출은 사상 최고치인 2조 달러를 돌파했으며미국은 8,770억 달러를 지출해 전 세계 국방비의 약 40%를 차지했다또한, NATO는 2024년 국방비로 1조 4,700억 달러를 책정했다이러한 막대한 예산은 국방 시장에 진출하려는 빅테크 및 금융 기업들에게 매우 매력적인 기회로 여겨지고 있다.

한편국방 기관들은 AI를 포함한 최첨단 기술에 대한 지출을 확대하고 있다. 2024년 브루킹스 연구소(Brookings Institute) 보고서에 따르면, AI 관련 기술에 대한 국방 계약 규모는 2022년 8월부터 2023년 8월까지 단 12개월 만에 거의 1,20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새로운 AI 제품—민간 또는 군사 용도와 관계없이—은 벤처캐피털 자금의 지원을 받는 경우가 많다특히해당 AI 사업이 은행 대출이나 전통적인 금융 방식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위험 부담이 큰 경우벤처캐피털이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선다.

지난 20년 동안벤처캐피털의 주요 투자 대상은 민간 시장을 겨냥한 실리콘밸리 제품이었다이 시장에서는 투자자들에게 비상한 수익을 안겨줄 수 있는 역학 구조가 형성되어 있었기 때문이다그러나 국방 시장이 급성장하는 반면민간 부문에서의 벤처캐피털 투자 수익 기회가 점차 줄어들면서대규모 자본을 보유한 투자자들은 방산 산업에서 거대한 이윤을 창출할 새로운 기회를 포착하고 있다.

그렇기에 지난 5년간 방산 기술에 대한 벤처캐피털 투자가 급증한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2019년부터 2022년까지 미국 내 군사 기술 스타트업에 대한 벤처캐피털 투자 규모는 두 배로 증가했으며, 2021년 이후 방산 기술 부문에는 총 1,300억 달러의 VC 자금이 유입되었다.


소개: 바라쿠다-M 순항 미사일 계열

유럽 방위 산업에서도 벤처캐피털 투자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으며민간 벤처캐피털 투자액은 미화 1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이 같은 성장세는 주로 미국 벤처기업들의 투자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방산 시장에서 벤처캐피털이 지원하는 프로젝트들이 어떤 변화를 불러올지에 대한 기대감이 점점 커지고 있으며이를 통해 방위 산업의 지형을 새롭게 재편할 가능성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벤처캐피털-군사-실리콘밸리의 연결고리

벤처캐피털은 항상 군사 부문과 일정한 연관성을 유지해 왔다사실현재 진행 중인 방산 투자 붐은 벤처캐피털의 초기 형태로의 회귀로도 볼 수 있다벤처캐피털의 기원은 일반적으로 1946년 설립된 미국연구개발기업(ARDC, American Research and Development Corporation)에서 찾을 수 있다2차 세계대전 이후미국은 첨단 기술을 활용한 승리를 거두었으며이러한 기술적 우위를 지속하기 위해 ARDC가 창립되었다.

ARDC는 기관 투자자로부터 체계적으로 자금을 조달해 고위험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최초의 기업 중 하나였다이 접근 방식을 통해 ARDC는 벤처캐피털 최초로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성했으며대다수 기업이 적은 수익을 내거나 손실을 기록하는 가운데한두 개의 뛰어난 성공 사례를 통해 전체적인 투자 수익을 보장하는 모델을 만들어 냈다이러한 방식으로 ARDC는 최초의 유니콘’ 기업이 되었다.

유니콘 기업이란기업 가치가 10억 달러를 넘는 신생 기업을 의미하며이는 최근까지도 스타트업 업계에서 극히 드문 일이었고모든 벤처 투자자들이 포트폴리오에 포함하고 싶어 하는 기업 유형이었다결국 벤처캐피털의 핵심은 높은 위험을 감수하는 대신 엄청난 보상을 기대하는 자본 투자 방식이라는 점에 있다.

