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자주 말해도 지나치지 않다. 중국의 녹색 에너지 설비 확장, 특히 태양광(PV) 생산 능력 확대는 세상을 바꿔놓고 있다. 현재 중국은 혼자만으로도 이산화탄소 순배출 제로(Net Zero)를 위한 ‘최적화된’ 경로에 필요한 태양광 패널 생산 능력보다 50% 이상 많은 생산 능력을 갖췄다. 중국산 패널을 원치 않는 사람들까지 고려해 전 세계의 생산량을 합치면, 우리는 필요량의 두 배에 해당하는 생산 능력을 확보했다.
출처: Ember
분명히 해두자. 과잉 공급은 오히려 긍정적인 일이다. 우리의 모델은 어디까지나 대략적인 추정치일 뿐이다. 태양광 생산 능력이 많을수록 청정 에너지 확대 비용이 적어진다. 속도가 느린 다른 재생에너지(예: 풍력)에 대한 부담을 줄여주고, 에너지 절약을 위해 비용이 많이 드는 복잡한 시도를 하지 않아도 된다. 이는 에너지 집약적 혁신을 유도할 가능성도 크다. 이미 중국은 전 세계를 합친 것보다 세 배나 많은 청정에너지 특허를 출원하고 있다.

중국 밖에서는, 최근 EMBER의 데이터가 보여주듯 저렴한 재생에너지가 빠르게 성장하는 신흥 시장들이 미국을 추월하도록 돕고 있다. 전력화 수준과 재생에너지 비중 모두에서 그렇다.

‘과잉 설비’ 운운하는 건 용납할 수 없다. 아직도 8억 명은 전기 접근성이 부족하고, 20억 명은 청정 취사 수단이 없다.

동시에 분명한 것은, 중국의 녹색 에너지 확대가 일종의 ‘힘의 과시(power move)’라는 점이다. 중국의 녹색 에너지 혁명은 정치적 사안이며, 그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방식 또한 피할 수 없이 정치적이다. 내 생각에, 우리가 중국산 태양광 패널과 배터리에 열광하면서도 기후 정책 분야의 주류는 이 문제 앞에서 말문이 막힌 듯하다.
그렇다면 이 안에 담긴 정치성은 어떤 것일까? 이에 대한 답을 간단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물론 이 주제를 온전히 다루려면 몇 권의 책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분명한 것은, 재생에너지 확장이 성공하면서 ‘성과 기반 정당성(output legitimacy)’을 얻었다는 점이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중국은 만성적인 전력 부족 사회였다. 석탄 발전으로 이 문제를 해결한 것은 성과였지만, 이는 세계 최대 규모의 오염 재앙을 낳았다. 오염을 줄이면서 전력 공급을 점점 늘려온 것은 개발 역사상 눈부신 성취다.
태양광 패널, 풍력 터빈, 배터리, 전기차(EV) 등을 생산하는 세계적 수준의 산업을 일군 것도 이 성취를 더 한다.
이는 노동자, 기업가, 기술자, 공공 및 민간 기관 등 수많은 사람의 노력이 만든 결과다. 그러나 서방 관찰자들이 반복해서 지적하듯, 중국에는 명확하고 자원이 뒷받침된 산업 정책 프레임워크가 있었다. 서구 비판자들조차 중국 정부와 당의 리더십을 우회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그래서 이것은 단순한 일반적 개발이나 유엔의 지속가능 개발 목표(SDGs)를 체크하는 수준의 문제가 아니다. 중국의 녹색 에너지 혁명은 공산당의 ‘관리 역량’을 입증한다. 특히 시진핑의 개인 철학 가운데 하나를 실현하고 있다:
“녹수청산이 곧 금산은산이다(绿水青山就是金山银山)”
지난 10년간, 공식적인 녹색 현대화는 시진핑 시대와 긴밀하게 연결됐다. ‘두 개의 산 이론(两山论, 량산룬)’을 언급하는 것은 현대 중국 정치에서 상투적인 표현이 되었다.
하지만 이런 지배 이데올로기의 이면에는 자율적이고 반체제적인 환경운동의 침묵이 있다.
