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기 끊고 파업해도 “모르쇠”인 공항공사... “정부가 ‘중재’ 넘어 직접 해결 나서야”

전국의 공항에서 시설 운영과 보안 등을 담당하는 자회사 노동자들의 파업 투쟁이 장기화하고 있다. 공항의 일상과 여객 시민의 안전을 지탱하고 있는 현장 노동자들은 노동자에게 “안전한 일터”여야 모두가 “안전한 공항”이 될 수 있다면서 △연속 야간 노동을 강제하는 교대근무제 개편과 △불평등 저임금 체계를 고착하는 낙찰률 개선 및 결원정산제도 폐지를 핵심 요구로 내걸고 지난 9월 중순부터 고된 싸움을 이어오고 있다. 현장 노동자들의 이같은 요구에 대해 자회사 노사는 합의를 이뤘고, 실질적 책임 주체인 원청 모회사 공항공사들도 이미 수년 전부터 관련 제도 개선을 약속한 바 있으나 이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진짜 사용자”인 정부는 “소극적 중재자” 역할을 자임할 뿐, 문제 해결을 위한 적극적 조치에 나서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와 전국공항노동조합이 참여하고 있는 전국공항노동자연대는 이에 5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15층 교육장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일부 언론 등을 통해서 확산되고 있는 현장 노동자들의 요구에 대한 ‘오해’들을 짚고, 파업 장기화의 진정한 원인과 실효적 해결 방안을 환기하며 공항공사들의 약속 이행과 정부의 적극적 조치를 촉구했다.

"공항 파업 장기화, 책임과 해법을 묻다" 전국공항노동자연대 기자간담회 현장. 참세상

“죽음의 야간 노동” 멈추려, 곡기 끊은 인천공항 노동자들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시설과 운영, 보안을 담당하는 자회사 소속 노동자들로 구성된 인천공항지역지부의 주된 요구는 이틀 연속 야간노동을 강제하는 현행 3조 2교대제를 4조 2교대제로 전환하자는 것이다.

노조에 따르면 인천공항 자회사 노동자들은 연속 야간노동으로 인해 피로 누적, 수면장애, 뇌심혈관 질환 위험에 상시 노출돼 있다. 올해에만 2명이 야간근무 중 목숨을 잃었고, 3명이 야간근무 전후 뇌심혈관질환으로 쓰러졌다.

“죽음의 야간 노동”을 막기 위한 교대제 개편은 이미 지난 2017년부터 2020년 까지 진행된 인천국제공항공사와 노사전(노동조합·사용자·전문가) 협의 과정에서 합의된 사항이다. 자회사 노동자들의 파업 투쟁으로 2022년에도 인천국제공항 3개 자회사가 4조 2교대로의 교대제 개편에 합의를 도출한 바 있으나, 사측은 현재까지도 이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 반면 원청 모회사 인천국제공항공사의 경우 이미 지난 2007년부터 4조 2교대제를 시행하고 있다.

이에 현장 노동자들은 올해 9월 중순 경고 파업에 이어 10월 전면 파업에 나섰고 자회사 사측과 집중교섭에도 힘을 쏟았으나, 교대제 개편을 위한 실질적 권한을 갖고 있는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자회사 노동자들의 직접 교섭 요구에도 거듭 불응하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이같은 답답하고 절박한 현실에, 인천공항지역지부 소속 세 명의 노동자(정안석 지부장, 박대성 보안통합지회장, 이자형 설비지회장)가 곡기를 끊고, 지난 27일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출국장에서 무기한 단식 농성에 돌입했다.

“재정 악화·경쟁력 명분으로 노노 갈등 부추기는 인천공항공사”

노조는 이날 “4조 2교대 전환 시 인천공항공사 재정이 악화될 것”이라는 원청 모회사를 비롯한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 사실관계를 바로 잡았다.

문설희 인천공항지역지부 정책기획국장은 “2020년 노사전 합의서에는 이미 ‘재무영향·운영효율·생산성·노동안전 등을 종합 고려해 단계적으로 4조 2교대를 적용한다’고 명시되어 있다”면서 “교대제 개선은 공사 재정과 인력 운용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이며, 이미 합의된 사안”이라 짚었다.

그는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지난 7월 ‘여객 성장에 힘입어 매출, 영업이익, 당기순이익 등이 모두 상승하며 재무적 성장을 나타냈다’라며 ‘25년 상반기 매출액은 1조 3,469억 원으로 예상되며, 전년 동기 대비 약 12% 상승한 수치’라고 스스로 홍보한 바 있다”면서 “재정이 어렵다는 주장은 현실과 전혀 맞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덧붙여 “4조 2교대 교대제 개편은 위탁사업비를 늘리는 안이 아니다”라며 “자회사 노사는 이미 임금 삭감 없이, 추가 비용 증가도 없이, 교대제 전환이 가능한 운영안을 함께 도출했다”고도 환기했다.