특히 벤처캐피털이 막 태동하던 제2차 세계대전 직후많은 투자는 군사 혁신과 기술 개발을 담당하는 스타트업으로 향했다이에 따라 각종 분석 장비고전압 발전기방사선 탐지 기술 등이 개발되었으며디지털 이큅먼트 코퍼레이션(Digital Equipment Corporation)과 같은 초기 소형 컴퓨터 기업들도 등장했다.

우리가 오늘날 알고 있는 디지털 환경의 근간은 군사 기술에서 비롯되었다. 1950년대 미사일 기술을 위해 개발된 통신 이론, AI 개척자들이 참여했던 중반기 군사 프로젝트그리고 인터넷의 전신인 아르파넷(ARPANET) 역시 군사 프로젝트에서 출발했다.

수십 년 동안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군사 부문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 왔으며인류학자 로베르토 곤잘레스가 말했듯이, "오늘날의 거의 모든 기술 대기업은 방위 산업의 유전자를 일부 가지고 있으며펜타곤과 오랜 협력 역사를 공유하고 있다." 결국벤처캐피털의 DNA 역시 이러한 관계 속에 자리 잡고 있다.


자율 전투기의 협업: 하이브마인드 + MQM-178 파이어젯

그러나 전통적으로는 군사 조직과 정부의 필요가 기술 혁신의 속도구조절차를 주로 결정했다는 점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현재는 군사 기술 및 혁신의 속도와 초점이 점점 더 강력한 발언권을 가진 기술 스타트업 업계와 그 투자자들에 의해 결정되고 있다이들은 "애국적 자본(Patriotic Capital)"이라는 이름 아래 아메리칸 다이내미즘(American Dynamism), 특별 경쟁력 연구 프로젝트(Special Competitive Studies Project), 민주주의 병기창 재구축 프로젝트(Rebooting the Arsenal of Democracy), 아메리카 프런티어 펀드(America’s Frontier Fund) 같은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이러한 기업들은 새로운 국방 기술 산업을 주도하는 몇몇 주요 기업과 개인들이 방위 및 군사 정책의 우선순위를 설정하고동시에 높은 이익을 거두기 위해 만든 것이다.

막대한 벤처캐피털 자금의 지원을 받으며안두릴 인더스트리쉴드 AI(Shield AI), 스카이디오(Skydio), 스케일 AI(Scale AI), 팔란티어(Palantir)와 같은 군사 기술 유니콘 기업들이 방산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팔란티어는 2020년 상장되었기 때문에 기술적으로는 더 이상 스타트업이 아니지만여전히 새로운 군사 기술 부문의 주요 기업군에 속한다.

이러한 변화는 비교적 최근에 일어난 현상이다. 1990년대 중반부터 2014년까지 약 20년간벤처캐피털 업계는 급성장하는 민간 기술 시장에 집중했으며당시 구글마이크로소프트페이스북페이팔과 같은 기술 스타트업들은 사실상 무한한 성장 가능성을 지닌 것으로 평가되었다.

반면방산 시장은 성숙한(consolidated) 산업으로 간주하였으며까다로운 조달 규정과 엄격한 계약 절차로 인해 투자 수익률이 높지 않은 시장으로 인식되었다정부 계약이 성사되기까지 수년이 걸리는 경우가 많았으며방산 시장은 록히드 마틴, RTX 코퍼레이션노스롭 그루먼(Northrop Grumman), 보잉제너럴 다이내믹스, BAE 시스템즈와 같은 소수의 주요 방산업체가 지배하고 있었다.

이들 대형 방산업체는 방산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으며신생 기술 스타트업들이 이 시장에 진입하는 것은 막대한 노력이 없다면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었다예를 들어, 2014년 스페이스X와 팔란티어는 각각 미 공군과 미 육군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며 특정 국방 계약에 입찰할 기회를 요구했다이후법적 대응을 통해 군사 스타트업들이 방산 시장에 진입하려는 전략이 점점 더 확산하였다.

