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타지에서, 중국 이주 노동자들이 ‘청정에너지 전환’의 더러운 작업을 맡은 니켈 제련소를 가동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말루쿠 북부의 웨다베이 산업 단지 입구 근처, 중국인과 인도네시아 노동자들이 자주 찾는 상가 거리

봄날의 한 조용한 아침, W.H. 웡은 일하러 떠나기 전 가족을 끌어안으며 목이 메었다. 그는 2,500마일(약 4,000킬로미터) 넘게 떨어진 인도네시아의 한 외딴섬으로 향하고 있었다. 현지인들은 그곳을 “영혼이 버린 아이들을 놓고 가는 곳 중 하나”라고 부른다.

중국 북부 산시(山西)성의 인구 35만 명 규모의 농촌 지역 원시(聞喜) 현에서 2주 동안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낸 뒤, 39세의 웡은 다시 인도네시아 말루쿠 북부(North Maluku) 제도의 동쪽에 있는 거대한 금속 가공 단지인 ‘위다 베이 산업단지’(Indonesia Weda Bay Industrial Park)로 향하는 36시간의 고된 여정에 올랐다.

인도네시아는 전 세계에서 확인된 니켈 매장량의 40퍼센트 이상을 보유하고 있으며, 말루쿠 북부에 있는 산업단지를 둘러싼 산맥에는 현재까지 알려진 가장 큰 니켈 광산이 있다. 웡이 중국에서 그곳으로 가기 위해서는 먼저 두 번의 비행기를 타고 남중국해를 건너, 인도네시아의 주요 섬 중 하나인 술라웨시(Sulawesi) 북단의 해변 도시 마나도(Manado)로 간다. 그다음 말루쿠 북부로 가는 또 다른 비행기를 타고, 이어서 스피드 보트로 할마헤라(Halmahera) 섬으로 이동한다. 그곳에서 다시 섬의 하얀 해변과 울창한 언덕을 넘어 3시간에 걸친 고된 여정을 이어가야 산업단지에 도착한다. 그곳이 앞으로 6개월 동안 그의 집이 된다.

남색의 내열 작업복과 노란 안전모를 착용한 웡은 산업단지 내 수십 개 용광로 중 하나를 운영하며 12시간 교대근무를 한다. 그는 중국인 9명과 인도네시아인 16명으로 구성된 팀을 이끌며 니켈 선철(nickel pig iron)을 생산한다. 이 물질은 스테인리스강 제조에 사용되며,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양극 소재인 니켈 매트(nickel matte)로 전환될 수 있다. 웡은 근무할 때마다 2만 보 이상을 걷고, 섭씨 32도의 더위와 마치 따뜻한 수프 속을 걷는 듯한 습도 속에서 일한다.

하지만 그가 말하길, 가장 힘든 것은 아내와 두 아이로부터 수천 킬로미터 떨어져 장기간 떨어져 지내야 하는 것이라고 했다.

“중국에서 충분한 임금을 주는 일자리를 구할 수 있었다면 절대 떠나지 않았을 거다.” 웡은 직장에서의 보복을 우려해 이니셜과 성만 공개해 달라고 요청했다.

모로왈리 인근 산업 단지에 전력을 공급하는 석탄 화력 발전소의 컨베이어벨트 아래로 인도네시아 노동자들이 출퇴근한다.

경제적·사회적 압력에 떠밀려, 지난 10여 년 사이 급속히 성장한 인도네시아 동부의 니켈 산업에는 대부분 중년 남성인 수만 명의 중국 노동자들이 고용되어 있다. 첨단 제품에 들어가기 전 전 세계를 가로지르는 핵심 광물들처럼, 지구의 녹색 꿈을 현실로 만드는 이 사람들 또한 국경을 넘나들며 이동하고 있다.