또한 지난 10월 27일 국회 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학재 인천공항공사 사장이 “용역회사였다면 인원을 감축했을 텐데 자회사로 전환한 이후 한 명도 감축 못 했다”라며 인천공항공사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자회사 일부 업무의 민간위탁 추진 필요성을 재검토 해달라고 언급한 것을 두고도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정책에 반하여 자회사를 용역회사로 돌리고, 공공부문을 민간위탁하는 것이 인천국제공항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안이 될 수 없다”고 지적하고, “자회사·하청 노동자 인력감축 및 3조 2교대(연속야간노동) 존치로 모회사·원청 노동자 복지가 증진된다는 것도 어불성설이며, 이는 공공기관이 스스로 나서서 노·노 갈등을 부추기는 꼴”이라고 규탄하고 “연속야간노동 폐지 노사 합의를 이행하는 것만이 노동자·시민이 안전한 인천공항, 인천국제공항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저임금·고강도·고위험 노동 고착하는 불평등 계약”에 맞서

인천공항을 제외한 전국 14개 공항의 운영을 담당하는 한국공항공사 자회사 노동자들로 이루어진 전국공항노동조합의 핵심 요구는 낙찰률 100% 적용 및 결원정산 제도 폐지다.

낙찰률은 공공기관이 사업이나 용역을 외부 업체에 맡길 때, 사전에 정한 기준 금액(예정가격) 대비 실제 계약 금액의 비율을 뜻한다. 이는 여러 업체가 경쟁입찰을 통해 제시한 금액 중 가장 적정한 가격을 정할 때 사용하는 기준으로, 입찰의 효율성과 공정성을 판단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다.

한국공항공사는 자회사와 경쟁입찰이 아닌 수의계약을 맺으면서도 관행적으로 90% 수준의 낙찰률을 적용해 왔다. 이 구조 속에서 자회사가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인건비 총액 규모가 줄어들고, 결과적으로 인력 충원과 처우 개선 여력도 제한된다는 것이 현장 노동자들의 지적이다.

결원정산제는 계약서상 기준 인원보다 실제 근무 인원이 적을 경우 그만큼의 인건비를 공사에 반환하도록 하는 제도다. 노조에 따르면 “한국공항공사는 체육행사, 출산휴가, 예비군, 민방위 훈련, 경조휴가 등 불가피한 사유”마저 ‘결원’으로 감액 정산하는 “불합리”를 거듭하는 등 저임금·고강도·고위험 노동을 고착하는 불평등한 계약으로 자회사 노동자들의 노동 현실을 악화시켜 왔다.

엄흥택 전국공항노동자연대 공동대표(전국공항노동조합 위원장)는 “2018년 한국공항공사의 자회사 전환 후, 낙찰률 임의적용과 결원정산제도 등 불공정한 계약 관행으로 인해, 매해 16%에 달하는 자회사 직원들이 이직하고, 연평균 27건에 달하는 산재사망 및 사고가 이어지고 있다”면서 “전국공항노조는 이의 개선을 요구해왔고, 공항공사도 이에 관한 약속들을 해왔으나, 결국 지켜지지 않았다”고 규탄했다. 이에 현장 노동자들이 파업 투쟁에 나섰으나 “한국공항공사는 오히려 노조법 2·3조 개정을 핑계 대며 대화에 나서지 않고 있고, 진실을 호도하고 있을 뿐”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고용노동부도 국회도 지적한 낙착률·결원정산제”

전국공항노동조합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한국공항공사는 ‘낙찰률 인상은 공정거래법 위반’이라며 거짓말”을 하고 있으나, 이미 지난 2020년부터 2024년까지 고용노동부가 5차례에 걸쳐 “시중노임단가보다 낮지 않은 노임 단가로 계약을 권고”하며 한국공항공사와 자회사간의 “낙착률 임의 적용” 문제를 지적해 왔다고 환기했다.

또한 “결원정산제도는 자회사 노동자들의 근로기준법상 권리를 박탈하는 몰상식적인 계약”이라며, 한국공항공사가 이를 지적한 더불어민주당 한준호 의원실의 질의에 대한 답변자료에서 “2023년 국토교통부 감사 결과를 고려하여 결원정산제도는 유지하되, 자회사 자율성 제고 및 보다 합리적인 제도 운영을 위해 정산 예외 사유 확대를 검토 중”이라고 언급한 것을 두고 “예외 사유 확대 검토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결원정산제도의 타당성에 대한 근본적 대책이 필요”하다고도 강조했다.