방산 부문에서 벤처캐피털 투자를 어렵게 만든 구조적 장벽 외에도전쟁을 통한 이윤 추구에 대한 윤리적 부담 역시 존재했다벤처캐피털 투자자들은 주로 기금(endowments), 재단(foundations), 보험사대학연기금(pension funds) 등에서 자금을 조달받는데이들은 외형적으로 "방산 포트폴리오(defence portfolio)", 즉 죽음의 도구에 투자하는 것처럼 보이는 상황을 피하려는 경향이 있었다유럽 벤처캐피털 투자자들은 특히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이러한 신중함이 불과 10년 만에 급속도로 사라진 속도는 주목할 만하다이는 두 가지 가능성을 시사한다첫째벤처캐피털을 지탱하는 투자자들의 배경이 변화하면서전쟁 산업에서 수익을 내는 것에 대해 덜 꺼리는 성향을 보일 수 있다둘째이전에도 윤리적 문제보다는 수익성이라는 계산이 더 중요했던 것일 가능성이 크다.


테라노스 창립자 엘리자베스 홈즈, 사기 혐의로 유죄 판결 - BBC 뉴스

테라노스 사례에서이 회사의 카리스마 있는 창업자는 자사의 기술이 가진 가능성을 극도로 과장하여 홍보했다그는 단 한 방울의 혈액만으로도 수많은 검사를 수행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이 획기적인 기술이 의료 분야를 혁신하고 전 세계적으로 생명을 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미래를 위한 약속에 불과했으며실제로는 해당 기술이 그가 주장한 기능을 수행할 수 없었다그런데도 테라노스는 이미 완벽하게 작동하는 검사 장비를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결국이 주장은 거짓으로 드러났고테라노스는 2018년 파산했으며창업자인 엘리자베스 홈즈(Elizabeth Holmes)는 결국 감옥에 수감되었다.

환상을 판매하는 것

이보다 덜 극적이지만 유사한 방식으로 전개되는 사례들도 많다기술 스타트업들이 기존 방식의 문제를 혁신적으로 해결할 획기적인 기술을 개발했다고 주장하지만결국 지속 불가능하거나실현 불가능하거나조용히 사라지는 경우들이다.

이 과정에서 투자자들은 손해를 보게 되며더 중요한 것은 해당 기술의 가능성을 믿고 의존했던 사람들이 피해를 본다는 점이다.

국방 산업에서는 신기술이 강력한 억제력을 제공하고민주주의를 보호하며포괄적이고 정확한 실시간 정보 제공을 가능하게 하고전 세계를 투명하게 감시할 수 있으며무엇보다도 매끄럽고 신속하며 결정적인 승리를 보장할 것이라는 약속이 핵심적으로 강조된다.

이러한 서사는 최악의 경우 전지전능하고 어디에나 존재할 수 있는 군사력이라는 환상을 만들어낸다혹은 최소한 전쟁의 방식이 불가항력적으로 혁신될 것이며이를 거부할 수 없는 매력적인 미래로 포장하여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역할을 한다이러한 내러티브는 AI가 필연적으로 미래를 지배할 것이라는 일반적인 기대 속에서 더욱 강화된다결국 이 기술이 실제로 약속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을지 여부와 관계없이신화화되고 미화된 기술 서사가 형성된다이는 보다 신중한 접근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압도하는 강력한 조합이 된다.

방산 유니콘 기업들이 내세우는 주장은 종종 그럴듯해 보이지만대부분 검증이 어렵다이는 이들이 "미래"를 이야기하기 때문이며이러한 미래상은 종종 과학기술과 공상과학에서 영감을 받은 비전으로현실의 사회·정치적 문제와는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다.

과장된 약속과 기술의 신화화는 군사 기술이 글로벌 감시 및 신속한 작전 수행을 실현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을 설계하는 데 영향을 미친다이러한 시도의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미 국방부가 추진하는 합동전영역 지휘통제(JADC2, Joint-All-Domain Command and Control) 프로그램이다이 프로그램은 지상공중해상우주사이버 공간을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하여 "예측 분석"과 "고속 전투"를 가능하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JADC2를 의회에 어필하기 위해이 프로그램은 종종 차량 공유 플랫폼인 '우버'와 비교되며각종 군사 시스템과 플랫폼을 원활하게 연결해 신속한 개입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홍보된다이는 AI를 모든 군사 자산과 플랫폼의 필수 인프라로 정착시키려는 흐름을 더욱 강화한다군사 AI 없이는 이러한 비전이 실현될 수 없으며바로 이 지점에서 군사 스타트업에게 새로운 기회가 열리고 있다.