7개월에 걸쳐, <그리스트>는 이들 중국인 노동자와 그 가족들, 그리고 중국 최고 경영진과 공장 조건을 협상해 온 인도네시아 노동운동 지도자들 등 10여 명을 인터뷰했다. 취재 결과, 제련소에서 치명적인 사고가 발생한 이후에도 노동 환경 개선 노력은 더디게 진행되고 있었다. 그 이유는 기업과 정부, 그리고 트럼프 행정부가 중단한 미국 자금에 의존하던 국제 노동 단체들의 감독 부재 때문이었다. <그리스트>는 또한 한 니켈 제련소 확장 프로젝트의 내부 기업 검토 보고서를 입수했는데, 이 문서는 공장 시설이 벽 밖까지 오염과 질병을 확산시키고 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새로운 니켈 제련 공장들은 인도네시아 곳곳에서 계속 세워지고 있으며, 중국에서 노동자를 끌어들이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니켈 붐에 뛰어들기 전, 대부분의 중국인 남성들은 쇠퇴한 철강 공장에서 평생을 보냈다. 웡처럼 그들 중 다수는 여권을 가져본 적도, 비행기를 타본 적도 없었다. 그러나 그들의 도전은 인도네시아의 외딴 섬들에 새로운 도시들을 만들어냈고, 그들은 뜻밖에도 세계 녹색에너지 전환의 숨은 중심축이 되었다.

세계 최대 규모의 니켈 정제 단지 중 하나인 인도네시아 모로왈리 산업단지가 자리한 해안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이 남성들은 수십만 명의 인도네시아 노동자들과 함께 일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세계에서 4번째로 인구가 많은 나라이지만, 새로 지어진 공장에서 일하기에 필요한 산업 경험이 부족하다. 기업들은 그 공백을 메우기 위해 중국으로 눈을 돌렸다. 인도네시아 니켈광산협회(Indonesian Nickel Miners Association, INMA)에 따르면 — 이 단체는 니켈 광산 기업들을 대표하고 통계와 산업 동향 보고서를 발행한다 — 대부분의 인도네시아 노동자들은 중국인 동료들에게서 거의 모든 것을 배웠다. 중장비 조작부터 제련소 내부의 벽돌 용접까지, 더 많은 경험과 더 높은 임금을 가진 중국 노동자들이 그들의 교사였다. 하지만 이 거대한 노동력은 미국 등 부유한 나라에서는 거의 사라진 수준의 위험한 노동 환경을 함께 견디고 있다. 게다가 인도네시아 국내 노동자들은 중국인 노동자들보다도 더 적은 취업 기회를 가지고 있다.

니켈은 전기차 배터리와 에너지 저장 시스템의 핵심 구성 요소다. 전기차 배터리 팩에 니켈이 많을수록 주행 거리와 1회 충전당 성능이 향상된다. 테슬라 사이버트럭, 포드 F-150 라이트닝, 고급 전기 세단 등의 모델에서 양극 재료의 4분의 3 이상이 니켈로 구성되어 있다. 이 금속은 태양광 패널과 풍력 터빈에도 사용된다. 화석연료에서 벗어난 글로벌 전환을 니켈 없이 상상하기는 어렵다. 지난해 인도네시아는 약 220만 톤의 니켈을 생산, 세계 생산량의 약 60%를 차지했다.

그러나 이 초기 에너지 전환의 추진력 뒤에는 막대한 노동의 대가가 숨어 있다. 2023년 말, 술라웨시의 한 산업단지에서 용광로가 폭발해 21명의 노동자가 사망했다. 충분히 식지 않은 용융 폐기물을 절단하던 중 일어난 사고였다. 화상과 호흡기 질환은 흔한 일이다. 위다 베이 산업단지와 다른 시설의 기업들은 작년 말까지도 중국인 노동자의 여권을 압수해 노동력을 통제하곤 했다. 유엔은 이를 불법 행위로 규정했으며, 인도네시아 정부도 최근에야 법으로 금지했다. 거의 모든 중국인 노동자들은 산업단지 내부 숙소에 거주하며, 단지를 벗어나지 못하도록 제한된다. 일부는 매일 오후 5시에서 7시 사이에만 외출이 허용된다. 인도네시아 모로왈리 산업단지(Indonesia Morowali Industrial Park)는 <그리스트>에 보낸 이메일에서, 중국인 노동자들이 단지를 떠나는 것을 제한하는 이유로 “언어 장벽, 음주 문화 등 문화적·생활습관 차이, 그리고 잠재적 폭력 위험”을 들었다.

인도네시아 노동자들, 니켈 공장을 운영하는 중국 기업들, 그리고 국제 노동 및 환경 단체들은 노동·생활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그러나 변화는 매우 더디게 진행되고 있으며, 이러한 노력은 트럼프 행정부가 신설한 ‘정부 효율성부’(DOGE, Department of Government Efficiency)의 정책에 의해 사실상 무력화됐다. DOGE는 미국 노동부의 모든 국제 보조금 사업을 거의 전면 중단했다. 이 보조금은 노동권, 산업안전, 보건 개선을 위한 여러 프로그램(인도네시아 포함)을 지원해왔다.