홍장(Hong Zhang)은 최근 <메이드 인 차이나>(Made in China)에 게재한 통찰력 있는 글에서, 얄룽창포강(Lower Yarlung Tsangpo) 수력발전 프로젝트와 1990~2000년대 논란이 컸던 싼샤댐(Three Gorges Project)을 비교해 이 점을 잘 짚었다.
1980년대 내내 싼샤댐은 설계, 타당성, 환경·사회적 영향 등을 놓고 격렬한 공개 토론의 대상이 되었다. 서로 다른 입장이 실제로 충돌한 공개적 논쟁이 있었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는 1989년 톈안먼 사태 이후의 정치적 흐름에 영향을 받으며 1992년 최종 승인되었다. 당시 시위 진압을 승인했던 리펑(Li Peng) 총리가 정치적으로 힘을 얻었고, 이를 활용해 댐 건설을 밀어붙였다. 공산당 내부에서 자유주의 개혁 세력이 숙청되면서 리펑이 계획을 통과시키는 데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었다. 그런데도, 1992년 4월 3일 전국인민대표대회 표결에서는 2,633명 중 177명이 반대하고 664명이 기권했다.
반면, 얄룽창포 프로젝트는 싼샤댐보다 설치 용량이 세 배, 투자비용은 다섯 배나 크며, 환경 측면으로 훨씬 더 민감하고 정치적으로도 예민한 지역에서 진행되고 있지만, 국가의회 투표 없이 일사천리로 추진되고 있다. 2020년 10월, 공산당 제19기 중앙위원회는 2021~25년 “제14차 5개년 계획에 수력발전”을 포함하겠다는 ‘권고안’을 통과시켰고, 이 내용은 다음 해 국무원의 공식 계획에도 반영되었다. 2022년에는 동남 티베트를 수력·풍력·태양광 통합 개발 거점으로 삼겠다는 재생에너지 개발 5개년 계획에도 포함되었다. 2024년 12월에는 신화통신이 정부의 승인 사실을 발표했고, 2025년 3월에는 국가 중점 프로젝트로 선정되어 올해 안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물론, 물리적 영향 범위에서 보면 태양광 패널이나 전기차는 거대한 댐과는 비교되지 않는다. 이들은 경쟁이 치열한 산업에서 민간 기업들이 소비자 수요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생산하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태양광 패널, 풍력 터빈, 전기차는 모두 ‘베이징이 정한 조건 아래에서 진행되는 녹색 현대화’라는 공식 이데올로기의 물질적 구현물이기도 하다.
이들은 중국이 그리는 미래의 비전을 구체화한다. 약속을 성공적으로 실현했다는 증표이고, 집단적 성취에 대한 표현이며, 공동의 역량을 선언하는 상징이다. “세상은 수십 년간 녹색 에너지를 이야기해왔고, 중국은 그것을 실현하고 있다.”
실제로 녹색 전력화에 있어서는, 중국이 세계를 압도적으로 이끌고 있다고 주장해도 부정하기 어렵다. 물론 이런 메시지를 중국은 끊임없이 발신하고 있지만, 정작 중국의 소프트파워가 상대적으로 부족하므로 그 메시지는 생각보다 약하게 들린다.
만약 바이든 행정부가 이와 비슷한 성과를 냈다면 어땠을까? 미국 녹색 에너지를 중심으로 AI급의 과대광고가 형성되고, 테슬라 같은 기업이 여섯 개쯤 존재했을지도 모른다. IRA(인플레이션 감축법안)가 정말 세계를 바꾸는 정책이었다면 더 그랬을 것이다. 반면, 뉴욕타임즈에서 리수오(Li Shuo)가 지적했듯 베이징은 ‘과소 약속’을 선호한다. 중국이 새로운 전력화 세계를 지배하게 되면서 어떤 미묘한 소프트파워 효과가 나타날지는 아직 판단하기 이르다.
선전 채널을 제외하고, 중국 내부에서 이 성취를 조용히 기념하는 분위기는 실제 문제나 우려를 드러내는 것일까?