현재 JADC2의 주요 계약업체 중 두 곳은 안두릴과 팔란티어이다이들 기업은 기존 방산업체들을 몰아내고국방 산업을 완전히 재편하며시장 내 독점적 지위를 확보해 점점 더 큰 수익을 창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사실을 숨기지 않는다.


임무 자율성을 위한 라티스: 비교 불가능한 억지를 위한 불공정한 우위

팔란티어는 "미국의 모든 국방 프로그램을 위한 중앙 운영 시스템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안두릴은 국방부의 모든 조달 목록을 공략하여 이 분야를 장악하겠다고 선언했다두 회사 모두에게 이것은 성장 경쟁이며시장을 장악하기 위한 전투다.

안두릴의 CEO인 팔머 럭키는 "여러 분야에서 싸워서 승리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가 말하는 싸움은 실제 전장이 아니라 기업 전략을 의미한다.) 마찬가지로팔란티어의 CEO 겸 공동 창업자인 알렉스 카프(Alex Karp)는 국방 시장을 완전히 개방하기 위해 자신이 "의원들과 정책 결정자들정부 관계자들을 끌고 다니며회유하고모욕하면서도 목표를 밀어붙였다"고 인정했다. "빠르게 움직이며 기존 질서를 깨뜨려야 한다(Move fast and break things)"는 것이다.

유니콘 기업을 만들기 위해서는이 시장에서 가장 큰 재정적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사람들이 공격적인 태도를 취하며 조직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이를 가장 효과적으로 수행하는 방법은 같은 목표를 가진 동료들과 연합하는 것이다현재 국방 벤처캐피털 시장에서는 창업자와 투자자들이 긴밀하게 얽혀 있는 구조가 형성되어 있다.

예를 들어피터 틸(Peter Thiel)은 팔란티어의 공동 창업자이자파운더스 펀드(Founders Fund)를 운영하며이 펀드는 스페이스X, 안두릴스케일 AI 등에도 투자하고 있다벤처캐피털 회사인 안드레센 호로위츠(Andreessen Horowitz) 역시 스페이스X, 안두릴쉴드 AI, 스카이디오 등에 투자하고 있다이들 VC 회사의 경영진은 오랜 기간 서로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이와 마찬가지로기업 간의 연계 또한 두드러진다예를 들어안두릴은 팔란티어 출신 직원들이 창업했으며이들은 팔란티어에서의 경험을 안두릴에 적용했다팔머 럭키는 오큘러스 리프트(Oculus Rift) 출신으로안두릴의 카리스마 넘치는 CEO이자 핵심 인물로 자리 잡았다.

피터 틸과 에릭 슈미트(전 구글 CEO이자 미 국가안보 인공지능 위원회 의장)는 아메리카스 프런티어 펀드(America’s Frontier Fund)에 투자하고 있다이처럼 방산 스타트업과 투자자들 간의 촘촘하고 강력한 네트워크가 구축되어 있으며이들은 한 가지 핵심 메시지를 반복해서 강조한다.

"국방 산업은 혁신이 필요하며우리가 그 변화를 주도할 것이다."

최근 미 하원 군사위원회(US Armed Services Committee)에 출석한 5개 군사 스타트업 대표들은 모두 안드레센 호로위츠로부터 투자를 받았거나이 회사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었다.