그럼에도 임금 수준은 중국인 노동자들이 다시 인도네시아로 돌아오게 만드는 이유다. 웡의 세후 월급은 약 2,300달러로, 그가 2010년부터 2012년까지 일했던 원시의 철강 공장 숙련공 임금의 세 배 이상이다. 웡은 가족 중 유일한 소득자이며, 아홉 살 난 아들의 결혼식을 위해 최소 7만 달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중 신부값(bride price)으로만 약 3만 달러가 든다. (신부값은 중국 일부 지역의 결혼 전통으로, 신랑 측 가족이 신부 측 가족에게 일정 금액을 지급하는 관습이다.)

“내 주변 중국 동료들을 봐도 그래요. 어떤 사람은 이혼했고, 어떤 사람은 사업이 망했죠. 그리고 나처럼 자신과 가족을 부양할 돈이 부족한 사람들도 많아요. 우리는 각자 다른 사연을 안고 이곳에 왔고, 다시 스스로를 만들어가려 노력 중이에요.” 웡은 이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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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가 니켈 제련 및 제조의 중심지로 부상한 것은 2014년 이후다. 그해 인도네시아 정부는 국내 가공 산업 역량을 강화하고, 완제품 니켈 수출을 늘리기 위해 미가공 광석 수출을 금지했다. 정부는 이 정책을 “산업 하류화” 전략이라 부르며, 자국 내에서 원자재를 가공하고 부가가치를 높여 글로벌 공급망의 주도권을 잡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젊은 인구를 위한 일자리 창출과 외국인 투자 유치도 주요 목표였다.

중국의 금속 및 스테인리스강 대기업 칭산홀딩그룹(Tsingshan Holding Group)은 인도네시아 정부의 이 호소에 가장 먼저 응답한 기업 중 하나였다. 2010년대 초반, 중국의 인프라 붐은 자국 공장들이 철강 생산을 유지하기 위해 해외 니켈 광산을 찾게 만들었다.

2013년 7월, 칭산은 술라웨시 섬 동부 해안에 약 8,000에이커 규모의 제련소·공장·석탄화력발전소 복합단지인 인도네시아 모로왈리 산업단지(Indonesia Morowali Industrial Park) 건설에 합의했다. 발전소들은 단지 내부의 산업 시설과 인근 마을에 전력을 공급하지만, 국가 전력망에는 연결되지 않는다. 2018년, 모로왈리 산업단지가 가동된 지 3년 후, 약 450마일 동쪽 말루쿠 북부 지역에서도 위다 베이 산업단지건설을 위한 유사한 협정이 체결되었다. 12,000에이커에 달하는 이 단지는 뉴욕 센트럴파크 14개 크기에 해당한다. 2020년, 위다 베이 단지가 첫 니켈 제련 제품을 생산하면서, 인도네시아는 중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의 니켈 생산국이 되었다. 칭산홀딩그룹은 인도네시아 최대 산업단지들의 주요 지분 보유 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인도네시아 동부의 웨다베이 산업단지 내부의 니켈 제련소들.

현재 인도네시아의 니켈 산업은 23만 명 이상의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으며, 대학 졸업생, 농민, 초등학교 교사, 공무원 등 다양한 지역의 사람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칭산홀딩그룹의 산업단지들에는 수십 개의 임차 기업들이 입주해 있으며, 이들이 인도네시아 니켈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담당하고 있다. 중국, 한국, 호주, 브라질, 프랑스 등 여러 나라의 기업들이 인도네시아 동부의 외딴 섬들에 위치한 니켈 제련소에 수십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쏟아붓고 있다. 인도네시아 니켈광산협회에 따르면, 전국에서 54곳 이상의 제련소 및 수화학(습식) 처리 공장이 가동 중이며, 92곳 이상이 건설 중이거나 계획 단계에 있다.

