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 타임스>(FT)는 이렇게 요약했다. “미국 주식, AI 열풍과 무역 휴전 덕분에 6개월 연속 상승 — S&P 500과 나스닥, 수년 만의 최장 월간 상승세 기록.” FT는 인공지능에 대한 과열된 기대, 금리 인하, 그리고 도널드 트럼프가 무역전쟁을 완화하기로 한 조치가 맞물리면서, 미국 증시가 4년 만에 가장 긴 월간 상승세를 기록했다고 지적했다. S&P 500 지수는 10월에 6개월 연속 상승하며, 지난 화요일 올해 들어 36번째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는 2021년 8월 이후 가장 긴 상승 행진이다.
AI 거품 가능성이나 미국 노동시장의 약세 조짐에 대한 우려는 실리콘밸리 기술기업들의 강력한 실적과 대규모 투자 발표에 의해 완전히 가려졌다. 여기에 중국과 미국이 희토류와 반도체 수출 통제를 1년간 유예하기로 한 합의가 투자심리를 더욱 끌어올렸다. 미 연방준비제도(Fed) 역시 수요일 올해 두 번째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이번 금리 인하는 미국 기업 전역에서 폭발적으로 증가한 인수합병(M&A) 열풍 이후에 이뤄졌는데, 지난 월요일 하루에만 800억 달러(약 110조 원) 규모의 거래가 체결됐다.
기술 대기업들은 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아마존 주가는 금요일 하루에 12% 급등하며 시가총액이 약 3,000억 달러 증가했다. 아마존의 클라우드 사업 부문이 거의 3년 만에 가장 강력한 분기 성장세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메타는 인공지능 프로젝트 자금 조달을 위해 300억 달러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는데, 이 채권에는 1,250억 달러에 달하는 주문이 몰리며 미국 투자등급 회사채 사상 최대 수요를 기록했다. 엔비디아는 시가총액 5조 달러를 돌파한 첫 기업이 되었고, 애플은 처음으로 4조 달러를 넘겼다. JP모건자산운용의 글로벌 멀티자산전략 책임자 존 빌턴(John Bilton)은 이렇게 말했다. “그래요, 이번 강세장은 오래 지속됐죠. 하지만 지금 기술 기업들은 계속 실적을 내고 있습니다. 모두가 ‘기술주가 거품이다’라고 말하는 바로 그 사실이, 아직 상승 여력이 남아 있다는 신호로 보입니다.”
투자 자문가들도 흥분을 감추지 않았다. “AI의 영향이 실제적이고 혁신적일 것이라는 공감대가 확대되고 있습니다. 실적 시즌은 좋은 흐름을 보이고 있고, 우리는 이제 연준의 금리 인하 사이클의 초입에 있으며, 미국과 중국 간 무역 합의가 합리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는 낙관론도 있습니다.” 바클레이스(Barclays) 미국 주식 전략 책임자 베누 크리슈나(Venu Krishna)가 말했다. 모든 ‘비관론자들’은 체면을 구겼다. 미국 경제는 침체에 빠지지 않았고, 인플레이션은 통제 불능 상태가 아니며, 트럼프는 중국과 무역 휴전에 합의했다. 그러니 지금은 “가능한 세계 중 최고의 세상”처럼 모든 것이 완벽해 보인다.
그러나 정말로 모든 것이 그렇게 좋은가? 이번 주식시장 호황으로 인해 주가 대비 기업이익 비율, 즉 주가수익비율(P/E ratio)은 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이 비율은 현재 역사적 평균보다 약 40퍼센트 높으며, 2000년 ‘닷컴 버블’ 당시 수준을 넘어섰다. 당시 버블이 터졌을 때, P/E 비율은 40퍼센트 급락했다.
이전 글들에서 나는 미국의 ‘성공 신화’가 거의 전적으로 기술 대기업들의 AI 투자 확대 덕분이라고 지적했다. 이들 기업은 여전히 막대한 이익을 쌓아가고 있다. 그러나 나머지 미국 기업 부문은 침체 상태에 있다. 기업 부문 전체적으로는 여전히 이익이 증가하고 있지만, 그 속도는 둔화되고 있다. 2024년 말에는 전년 대비 18% 이상 상승했지만, 2025년 3분기에는 10.7% 상승으로 둔화됐다. 여전히 양호한 수치이지만, 하락 추세에 접어들고 있다.
출처: FactSet
이윤율은 팬데믹 침체기의 최저점에서 반등하긴 했지만, 역사적으로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한편 비금융 부문에서는 이윤 증가율이 둔화하고 있다.
