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이탈 이후 NATO의 미래

출처: NATO 홈페이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7월 튀르키예에서 열리는 연례 정상회의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이 동맹은 아마 역사상 가장 큰 도전에 직면해 있다. 바로 미국 또는 미국의 안보 보장 없이 미래의 NATO가 어떤 모습이 될 것인가라는 문제다.

최근 몇 주 동안 트럼프 행정부는 유럽 각국 수도에서 동맹국들에 대한 보복으로 해석되는 일련의 조치를 취했다. 동맹국들이 이란 전쟁에서 미국 입장을 더 강하게 지지하는 데 소극적이었다는 이유에서다. 미국은 독일 주둔 미군 5,000명을 철수하겠다고 발표했고, 폴란드에 4,000명을 추가 배치하려던 계획도 중단했다. 심지어 스페인의 NATO 자격을 정지하는 방안까지 검토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유럽은 이미 워싱턴의 더 광범위한 전략적 의도에 대해 불안을 느끼고 있었다. NATO 동맹국들은 점점 더 미국 안보에 의존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으며, 앞으로는 훨씬 더 큰 책임을 스스로 떠안아야 한다고 인식하고 있다.

미군이 독일 철수를 공식 확인했다. 첫 번째로 5,000명의 미군 병력이 철수한다. 우리는 NATO 동맹의 붕괴를 목격하고 있다. 이것은 종말의 시작이다.”

NATO 3.0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동맹의 가치를 매우 협소하게 이해한다는 사실은 오래전부터 알려져 있었다. 이제 그는 새로운 NATO 구상을 구체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지난 2NATO 국방장관 회의에서 미국 국방부 정책 담당 차관 엘브리지 콜비(Elbridge Colby)NATO 3.0이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이 구상은 유럽 국가들이 재래식 억지력에서 훨씬 더 큰 역할을 맡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미국은 중국과의 전략 경쟁에 우선순위를 두고, 유럽 안보 지원은 보다 선별적이고 더 먼 거리에서 수행하게 된다.

2NATO 회의에서 대화하는 마르크 뤼터(Mark Rutte) NATO 사무총장과 엘브리지 콜비(Elbridge Colby) 미국 국방부 차관

동시에 백악관은 NATO의 임무 확대를 수십 년 전 수준으로 되돌리고, 우크라이나와 NATO의 인도·태평양 파트너 4개국인 일본, 한국, 호주, 뉴질랜드를 7월 정상회의에서 배제하려 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런 움직임은 미국 전략 사고의 더 광범위한 변화를 반영한다. 미국은 더 이상 NATO를 정치 공동체이자 자유주의 국제질서의 핵심 축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대신 유럽 국가들이 스스로 더 많은 부담을 떠안을 수 있는지, 그리고 트럼프의 의제에 얼마나 순응하는지에 따라 가치가 결정되는 보다 협소한 군사 협력 체제로 보기 시작했다.

이 새로운 패러다임에서 미국은 단지 유럽 동맹국들에게 국방비를 더 쓰라고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미국은 유럽에게 더 적은 미국산 무기와 더 느슨한 정치적 결속, 그리고 더 줄어든 안보 보장 속에서도 더 많은 역할을 수행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게다가 더 깊은 문제도 존재한다. 바로 동맹 내부 신뢰가 무너지고 있으며, 수십 년 동안 NATO 억지 체제를 떠받쳐온 전제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다.

그 결과 NATO는 의도된 설계가 아니라 필요에 의해 유럽화된 NATO”로 변해가고 있다. 하지만 그런 동맹이 실제로 어떤 모습이 될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집단방위에 집중하는 NATO

한 가지는 분명하다. 어느 한 나라가 단독으로 미국(US)을 대신해 동맹 지도국 역할을 맡지는 못할 것이라는 점이다. 어떤 유럽 국가도 혼자서 그 역할을 대신할 능력과 자원, 정치적 정당성을 갖추지 못했다. 대신 가장 역량 있는 국가들이 함께 행동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지도력이 형성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흐름은 이미 유럽의 미니래터럴(minilateral) 순간에서 드러나고 있다. 예를 들어 E3 그룹인 영국, 프랑스, 독일, 그리고 이탈리아와 폴란드를 포함한 새로운 E5 연합은 유럽 주요 군사 강국들 사이의 협력을 빠르게 강화하기 시작했다.