“인도네시아의 니켈 없이는 화석연료에서 벗어나는 전환이 거의 불가능하다.” 영국에 기반을 둔 프로젝트 블루(Project Blue)의 핵심 광물 데이터 분석가 조니 링후이 니(Johnny Linghui Ni)는 이렇게 말했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은 최소 2030년까지, 어쩌면 그 이후까지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칭산홀딩그룹 같은 중국 기업들이 인도네시아에서 사업 영역을 확장하면서, 그들은 경험 있는 산업 노동자들을 빠르게 확보해야 했다. 그때 중국 북부 내륙 지역이 주요 모집지로 떠올랐다. 이 지역은 중공업이 집중된 지역으로,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인해 건설 자재(콘크리트, 스테인리스강 등) 수요가 줄면서 대규모 실직 사태가 발생했다. 공장 과잉 생산으로 인해 철강 가격은 폭락했고, 여기에 새로운 환경 규제가 더해져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기업들이 문을 닫거나 대폭 축소 운영하게 되었다. 그 결과, 일할 나이의 남성들은 생계를 위해 해외 일자리를 찾을 수밖에 없었다.

인도네시아에서의 사업 확장을 추진 중인 한 중국 기업이 주최한 채용 박람회에 중국의 제철소 노동자들이 참여하고 있다.

니켈 제련 기업들은 중국 북부 내륙 지역에서 취업 박람회를 열기 시작했고, 월급을 최소 두 배로 올려주겠다는 약속을 내걸었다. “칭산홀딩그룹(Tsingshan)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공장 노동자들을 대거 끌어모으기 시작했어요. 거의 쉬지 않고 계속 채용을 이어갔죠.” 중국 칭화대학교에서 인도네시아 동부의 니켈 벨트 지역을 연구하는 인류학자 자후이 쩡(Jiahui Zeng)은 이렇게 말했다. “중국 니켈 노동자들에게 이주 노동은 가족의 압박에 의해 밀려난 선택이에요. 아이에게 더 나은 학군의 아파트를 사줘야 한다거나, 아들의 결혼자금을 마련해야 한다는 이유죠.” 하지만 이런 가족적·경제적 압박은 중국인 노동자들을 극도로 취약하게 만든다고 그는 덧붙였다.

그는 “수입을 잃을까 두려워해서, 그들은 조직화되길 꺼리고, 인도네시아에서 문제를 제기하는 것조차 조심스러워합니다.”라고 말했다.

원시 지역에서 가장 먼저 채용된 노동자 중 한 명이 Z.궈(Z. Gwok)였다. 2009년부터 2015년까지 그는 원시의 철강 공장에서 일했다. 그러나 2015년 말, 막대한 부채에 시달리던 원시 제철소가 전체 인력의 절반을 해고했다. 공장은 더 이상 궈의 월급 600달러를 감당할 수 없었고, 결국 6개월 유급휴가를 주며 사실상 정리해고했다. 그는 두 살배기 딸이 더 좋은 학군의 유치원과 학교에 다닐 수 있도록, 마을에서 약 40마일 떨어진 대도시의 13만 달러짜리 아파트를 사기 위해 저축 중이었다.그런데 어느 날, 그는 모로왈리 산업단지의 구인 공고를 보고 “주사위를 던져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몇 주 후, 칭산홀딩그룹이 그를 채용했고, 그의 첫 여권 발급을 도와주었으며, 비행기를 태워 산업단지로 보냈다.그는 창가 자리를 배정받았고, 구름 위에서 바라본 푸른 바다와 숲으로 덮인 섬들의 조감도 같은 풍경을 잊을 수 없었다고 회상했다. (<그리스트>와 인터뷰한 대부분의 중국인 노동자들처럼, 궈 역시 직장에서 보복을 우려해 이니셜과 성만 사용하기로 했다.)

궈는 산업단지 내 첫 네 개 용광로 중 하나를 운영하며, 인도네시아인 하급 노동자 두 명을 관리했다. 그의 월급은 1,700달러였다. 6개월 후, 궈와 다른 중국인 노동자들이 휴가를 위해 귀국했을 때, 그들은 자신의 경험담을 가족과 친구들에게 들려주었다. 그 결과, 그들의 가족과 친구들이 온라인으로 비슷한 일자리에 지원하거나, 칭산홀딩그룹의 연례 채용 박람회에 직접 찾아가는 일이 이어졌다.

교대 시간에는 모로왈리 주변에서 교통 체증이 흔하게 발생한다.