출처: BEA
‘매그니피센트 세븐’으로 불리는 대형 기술 기업들조차 막대한 AI 투자 지출로 인해 이익 증가율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메타와 아마존의 경우, 이익이 거의 제로 수준까지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노동자들에게는 노동시장이 점점 약화되고 있다. 순증 일자리는 사라지고 있다.
그리고 한 번 일자리를 잃으면, 다른 일자리를 구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주식시장에서의 열광이 노동시장에서는 전혀 반영되지 않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미국 소비자들은 지금 자신들의 처지에 대해 그 어느 때보다도 우울해하고 있다.
하지만 투자자들과 기업 전략가들에 따르면, 경제 카드 묶음에서 유일한 ‘조커’는 공공 부문이다. 미국 정부는 여전히 막대한 연간 예산 적자를 기록하고 있으며, 그 결과 정부 부채 수준을 끌어올리고 있다. 따라서 그 부채를 상환하는 비용 또한 증가하고 있다.
겉보기에는, 생산적 자산에 대한 낮은 투자가 이러한 이유 때문이라고 한다. 정부가 발행하는 국채가 너무 빠르게 증가하여 민간 부문의 생산적 자산 투자에 필요한 신용을 ‘잠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터무니없는 주장이다. 이미 여러 연구가 보여주듯, 이자 비용은 기업들이 가장 먼저 걱정하는 요인이 아니다. 기업들에게 진짜 핵심 질문은 “새로운 투자로부터 얼마만큼의 이윤을 얻을 수 있는가?”이다.
21세기에 공공 부문 부채가 이렇게까지 급증한 이유는 2008~2009년의 세계 금융위기 당시 금융 및 민간 부문을 구제한 것, 2012년까지 이어진 유로존 부채위기 대응, 그리고 2020년 팬데믹 침체 속에서 시민들이 생존할 수 있도록 제공된 재정 지원 때문이다. 바로 이 시기들에 정부 부채 비율이 폭등했다. 그 사이의 기간에는 복지 축소와 사회기반시설 투자 삭감 같은 긴축 정책, 그리고 일부 성장 회복으로 인해 부채 비율이 대체로 안정된 상태를 유지했다. 한편 개인소득세(특히 고소득층)와 법인세가 삭감되면서 정부의 세수는 GDP 대비 약 35% 수준에서 정체된 반면, 정부 지출의 GDP 대비 비중은 상승했다(IMF).
출처: OECD
부채는 확실히 중요한 문제다. 그러나 자본주의 경제에서 진짜 중요한 부채는 공공 부채가 아니라 기업 부채다. 최근 추정에 따르면 주요 경제권 내 기업들의 30% 이상이 너무 많은 부채를 떠안고 있어, 그 부채를 상환하기에 충분한 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출처: Bloomberg
대부분의 중앙은행이 단기 금리를 인하했음에도 기업들의 차입 금리는 그리 많이 떨어지지 않았다. 현금이 풍부한 대기업들은 굳이 돈을 빌릴 필요가 없고, 빌린다고 해도 최상의 금리를 적용받는다. AI 기업들은 여전히 기존의 현금 보유액과 핵심 사업에서 발생하는 수익으로 막대한 설비 투자를 감당할 수 있지만, 그 현금은 빠르게 고갈되고 있다. 반면 다른 기업들은 계속해서 은행 부문에 의존해 구제받고 있는 상황이다.
그리고 여기서 위험이 발생한다. 미국에서는 2023년 3월, 중소 지역은행들이 심각한 위기에 빠졌는데, 스타트업 기술기업들이 운영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예금을 대거 인출하자 은행들이 지급 능력을 잃었기 때문이다. 지난달에는 JP모건의 CEO 제이미 다이먼이 금융 시스템에 대해 의미심장한 경고를 내놨다. 자동차 부품 공급업체 퍼스트브랜즈(First Brands)와 서브프라임 자동차 대출업체 트리컬러 홀딩스(Tricolor Holdings)의 파산을 언급하며 그는 “바퀴벌레 한 마리를 보면, 분명 더 있다. 모두 이 일에 대해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JP모건은 트리컬러로 인해 1억 7천만 달러를 잃었고, 피프스 서드 뱅콥(Fifth Third Bancorp)과 바클레이스도 각각 1억 7천 8백만 달러, 1억 4천 7백만 달러의 손실을 입었다. 일부 미국 지역은행들도 다시 위기에 처했는데, 퍼스트시티즌스 뱅크셰어스(First Citizens Bancshares)와 사우스스테이트(South State)는 각각 8천 2백만 달러, 3천 2백만 달러의 손실을 기록했다.