이 청문회에서 팔란티어의 최고기술책임자(CTO) 샴 산카르(Shyam Sankar)는 국방 조달 프로세스에서 "더 많은 혼란을 허용하고시스템 내에서 혼돈을 조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그는 부처 간 경쟁을 통해 혁신을 유도할 수 있도록국방 조달 시스템에 필요한 인센티브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육군, 해군, 그리고 팔란티어: 승리를 위한 파트너

그는 규제 제한이 "감시를 강요한다"고 생각하며, "더 많은 참담한 성공을 이룰 수 있다면 기꺼이 더 많은 실패를 감수할 것"이라고 말했다그러나 그가 말하는 '성공'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혹은 실패가 초래할 결과가 무엇인지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다만팔란티어의 CTO는 명확히 벤처캐피털의 논리를 기반으로 이야기하고 있다그리고 최근 미국 국방혁신위원회(Defense Innovation Board) 보고서에 따르면정부는 더 많은 위험을 감수하고이러한 '개척자(mavericks)'들에게 강력한 지원을 제공할 준비가 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위기’ 서사

유망한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것 외에도실리콘밸리 계약업체들과 그들의 벤처캐피털 후원자들이 국방 산업을 자신들의 필요에 맞게 조정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그중 하나가 서사의 힘이다.

벤처캐피털 관리자들과 스타트업 창업자들은 미국 국방의 취약성을 개탄하고혁신 속도를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며미국이 "중국러시아이란과의 3개 전선 전쟁에 휘말릴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시나리오를 제시하는 내용의 기고문을 종종 발표한다요컨대긴박한 상황을 강조하는 내러티브를 구축함으로써현재의 '임박한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기업들이 더욱 가치 있게 보이도록 만든다.

국방 구조 개편의 또 다른 핵심 전략은 정부 내부 인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다전직 정부 관계자들이 로비스트나 고문으로 활동하며정부와의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마이크 갤러거 전 공화당 하원의원은 2024년 8월 팔란티어의 국방 부문 책임자(Head of Defense Operations)로 합류했으며, H.R. 맥매스터 전 국가안보보좌관은 현재 쉴드 캐피털의 수석 고문(Senior Advisor)을 맡고 있다이처럼 '회전문(revolving door)' 인사들이 군사 스타트업의 신뢰도를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또한실리콘밸리 기반의 군사 스타트업들은 '혁신'이라는 이미지와 함께 상당한 명성을 얻고 있으며동시에 높은 연봉과 투자금도 매력적인 요인으로 작용한다.

안두릴은 팔란티어의 전략을 벤치마킹하여설립 첫 주부터 대규모 로비스트를 고용했으며, CEO인 팔머 럭키는 최근 이코노미스트 인터뷰에서 "엔지니어보다 변호사와 로비스트를 더 많이 고용하는 데 돈을 썼다"고 말했다.

이러한 전략을 통해 안두릴은 기존 방산 대기업들이 사용하는 방식과 유사한 접근법을 채택하고 있다기존 방산업체들도 막대한 예산을 변호사와 로비스트 팀에 투자하여국방부의 조달 기준을 자사 기술에 유리한 방향으로 조정하려 해왔다안두릴은 2022년 블로그 게시글에서 이를 언급하며기존 방산업체들이 "자사 기술에 맞춰 프로그램 요구사항을 조정하기 위해 로비와 법률팀에 막대한 비용을 지출할 동기가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안두릴과 그 투자자들도 똑같은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차이점이 있다면이들은 자신들이 보유한 기술과 사업 모델에 맞춰 이러한 법적·정책적 개입을 조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변호사들은 단순히 인수·합병(M&A)과 파트너십을 감독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다그들은 법을 전략적 도구로 활용하여 방산 조달 시스템의 개혁을 강제하려 한다.

앞서 언급한 스페이스X와 팔란티어의 소송도 마찬가지다이 소송들의 핵심 목표는 반드시 승소하는 것이 아니었다. (실제로 스페이스X는 패소했지만팔란티어는 승소했다.) 대신이 소송들은 국방 조달 구조를 개혁할 계기를 마련하는 역할을 했으며두 기업 모두 이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현재 "위기의식 조성", "대규모 로비 강화", "방산 개혁을 위한 구조적 변화 추진"이라는 전략이 빠르게 실행되고 있다.