W.H. 웡은 2022년 음력 설 이후 원시에서 열린 칭산홀딩그룹의 연례 채용 박람회에서 인도네시아 니켈 공장 일자리에 대해 처음 들었다. 그는 전단지에 적힌 눈이 휘둥그레질 만큼 높은 월급 액수를 보고 깜짝 놀랐다. 그 금액은 그가 자동차 배기 파이프 공장에서 일하며 받던 임금의 세 배였다. “사기처럼 느껴졌어요.” 웡은 그렇게 회상했다. 너무 터무니없이 좋아 보여서, 그는 그 제안을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하지만 몇 달 뒤, 실패한 사업으로 6만 달러의 빚을 갚기 위해 인도네시아 북말루쿠의 위다 베이 산업단지에서 일하고 있던 중학교 동창이 자신의 급여 명세서 스크린샷을 보내왔다. 그 순간 웡은 곧바로 지원서를 냈다.

채용된 후, 웡은 중국 푸젠성 해안 지역에서 열린 오리엔테이션에 참석했다. 그는 그때 강사가 이렇게 말했다고 기억했다. “매년 산업단지에서 심각한 부상이나 사망으로 이어지는 사고가 40건 이상 발생합니다.”(칭산홀딩그룹에 이 발언의 사실 여부를 확인했으나, 회사는 확인을 거부했다.) “그땐 무슨 말인지 잘 몰랐어요.” 웡은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곧 웡 자신도 두 번의 위험한 사고를 직접 겪게 되었다. 첫 번째는, 그가 폐기물 통로 출구 근처를 지나가던 중, 용광로에서 튄 금속 액체가 오른손 등 뒤를 덮쳐 화상을 입었을 때였다. 두 번째는, 폭우가 내린 어느 날 밤 근무를 마치고 퇴근하던 중, 웡이 웅덩이라고 생각했던 곳을 밟았다가 사실은 목까지 차오르는 물웅덩이에 빠졌을 때였다. 그는 수영을 전혀 할 줄 몰랐기 때문에, 근처의 기둥을 붙잡고 몸을 끌어올려 간신히 살아났다.

그가 아는 몇몇 동료들은 그렇게 운이 좋지 않았다. 한 인도네시아인 동료는 주조 라인 오류를 수동으로 고치려다 안전 규정을 어기고 손가락에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 또 다른 중국인 노동자는 젖은 작업화를 신고 전기로 위로 올라갔다가 감전되어 즉시 의식을 잃었다. (위다 베이 산업단지 측은 <그리스트>에 보낸 답변에서 개별 사례에 대한 언급은 피했지만, “모든 사고는 기록되며 심각한 사고는 훈련 강화 및 안전 기준 개선을 위해 철저히 조사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웡에게 가장 충격을 준 사건은 2023년 크리스마스이브 새벽, 모로왈리 산업단지에서 발생한 폭발 사고였다. 새벽 5시 30분경, 정비팀이 용광로를 수리하던 중이었다. 당시 공장은 제련 폐기물(슬래그, slag)이 과도하게 쌓여 있었다. <그리스트>가 입수한 익명의 중국인 직원 두 명이 제공한 내부 통지문에 따르면, 정비팀은 벽돌을 교체하고 슬래그를 청소하는 업무를 맡고 있었다.

그러나 용광로는 충분히 식지 않은 상태에서, 용접공들이 열 손상된 벽돌을 교체하기 시작했다. 슬래그는 여전히 녹아 있었고, 그것이 넘쳐흐르면서 인근의 인화성 화학물질 탱크에 불이 붙어 폭발을 일으켰다. 노동자들은 살아남기 위해 지상에서 30피트(약 9미터) 위에 있는 용광로 개구부에서 뛰어내렸다. 폭발이 이어지고 연기가 피어오르자, 노동자들은 도망치기 시작했다. 도로 한가운데서 쓰러진 사람도 있었고, 팔에 부상을 입고 절뚝이며 도망치는 사람도 있었다. 이 사고로 중국인 8명과 인도네시아인 13명, 총 21명이 숨졌다.

그 시각, 웡은 위다 베이 산업단지의 야간 노동을 막 끝내던 중이었다. 폭발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그의 위챗에는 친구와 가족의 안부 메시지와 SNS에서 퍼진 소식 캡처가 쏟아졌다. 사망자 중에는 올해 37세였던 용광로 정비공 훙춘리에(Hung Chun Lie)도 있었다. 그는 2021년 술라웨시로 건너와, 어머니의 무릎 수술비와 낡은 집 수리비로 가족이 빌린 약 3만 5천 달러의 빚을 갚기 위해 일하던 중이었다. 그는 돈을 벌고 빚을 갚은 뒤 중국으로 돌아갈 계획이었다.