끝으로 낙찰률 개선과 결원정산제도 폐지는 이미 지난해 한국공항공사가 실시한 “위수탁계약 운영 효율화 연구용역”에서도 “불공정계약” 문제 해결을 위한 과제로 확인된 부분이며, 10월 1일 전면파업 돌입 전국공항노조와 한국공항공사, 자회사(KAC공항서비스)가 “단계적으로 낙찰률 100% 시행한다”는 최종안에 동의한 바도 있다고 환기하고, 파업 투쟁이 장기화하고 있는 것은 한국공항공사가 파업 직전인 9월 30일 경영진 회의를 통해 돌연 최종 합의안을 번복하고 현재까지 입장을 고수하는 까닭임을 분명히 했다.

“이제 ‘진짜 사용자’ 정부가 나서야”

이날 공항 노동자들은 이제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진짜 사용자”인 정부가 “소극적 중재자” 역할을 넘어서 문제 해결을 위한 책임 있는 조치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주진호 인천공항지역지부 수석부지부장은 정부와 정치권의 역할을 묻는 <참세상>의 질문에 대해 공항 현장 노동자들의 자회사로의 정규직 전환은 현 정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역시 집권 여당이었던 문재인 정권 시기 정부 정책에 의한 것이었음을 환기하고, 정부가 자회사 전환 이후 후속 조치들에는 손을 놓고 현재까지 문제를 방기해왔다고 지적했다. 주 지부장은 현 민주당 정부가 이제라도 “책임감 있게 문제해결에 나서야 한다”면서 현재 대통령실에서 “중재를 하려고는 하나 실질적 컨트롤타워가 없어 아무것도 되는 게 없는 상황”으로 명확한 주체를 세우고 실효적 조치에 나서야 한다고 짚었다.

엄흥택 전국공항노조 위원장도 양 공항사의 경영진들이 본인들의 실적 평가를 고려해 책임 회피를 거듭하는 상황에서 정부의 역할과 개입이 절실하다고 강조하면서, 그런데 고용노동부와 국토교통부 등 정부 부처 사이에서도 서로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지 못해 현장 노동자들은 누구와 무엇을 협의해야 할지도 혼란을 겪고 있다고 밝히고, 정부 내에 명확한 책임 주체를 정해 실효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최인주 전국공항노조 중부본부장은 이어서 “한국공항공사와 인천공항공사의 실질적 관리감독 주체인 국토교통부는 아직까지 침묵하며, 두 달간 파업이 이어져도 단 한 번도 현장을 와보지 않았다”면서 국토교통부를 비롯한 정부가 현장 노동자들의 절실한 요구들에 귀를 기울이고 책임 있게 문제해결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끝으로 문설희 인천공항지역지부 정책기획국장은 “자회사 공항 노동자들이 파업에 나선 주요한 이유는 안전한 공항을 만들어야 한다는 절박함 때문이었다”라며 “저희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 지역지부와 전국공항노동조합이 상급단체가 다름에도 함께 연대해서 행동을 하게 된 주요한 원인 중의 하나가 작년 무안공항 참사”로 “179명의 인명 피해를 냈던 그러한 참사가 반복되어선 안 된다는 절박함이 있었다”고도 밝혔다. 그러면서 “그 이후로 국토부에서는 안전한 공항을 만들겠다고 대책을 마련했음에도 진행되는 것이 없고, 현장의 목소리를 듣겠다고 했지만, 현재까지 단 한 번도 현장에 나와 보지 않았다” 지적하고, “이것은 노사 문제를 초과하는 안전한 공항을 위한 문제이기 때문에 정부 부처인 국토부가 빠르게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또한 고용노동부도 안전한 일터를 위해서 산업재해를 근절하겠다고 했고, 노조법 2·3조 개정에 이어 원하청 상생의 모델을 발굴하겠다고 밝혔는데, 말뿐이 아니라 원하청 상생으로 나아가기는커녕 더욱 상황이 악화되고 있는 현실을 바로 보고 적극적 관리 감독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단식 10일차 병원으로 긴급 이송된 정안석 인천공항지역지부장. 인천공항지역지부 제공

한편, 이날 오후 10일째 단식농성을 이어오던 정안석 인천공항지역지부장이 건강 악화로 병원에 긴급 이송되었다. 함께 무기한 단식 농성에 나선 박대성 보안통합지회장과 이자형 설비지회장은 현재도 단식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전국공항노동조합은 인천공항지역지부와 함께 지난 9월 중순 경고 파업과 10월 전면 파업에 나선 이후 현장으로 복귀했다가 지난 10월 29일부터 11월 3일까지 전국 공항들에서 총파업을 재개했다. 지난 4일부터는 파업 장기화를 고려해 김포공항을 집중 거점으로 삼고 전면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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