분명히 해두자면국방 산업이 현대화나 구조 조정을 통해 혜택을 볼 수 있다는 점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또한모든 군사 스타트업 제품이 불필요하거나 지속 불가능하다고 주장하는 것도 아니다기존 방산 대기업과 벤처캐피털 중심의 신규 방산업체 간의 경쟁 구도를 조장하려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이 새로운 기업들이 운영되는 방식과 그들이 암묵적으로 설정하는 우선순위와 이해관계를 분석하는 것은 중요하다왜냐하면이들이 국방 산업의 실질적인 운영 방식과 정책 방향을 결정할 것이기 때문이다그리고 '혁신'이라는 명목 아래 기존 체계를 흔들 때일정 수준의 '파괴'가 수반될 수밖에 없다그리고 그 파괴가 '생명과 죽음'이 걸린 문제라면그 의미는 더욱 무거워진다.

'혁신의 잔해'

국방 산업에서 실리콘밸리 방식의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으며지난 몇 년 동안 그 결과가 점점 가시화되고 있다앞서 언급한 합동전영역 지휘통제(JADC2) 프로그램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또한미 국방부의 '레플리케이터(Replicator) 이니셔티브'도 실리콘밸리 군사 스타트업들이 내세우는 목표일정제품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고위 국방 관계자들조차도 벤처캐피털 업계의 논리를 반복하고 있으며기존 방산 조달 프로세스도 벤처캐피털이 요구하는 '속도와 확장성'에 맞춰 조정되고 있다.

이들 기업은 정책 결정자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국방 개혁(Defense Reformation)'이라는 유사 종교적(quasi-spiritual) 구호가 점점 더 많은 지지를 얻고 있다.


ALTIUS-700M 체공 탄약

그렇다면 가능한 결과는 무엇일까?

우버가 민간 운송 산업을 뒤흔들었을 때그 결과는 약화한 노동법노동자의 권리 축소그리고 운전기사들의 의료 혜택 감소였다에어비앤비가 숙박 산업을 변화시켰을 때주요 관광지의 임대료 상승을 초래했다독점을 구축하려는 시도는 항상 사회적정치적 결과를 초래하며종종 이러한 결과는 예측할 수 있지만때로는 그렇지 않다.

국방 조달 절차를 뒤흔드는 것은 최소한 조달 절차에 대한 감독 약화를 초래한다기술 산업은 규제를 존중하는 분야로 알려지지 않았다오히려 그 반대다새로운 군사 스타트업 분야의 주요 투자자 중 일부는 모든 형태의 규제에 가장 적극적으로 반대하는 인물들이다.

예를 들어벤처캐피털 업계의 거물인 마크 안드레센은 "테크노 낙관주의자 선언(Techno-Optimist Manifesto)"에서 위험 관리신뢰 및 안전 조치사전 예방 원칙을 ""으로 규정한 바 있다규제가 줄어든다는 것은 단순히 지출에 대한 감시가 줄어든다는 것뿐만 아니라특정 기술이 어디에서어떻게어떤 영향을 미치며 사용되는지에 대한 책임도 줄어든다는 의미다.

그러나 군사 기술의 조달 및 배치가 가속화될 경우 초래될 수 있는 또 다른 심각한 결과들이 있다그중 하나는 위험 감수와 실험 중심의 접근 방식이 강화되는 것이다.

현재 AI 기반 드론과 AI 의사결정 지원 시스템과 같은 군사 스타트업 기술들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뿐만 아니라 가자(Gaza)에서도 실시간으로 테스트되고 개선되고 있다이는 점점 더 두드러지는 프로토타이핑 방식으로효과적인 테스트반복 개발최적화를 위해 실제 전장이 필요하다.

이에 따라 실제 목적에 적합하지 않은 기술들이 단순한 테스트 목적으로 배치될 가능성도 커진다다시 말해결함이 있거나 부적절한 AI 제품들이 전장에 배치되면서 전투에 휘말린 민간인들에게 피해를 초래할 위험이 커진다.