웡은 나중에서야 리에가 자신과 같은 원시 출신이며 먼 친척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어릴 적 두 가족은 음력 설 연휴 때마다 서로 왕래하던 사이였다. 웡과 리에는 둘 다 원시 제철소에서 용광로 기술을 배웠고, 제철소가 수익을 내지 못하자 중국 동부 연안으로 건너가 잡일을 하며 생계를 이어가다가, 인도네시아로 이주해 제련소에서 일하게 된 공통된 이력을 가지고 있었다. 인도네시아에 와서도 둘 다 인도네시아인 신입 노동자들에게 기술을 가르치며, 팀 리더로 승진했다.

“리더라면, 근무 중이든 아니든 위험한 일이 발생하면 제일 먼저 현장에 가야 해요.” 웡은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제 가족과 제 자신의 생명이 너무 두려웠어요. 그게 저일 수도 있었으니까요.”

* * *

이 참혹한 폭발 사고는 인도네시아 니켈 산업의 안전 관리 실태를 전 세계적인 비판의 중심에 올려놓았다. 이에 대한 우려를 완화하기 위해, 칭산홀딩그룹을 포함한 중국 투자기업의 고위 임원진들이 2024년 5월 자카르타로 날아와, 술라웨시와 북말루쿠 지역의 인도네시아 니켈노조 대표단과 비공개 회의를 가졌다.

이는 중국 기업들이 처음으로 인도네시아 노동자들과 직접 대화한 사례였다. 익명을 요청한 회의 참가자 두 명은 <그리스트>에, 회의에서 산업안전 규정 미준수, 비좁은 보건소, 구급차 부족, 산업단지 외곽 도로의 쓰레기 문제 등이 논의되었다고 전했다. 양측은 홍콩과 자카르타의 노동 관련 비정부기구가 노동자 불만 신고 시스템을 중재·운영하는 데 합의했다.

중국 북부 허베이성의 한 쇠퇴한 제철소를 마오쩌둥 주석의 동상이 내려다보고 있다.

회의 이후, 양측은 급격히 늘어난 노동자 수로 인해 발생하는 막대한 쓰레기 문제에서 비롯된 보건 위험을 줄이는 데 관심을 보였다. 중국인 노동자들이 산업단지 내부 숙소에서 생활하는 것과 달리, 대부분의 인도네시아인 노동자들은 인근 마을의 임시로 지어진 판잣집을 임대해 거주하고 있었고, 이 지역에는 기본적인 쓰레기 처리 시설조차 없었다. 이에 모로왈리 산업단지의 관리자들은 2024년 8월까지 하루 80톤의 생활 폐기물을 처리할 수 있는 폐기물 처리 설비를 설치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처리 장비는 5개월이 지연된 2025년 1월에야 도착했고, 실제로는 하루 40톤밖에 처리하지 못했다. 결국 새 설비는 산업단지 주변 도로를 따라 쌓인 쓰레기 더미를 줄이는 데 거의 도움이 되지 않았다.

더 심각한 노동자들의 안전 및 건강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채 남아 있었다. 현지 및 국제 비정부기구들도 노동자들의 근로 환경 개선을 위해 노력해왔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예산 삭감으로 인해 일부 핵심 지원 프로그램이 중단 위기에 놓였다. 국제노동기구(ILO)도 영향을 받은 단체 중 하나였다. 비공개 협상을 이유로 익명을 요청한 ILO 관계자에 따르면, ILO 대표단은 당시 인도네시아 해양투자조정장관이었던 루훗 빈사르 판자이탄(Luhut Binsar Pandjaitan)과 만나 2023년 모로왈리 폭발 사고에 대해 논의했다.