2023년 3월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유럽 은행들이 연루되어 있다. 당시에는 거대 스위스 은행 크레디트스위스(Credit Suisse)가 붕괴했지만, 이번에는 BNP파리바(BNP Paribas)와 HSBC가 각각 1억 달러 이상의 대출 손실 상각을 보고했다. 그리고 역시 그때와 마찬가지로 사기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퍼스트브랜즈의 회계에서 ‘팩터링 거래(factoring deals)’라 불린 23억 달러가 “그냥 사라졌다”고 한다.
이것이 상업은행들이 직면한 위험이다. 그러나 점점 더 많은 대형은행들이 기업, 특히 중소기업에 직접 대출하기보다는 이른바 ‘비은행 대출업체‘에 유동성을 제공하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 현재 비은행 금융기관들은 전체 미국 은행대출의 10% 이상을 차지한다. 은행의 직접적인 대차대조표 내 자금 공급은 2012년 이후 급격히 줄었지만, 비은행에 대한 신용공여는 크게 늘어나 현재 GDP의 약 3%에 해당한다. 비은행 대출은 2020년 5천억 달러에서 현재 거의 1조 3천억 달러로 증가했으며, 이제 기업 자금조달의 점점 더 중요한 원천이 되고 있다.
이러한 비은행 대출의 상당 부분이 지금은 가계 주택담보대출에 사용되고 있다. — 2007년의 악몽을 떠올리게 하는 상황이다.
이 비은행 대출은 은행의 대차대조표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규제를 받지 않는다. 이는 곧, 대출받은 기업이 파산할 경우 신용회사들이 손실을 감당할 만큼의 자본을 보유하지 못했을 가능성을 의미한다. 그렇게 되면 비은행 신용회사들 역시 파산하거나, 상업은행으로부터 대규모 구제를 받아야 할 수도 있다. 이는 금융 시스템 전체를 통과해 실물경제로까지 번질 수 있는 전형적인 ‘연쇄 충격’이다.
이른바 ‘시스템적 위험‘이라 불리는 이러한 현상은 대부분의 금융 전략가들에 의해 일축된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비은행 신용회사들이 파산하더라도 위험이 없다고 주장하며 오히려 방어 논리를 폈다. 반면 영국 중앙은행(BOE) 총재 앤드루 베일리는 퍼스트브랜즈와 트리컬러 붕괴 이후 비은행 신용시장 내 위험한 대출 관행에 대해 “경보가 울리고 있다,”며 우려를 제기했다. 그는 이러한 상황이 2008년 금융위기 이전의 관행과 직접적으로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과거 ‘재포장’된 금융상품들이 기초자산의 위험을 가려버렸던 사례를 언급하며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이미 과거에 ‘슬라이싱’과 ‘다이싱’, 그리고 대출 구조의 ‘트랜칭’이라 불리던 방식이 다시 나타나고 있는 것을 보고 있다. 금융위기 이전 시기에 이런 관행에 연루된 적이 있다면, 그 시점에서 경보음이 울리기 시작할 것이다.” 트리컬러와 퍼스트브랜즈 모두 자산유동화 부채를 활용했으며, 서브프라임 대출업체인 트리컬러는 자동차 대출을 채권으로 묶어 판매했고, 자동차 부품 제조사인 퍼스트브랜즈는 청구서에 대한 신용을 제공받기 위해 특수 펀드를 이용했다. 베일리의 발언은 지난달 IMF의 경고와 맥을 같이한다. IMF는 미국과 유럽 은행들이 헤지펀드, 비은행 신용회사, 기타 비은행 금융기관들에 노출된 4조 5천억 달러 규모의 위험이 “어떤 경기 하강을 증폭시키고 금융 시스템 전반으로 스트레스를 전이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요컨대, 주식시장은 호황을 구가하고 AI 열풍은 여전히 확산 중이지만, 나머지 실물경제는 그리 활기가 없다. 그리고 지금, ‘부채의 세계’ 내부에서는 바퀴벌레들이 서서히 시스템을 갉아먹고 있는 듯하다. — 주의 깊게 지켜볼 일이다.
[번역] 이꽃맘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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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로버츠(Michael Roberts)는 런던 시에서 40년 넘게 마르크스 경제학자로 일하며, 세계 자본주의를 면밀히 관찰해 왔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