이러한 흐름은 이미 기술 기업들이 대형 언어 모델(LLM)을 군사 조직에 판매하려는 시도에서 확인할 수 있다예를 들어스케일 AI는 메타와 협력하여 국방용 LLM 제품 "디펜스 라마(Defense Llama)"를 개발했다이 회사는 인간의 개입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대형 언어 모델이 '환각(hallucination)'을 일으키는 것으로 잘 알려진 상황에서이 기술이 전쟁처럼 복잡하고 동적인 환경에서 정확하게 작동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이에 따라 실험조정실시간 테스트 과정에서 전투 지역에 있는 사람들이 피해를 볼 위험이 크다.

특히이 기술이 예측할 수 없는 요소들계산하기 어려운 변수들전쟁에서 예상되지 않은 요소들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을지 여부도 주요 우려 사항이다여기에는 새롭게 떠오르는 테러 위협이나종종 비합리적이라고 간주하는 국가들의 움직임—예를 들어북한과 같은 국가의 대응 방식—도 포함된다.

안두릴의 CEO인 팔머 럭키는 이러한 문제를 인정했다그는 자신의 무기들이 기반하고 있는 논리가많은 방위산업 AI 논리가 그러하듯이게임 이론에 의존하고 있지만게임 이론을 따르지 않는 적과 맞닥뜨릴 경우 이 논리가 무너질 수 있다고 말했다.

"게임 이론을 따르지 않는 사람들과 게임 이론을 적용해 싸우는 것은 매우 어렵다… 그것은 마치 '모노폴리게임을 하고 있는데상대방이 갑자기 게임을 포기하고 모든 돈을 다른 사람에게 넘겨주는 것과 같다."

벤처캐피털 논리가 국방 산업으로 이동하면서 초래될 수 있는 2차 및 3차 효과들도 있다.

우선긴박한 위기 서사가 전 세계적인 위험 및 안보 환경을 변화시킬 가능성이 있다지속적인 위협을 강조하는 것이 실제로 글로벌 군사 전략과 안보 정책을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무기 기술이 우선시되면서 분쟁 해결을 위한 다른 접근법에 대한 자금이 삭감될 가능성이 있다군사 기술이 최우선 과제로 떠오르면외교적 해결책이나 비군사적 갈등 해결 방식에 대한 투자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마지막으로아직 검증되지 않은 기술에 대규모 자금이 투입될 위험이 있다이러한 기술들이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할지 여부가 불확실한데도 불구하고더 중요한 곳에 쓰일 수 있었던 막대한 자금이 낭비될 수 있다.

그러나이 모든 것은 유니콘과 환상의 영역에 속하는 이야기이며, AI 무기가 민주주의의 수호자가 될 것이라는 주장 역시 과장된 기술적 낙관주의의 산물일 수 있다.

실리콘밸리에서는 "빠르게 움직이며 파괴하라(Move fast and break things)"는 원칙이 널리 퍼져 있다기술을 출시한 후 발생하는 문제는 나중에 해결하면 된다는 사고방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국방과 전쟁의 영역에서는 이러한 위험 감수가 초래하는 피해를 쉽게 되돌릴 수 없다기술 산업에서는 실패한 제품이 시장에서 철수하면 그만이지만군사 기술에서의 실패는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기술이 완벽하지 않더라도 소비자 시장에서는 "베타 테스트"라는 이름으로 제품을 출시하고 점진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그러나 전장에서의 "실전 테스트"는 실제로 사람들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

따라서국방 분야에서 "빠르게 움직이며 파괴하는접근 방식이 초래할 장기적인 결과와 비용을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

[출처] The Silicon Valley venture capitalists who want to ‘move fast and break things’ in the defence industry

[번역] 하주영

덧붙이는 말

엘케 슈바르츠(Elke Schwarz)는 런던 퀸 메리 대학교 정치 이론 연구원으로, 무인 및 자율/지능형 군사 기술과 현대 전쟁의 정치에 미치는 영향에 중점을 두고 전쟁 윤리와 기술 윤리의 교차점에 대해 연구한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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