이런 협의체들은 NATO의 대안이 아니다. 오히려 NATO 내부에서 더 강한 유럽 중심 체제를 조직하는 메커니즘이 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바로 이 지점에서 불확실성이 시작된다. 더 유럽화된 NATO가 더 결속력 있는 NATO가 되리라는 보장은 없다. NATO는 오랫동안 32개 회원국 사이의 전략적 불협화음에 시달려왔다. 각국의 위협 인식과 지역 우선순위, 전략 문화가 서로 달랐기 때문이다. 미국의 지도력이 약해질수록 이런 차이는 더 선명해지고 관리하기도 더 어려워질 수 있다.

더 유럽화된 동맹은 적어도 초기에는 러시아의 군사주의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응하기 위해 집단방위와 억지력에 초점을 좁힐 가능성이 크다.

냉전 이후 확대됐던 더 광범위한 의제, 즉 위기 관리와 협력 안보는 점차 부차적 문제로 밀려날 수 있다. 여기에는 폭력 분쟁 국가들의 역량 강화를 지원하는 등 글로벌 안보 문제 대응, 대테러 작전, 에너지·해양 안보 강화 같은 활동이 포함된다.

하지만 많은 NATO 회원국들, 특히 NATO 남부 전선 국가들은 위기 관리와 협력 안보가 여전히 동맹의 핵심 기능으로 남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북아프리카와 중동의 불안정, 이주 압력, 테러리즘, 해양 안보 위협에 직면한 국가들에게 NATO는 러시아 문제만 다루는 조직일 수 없다는 것이다.

NATO의 인도·태평양 협력 체제 역시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비록 현재 미국 행정부가 이를 공개적으로 지지하지는 않지만 말이다.

일본, 한국, 호주, 뉴질랜드 등 이른바 IP4와의 협력은 NATO의 가장 유망한 협력 안보 틀 가운데 하나로 떠올랐다. 이는 NATO의 핵심 억지 임무를 강화하기 때문이다.

이전의 많은 파트너십 구상과 달리, 이런 협력은 방위산업 협력과 기술 회복력, 국방 핵심 소재 공급망 안보, 전략적 신호 전달과 직접 연결돼 있다.

2025년 헤이그 NATO 정상회의. 오스트레일리아와 대한민국도 초청되었으나, -대서양 파트너 국가 중에서는 뉴질랜드 총리와 일본 고위급 대표단만이 참석했다. 출처: NATO 홈패이지 

새로운 현실

새로운 NATO”는 결코 안정적으로 정립된 체제가 아니다. NATO는 서로 경쟁하는 비전과, 과거 지지자들이 보여주는 극도로 불확실한 정치적 약속, 그리고 해결되지 않은 전략적 질문들 사이에서 흔들리고 있다.

유럽은 더 큰 안보 책임을 떠안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지만, 더 큰 전략적 자율성이 궁극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합의가 없다.

오늘날 NATO가 직면한 핵심 질문은 동맹이 살아남느냐가 아니다. 관료제의 결속력이 지닌 힘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되는 만큼, NATO는 거의 확실히 어떤 형태로든 존속할 것이다.

진짜 질문은 어떤 종류의 동맹이 등장할 것인가, 그리고 그 동맹이 얼마나 신뢰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다. NATO는 유럽 대륙 방위에만 집중하는 더 협소한 군사 동맹으로 변할 것인가. 아니면 유럽이 직면한 다양한 위기를 관리할 수 있는 더 넓은 정치·안보 공동체로 남을 것인가.

[출처] NATO would survive a US withdrawal. But what kind of alliance would it become?

[번역] 하주영 

덧붙이는 말

고라나 그르기치(Gorana Grgić)는 스위스 취리히연방공과대학(Swiss Federal Institute of Technology Zurich) 안보연구센터(Center for Security Studies) 글로벌 안보 책임자, 시드니대학(University of Sydney) 연구자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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