한 가지 문제는, 중국이 너무 잘해버렸다는 점이다. 태양광 산업의 경쟁 강도는 중국 기준으로 봐도 극심하다.
앞으로 험난한 길이 남아 있다. 재생에너지가 비약적으로 확대되는 동시에 석탄 발전 설비도 여전히, 다소 느리지만 계속 늘고 있다. 최근 EMBER 보고서에서 반복되는 공식 논리는 다음과 같다: 선립후파(先立后破), 즉 “짓고 나서 허문다.” 이는 일면 타당하지만, 석탄 산업을 줄이는 과정에서 겪게 될 치열한 충돌을 숨길 수는 없다.
중국의 전력화와 관련한 공식 선전은 많은 경우 세계의 녹색 담론과 접점을 찾기 어렵다. 그것은 종종 베이징이 신장과 티베트 등 서부 지역에서 추진하는 반강제적 국가 건설 프로젝트를 정면으로 다루기 때문이다.
중국의 에너지 계획은 명확하게 ‘공간 계획’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계획은 기술적 요소도 갖추고 있으며, 초장거리 초고압 전력 송전 기술 분야의 놀라운 혁신을 끌어냈다.
Xu, Li-jun 외. “신장의 재생 가능하고 지속 가능한 에너지와 ‘실크로드 경제벨트’ 거점 지역 개발 전략.” Renewable and Sustainable Energy Reviews, 제79권, 2017, 274–285쪽.
동시에, 이러한 거시 지역 차원의 에너지 계획은 중국이라는 국가의 광대한 영토를 통합하려는 권력의 움직임이기도 하다. 서부 지역에 에너지 거점을 확대하고 동부로 전력을 송전하면서, 산업화와 (한족의) 이주가 서부 지역으로 이동하고 있다. 중국을 하나의 거대한 국가 경제 단위로 통합하는 과정은 지난 두 세대에 걸친 중국의 눈부신 성장의 가장 근본적인 원동력 가운데 하나였다. 모든 ‘관세동맹(Zollverein)’이 그렇듯, 이는 경제적 과정이자 정치적 과정이다.
폴리실리콘(polysilicon) 생산은 2016년부터 신장에서 본격적으로 확대되었고, 이는 베이징이 위구르 인구에 대한 탄압을 본격화하던 시기와 겹친다. 2020년대 초반, 강제 노동 문제로 서방의 이목이 쏠렸지만, 더 중요한 점은 중앙이 주도하는 경제 개발 자체가 신장을 통합하기 위한 하나의 계획이며, 신장의 인구 구성과 사회경제적 구조에 깊고 돌이킬 수 없는 변화를 유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티베트 지역에서 추진 중인 중국의 대규모 수력발전 계획 역시 단순한 전력 생산이나 하천 조절을 넘어서, 해당 영토에 대한 베이징의 통치 권한을 명시적으로 드러내는 방식이다.

또한 분명한 것은, 장소가 어디든(중국 서부든, 중국 내부든, 해외든) 중국의 녹색 에너지 프로젝트는 ‘자원 추출형 개발 체계(extractivist system of development)’의 전형적인 일부라는 점이다. 사실 지난 반세기 동안의 중국 에너지 정책 전반은 이 역사적 드라마의 현재까지의 정점으로 이해해야 한다. 이처럼 많은 인구가 이처럼 집중적이고 물질 집약적인 방식으로 빠르게 발전한 사례는 과거에 없었다. 풍력·태양광·배터리로의 전환이 그다음 단계라면, 중국은 다시 한번 전례 없는 규모와 속도로 그 과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토지 이용, 리튬과 같은 핵심 원자재의 채굴, 희생 지역(sacrifice zones)의 지정 등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국의 권위주의적 환경주의가 무엇이든 간에, 그것은 대규모 조직화한 근대화를 위해 자연 자원을 종속시키고, 전통 공동체와 원주민 공동체를 ‘현대화’라는 베이징의 국가적·인류적 프로젝트에 편입시키는 기본 전제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자원 추출주의는 단일한 형태로 존재하지 않는다. 각 에너지 체계는 저마다 고유하다. 세계적으로 볼 때, 중국의 녹색 전력화 추진은 기존 화석연료 체계를 무력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또 하나의 ‘힘의 과시(power move)’이기도 하다. 처음에는 석탄을 대체하겠지만, 중국은 아마도 가스를 주요 에너지원으로 소비하는 나라는 되지 않을 것이며, 교통 전력화가 결국 석유 소비도 줄일 것이다. 중국의 녹색 에너지 시스템은 여전히 유동적인 상태다. 원자재 채굴 및 정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동시에 외부 압력에도 반응하고 있다. 예컨대 중국이 티베트에서 리튬 개발을 추진하는 이유 중 하나는, 자원 민족주의(resource nationalism)나 ‘위험 축소(derisking)’ 움직임으로 인해 해외 공급망이 끊길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청정 전력화는 중국이 전력 시스템의 공급자이자 운영자로서 힘을 갖게 하는 계기가 된다.