판자이탄은 국제 투자를 유치하기 위한 인도네시아의 니켈 개발 전략을 총괄하던 인물로, 현장 중심의 안전 교육 워크숍을 통한 산업 안전 개선 방안을 적극 지지했다. 그의 승인 이후, ILO는 모로왈리 산업단지 방문, 술라웨시 지역의 노동단체와의 회의, 그리고 중국 본사의 칭산홀딩그룹 고위 임원들과의 최소 두 차례에 걸친 ‘우호적이고 건설적인’ 대화를 진행할 수 있었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ILO는 미국 노동부로부터 니켈 제련소의 안전 및 보건 향상 프로젝트 수행을 위해 400만 달러의 예산을 배정받았으나,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정부 효율성부’의 개입으로 미국 노동부는 2025년 3월에 이 프로그램의 자금 지원을 전면 중단했고, 그 결과 프로젝트는 강제로 중단될 수밖에 없었다.

그 관계자는 “그 프로젝트는 단순히 산업 안전과 보건 문제 개선에 그치지 않고 훨씬 더 큰 변화를 이끌 수 있었어요. 이주 노동, 근로자의 주거 환경, 그리고 그 밖의 여러 문제들이 조금씩 개선될 예정이었죠. 이제는 이 문제에 관심을 갖고 지원하려는 후원자가 더 이상 없다는 게 정말 안타깝습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8월 27일, 미국 노동부는 공정하고 신뢰할 수 있는 핵심 광물 공급망 구축을 촉진하기 위한 900만 달러 규모의 신규 보조금 신청 접수를 시작했다.)

그 사이, 모로왈리 산업단지는 계속 확장되고 있었다. 2023년, 인도네시아 정부가 산업단지를 4,400에이커(약 1,780헥타르) 확장하는 계획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단지의 환경 및 기업사회책임(CSR) 부서가 생태계와 공중보건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다. <그리스트>가 입수한 검토 보고서 결과는, 산업단지의 유해한 영향이 공장 담장을 훨씬 넘어 외부 지역까지 확산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니켈 제련소 노동자들과 인근 마을 주민들은 결핵, 급성 인두염, 급성 비염 등 호흡기 질환으로 병원을 찾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었다. 수십억 달러 규모의 대기업들이 운영하는 산업단지임에도 주변 마을들은 여전히 오폐수 배출 시설과 깨끗한 식수 공급망이 전혀 없는 상태였다. 산업단지 외곽의 여섯 개 마을에서는 주민의 4분의 1이 오염된 수원(水源)으로부터 30피트(약 9미터) 이내에 거주하고 있었으며, 주민의 41퍼센트가 ‘마른기침’ 증상을 호소하고 있었다.

웨다만 해안에서 아이들이 놀고 있고, 그 뒤편에는 산업단지 내 니켈 공정을 지원하는 자체 석탄화력발전소가 보인다.

인근 12개 마을에서는 영양실조와 위장 감염으로 인해 성장 발달이 늦은 어린이들의 수가 2년 만에 50퍼센트 증가했다. 보고서 일부를 집필한 환경 컨설턴트이자 연구자는 직장에서의 보복이 두려워 익명을 요청한 채 “관료들과 관련 기관은 이 모든 걸 알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2013년 모로왈리 산업단지가 건설되기 전에는 이러한 보건·환경 위험이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모로왈리 산업단지가 지역 경제에 여러 비즈니스와 고용 기회를 제공한 것은 사실이지만, 내부 보고서는 이렇게 명시하고 있다. “지역사회는 [산업단지의] 산업 활동 및 확장으로 인한 환경적 위험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만약 기업이 개발 과정에서 환경, 보건, 공간 계획, 사회·공동체적 위험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면, 지역사회의 저항은 거세질 수 있다.”

2025년 6월, 인도네시아 환경부는 모로왈리 산업단지 내에서 ‘심각한(serious)’ 환경법 위반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이 부처는 해당 기업에 대해 폐수 및 대기 오염 관리 실패, 허용 기준을 초과한 오염 배출, 무허가 건설 등을 이유로 과태료 부과와 추가 조사를 추진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그로부터 한 달 뒤인 7월, 모로왈리 산업단지 측은 서면 답변에서 “자사는 인도네시아의 대기, 수질, 고형 폐기물 관련 법률을 준수하고 있으며, 입주 기업들이 개선할 수 있도록 자체 규정을 제정해 시행 중이다”라고 밝혔다. 또한, “공기 정화, 폐수 처리, 유해 및 고형 폐기물 관리 장비에 대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위다 베이 산업단지는 <그리스트>에 보낸 이메일에서 “단지와 입주 기업 모두 인도네시아 정부가 정한 관련 법, 인허가 요건, 운영 기준을 엄격히 준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이해관계자들과의 개방적 소통을 유지하고, 환경 관리와 지역사회 협력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개선하며, 제기된 우려를 건설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도네시아 인력부, 환경·산림부, 해양투자조정부는 <그리스트>의 논평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동인도네시아 니켈 산업이 급성장하는 동안, 중국인 이주 노동자들은 여전히 자신들의 경력과 안전 문제를 논의하는 자리에조차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