중국은 확실히 자국의 영향력과 존재감을 세계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이는 초기 일대일로(BRI) 구상 아래 석탄 화력발전소를 수출할 때나, BRI 2.0 체계에서 태양광 패널과 배터리를 공급할 때나 마찬가지다.
국영 전력회사인 국가전망공사(State Grid)는 대륙 규모의 대규모 전력망 연결 구상을 품고 있다. 미국의 RAND 연구소 같은 기관도 이미 2015년 시진핑이 ‘세계 에너지 상호연결(Global Energy Interconnection)’ 프로젝트를 지지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더 나아가, 전기국가(electrostate)는 본질적으로 ‘네트워크 권력’을 가진다. 2025년 5월 이후, 로이터 통신의 보도로 인해, 중국산 인버터(태양광 패널과 풍력 터빈에서 나오는 직류 전력을 교류로 바꿔주는 장치)에 외부에서 원격 제어 가능한 통신 장비가 몰래 탑재되어 있을 가능성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값싼 중국산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는 것이 베이징에 ‘킬 스위치’를 넘기는 일이 되는 걸까?
출처: Cleantechnica
이 보도 이후 상황이 크게 진전되진 않았지만, 이 문제의 중요성을 상기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여기까지가 고려해야 할 모든 쟁점의 목록은 아니다. 그리고 내가 이 모든 문제에 대해 명확한 해답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전 세계적 녹색 현대화와 에너지 전환이라는 프로젝트에 헌신한 사람으로서, 그 문제들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논의해야 한다고 확신한다. 국가 안보를 우선시하는 매파들은 이 문제에 대해 거리낌 없이 목소리를 낸다. 탈성장/반(反)추출주의 진영 역시 자신들의 입장을 확고히 하고 있다. 반면, ‘에너지 전환팀’의 주요 전략은 종종 정치성을 차단하고, 중국 정책이 만들어낸 경이로운 성과만을 홍보하는 데 집중하는 듯하다. 이런 중립화 전략의 장점은 분명하다. 논쟁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에 따른 위험 역시 존재한다. 말할 필요도 없이, 나는 대립을 주장하는 게 아니다. 하지만 우리가 결국 ‘데탕트식 평화 공존과 협력’만이 유일한 선택지라고 결론 내릴 것이라면, 우리가 주장하는 바를 명확히 하고, 신뢰 구축과 개입을 위한 전략적 지점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
우선은, 서방이 세계 녹색 현대화 프로젝트에서 리더십을 상실했다는 현실부터 인정해야 한다. 지금 우리가 할 일은 이 상황 속에서 최선을 찾는 것이다. 물론 내가 생각하고 있는 몇 가지 구체적인 실천 사례도 있지만, 그것은 다음 글에서 다루겠다.
[번] 하주영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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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덤 투즈(Adam Tooze)는 컬럼비아대학 교수이며 경제, 지정학 및 역사에 관한 차트북을 발행하고 있다. ⟪붕괴(Crashed)⟫, ⟪대격변(The Deluge)⟫, ⟪셧다운(Shutdown)⟫의 저자이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