2025년 2월 말, 나는 중국 산시성(山西省)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1년에 두 번, 2주간 주어지는 휴가 기간 중 고향에 머물고 있던 W.H. 웡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국도 양옆으로는 저층 주택과 옥수수밭이 줄지어 있었고, 원시현에 가까워질수록, 황토 고원의 황량한 들판 한가운데에서 연기를 뿜어내는 제철소의 굴뚝과 용광로가 줄지어 서 있는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고요한 시멘트 골목들에는 20년 전 공장이 호황이던 시절의 흔적 — 문 닫은 나이트클럽과 인터넷카페의 간판들 — 이 남아 있었다.

중국 북부 황토 고원의 험준한 지형 한가운데 있는 웡의 고향 마을 인근의 농지와 가옥들.

요즘 원시현은 활기를 잃었다. 가족들이 더 큰 도시로 이주하면서 마을 초등학교들이 잇따라 문을 닫았고, 거리에서는 젊은 사람들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런 풍경은 석탄과 철이 풍부한 산시성 전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산시는 2024년에 중국에서 유일하게 마이너스 경제성장률을 기록한 성(省)이었다. 원시현 중심가에서 발길이 오가는 유일한 곳은 3성급 호텔이었는데, 그곳에서는 칭산홀딩그룹이 매년 여는 대규모 채용 박람회가 열리고 있었다.

웡은 마을 입구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따뜻하게 미소 지으며 부드럽게 인사를 건넸다. 우리는 그의 집 소파에 앉아, 그가 북말루쿠에서 가져온 달콤한 인도네시아산 인스턴트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눴다. 대화는 자연스럽게 니켈 제련소 이야기로 흘러갔다.

웡은 일을 시작할 때마다 안전 수칙과 그날의 작업 계획을 설명했고, 통역사가 이를 인도네시아인 부하 직원들에게 번역해 전달했다. 그는 상사의 지시에 따라 동료들에게 “오른손을 왼쪽 가슴에 얹고” 다음 구호를 외치게 했다. “우리 자신을 위해, 가족을 위해, 동료들을 위해, 우리는 표준 자세를 지키고, 표준 작업을 하며, 안전을 지켜야 한다.”

그의 일상 업무는 제련소에 원료를 투입하는 50피트 길이의 파이프 수십 개를 관리하고, 높이 80피트의 제련로 천장에 매달린 전극 3개가 과열되지 않았는지 계속 확인하는 일이었다. “그중 하나라도 과열돼 타버렸는데 늦게 알아차리면, 심각한 폭발로 이어질 수 있어요.” 웡은 말했다. “제련로에서 오래 일할수록, 일을 더 잘 이해할수록, 오히려 두려움이 커져요. 줄어들지 않아요.”

해질 무렵, 겨울 햇살이 집 주변의 황량한 들판을 주황빛으로 물들이자, 웡의 아내가 마을 학교에서 아이 둘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왔다. 공부하기 싫어하던 아들은 아버지에게 휴대전화로 게임을 하게 해달라고 졸랐다.

웡은 평소보다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공부 열심히 해서, 지식으로 돈을 벌어야 해. 아버지처럼 몸으로 돈 버는 인생에 기대선 안 돼. 알겠니?”

[출처] Inside the Indonesian boomtowns powering the world’s electric vehicles

[번역] 이꽃맘 

덧붙이는 말

우페이 위(Wufei Yu)는 홍콩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언론인으로, 스포츠, 야외 탐험, 기후와 환경, 그리고 중국·뉴멕시코·미국 서부 지역을 중심으로 한 인간 중심의 이야기를 주로 보도한다. 이 기사는 퓰리처 센터(Pulitzer Center)와 업루트 프로젝트 환경정의 펠로우십(The Uproot Project Environmental Justice Fellowship)의 지원을 받았다. <그리스트>(Grist)가 제작하고 <레스트 오브 월드>(Rest of World)가 재게시했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