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만장자와 불평등의 시대, 부유세를 다시 묻다

⟪억만장자들이 우리를 망치기 전에 억만장자를 없애라: 부유세의 긴급한 필요성⟫, 린다 맥퀘이그(Linda McQuaig), 닐 브룩스(Neil Brooks) 지음

이 책을 읽는 것은 내게 조금 어려운 일이었다. 그것은 책의 잘못이 아니다. 이 책은 잘 쓰였고 탄탄한 논거를 제시한다. 다만 ⟪햄릿⟫을 50번 본 사람이라면 51번째 관람은 다소 김이 빠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기본적인 이야기는 내가 나이 들어가면서 수도 없이 보아온 것이다. 부자들은 사회 소득과 부의 점점 더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그들의 재산 규모는 어떤 그럴듯한 기준으로도 사회에 대한 기여와 비례하지 않는다. 실제로 맥퀘이그와 브룩스(이하 MB)가 보여주듯, 그것은 종종 부패한 거래에서 비롯된다.

이 책은 캐나다식 억양으로 이 이야기를 들려준다. 두 저자가 모두 캐나다인이기 때문이다. 덕분에 국경 남쪽에 사는 우리에게는 새로운 악당들이 소개된다. 데이비드 카츠(David Katz) 같은 소매 약국 재벌이나 헤지펀드 억만장자 콘래드 블랙(Conrad Black) 같은 인물들이다. 마크 저커버그(Mark Zuckerberg), 일론 머스크(Elon Musk), 래리 엘리슨(Larry Ellison) 같은 익숙한 인물들만 반복해서 등장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또한 저자들은 부자들이 지난 반세기 동안 자신들의 조세 부담을 줄이는 데 성공했으며, 그 결과 더 큰 부담이 중산층과 빈곤층에게 전가되었다고 지적한다. 그 부담은 종종 공공서비스 축소의 형태로 나타났다. MB는 또한 부자들에 대한 높은 세금과 낮은 불평등이 건강, 교육, 민주주의, 성평등, 환경의 질 등 대부분 사람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다양한 지표에서 더 나은 결과와 연관된다는 증거도 잘 정리해 제시한다.

이 책은 저자들이 주장하는 부유세 외에도 부자들에게 세금을 부과하기 위한 여러 방안들을 논의한다. 나는 저자들이 탈세와 조세회피 문제를 다소 과소평가한다고 생각한다. 부자들은 형편없는 사람들일 수 있지만, 자기 돈만큼은 정말 아낀다. 돈을 지키는 방법을 찾는 데 있어 그들은 매우 창의적일 수 있으며, 적어도 매우 창의적인 사람들을 고용할 수는 있다.

진정한 자유지상주의자(실제로 그런 사람들도 존재한다) 한 명이 오래전에 내게 이렇게 설명한 적이 있다. 최고세율이 90%라면, 소득 1달러를 숨길 수 있는 사람에게 사실상 90센트를 지급하는 셈이라는 것이다. 이는 엄청난 유인이다.

어쨌든 MB는 토마 피케티(Thomas Piketty), 에마뉘엘 사에즈(Emmanuel Saez), 가브리엘 주크만(Gabriel Zucman)의 연구를 인용하면서 부유세를 설계하고 탈세 및 조세회피를 최소화하는 방법을 설명한다. 이들은 훌륭한 경제학자들이며 매우 뛰어난 연구를 해왔다. 하지만 내 생각에는 증거가 MB가 제시하는 것만큼 명확하지는 않다. 물론 내가 틀렸다는 사실이 입증된다면 기꺼이 받아들일 것이다. 운이 좋다면 우리는 곧 캘리포니아에서 이 문제를 시험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올해 가을 캘리포니아에서는 5% 부유세 도입안이 주민투표에 부쳐질 예정이다.

처음에는 나도 이 법안을 지지하는 데 다소 주저했다. 이 법안의 핵심 특징은 2025년 말 기준으로 캘리포니아에 거주한 사람들에게 세금을 부과한다는 것이다. 일부 억만장자들은 이를 충분히 심각한 위협으로 받아들여 1231일 시한 이전에 이주했거나, 적어도 공식 거주지를 변경했다. 물론 실제 이주와 공식 거주지 변경은 매우 다른 일이다.

하지만 지나치게 탐욕스러운 부자들 일부를 이미 쫓아낸 상황에서, 이제는 이 세금 도입을 더 미룰 명분이 없다. 캘리포니아에는 여전히 충분히 많은 억만장자들이 남아 있기 때문에, 법안이 통과되고 뒤따를 법적 공방을 넘긴다면 막대한 세수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세금은 주택, 교육, 의료 등 필수 분야에 더 많은 재원을 투입할 수 있게 해줄 뿐 아니라, 부유세의 효과를 검증할 중요한 증거도 제공할 것이다.

나는 부유세와 기타 부자 증세 정책이 성공하기를 바라지만, 애초에 경제 구조를 바꾸어 부자들에게 그렇게 많은 돈이 흘러가지 않도록 만드는 편이 더 낫다고 여전히 생각한다. MB도 이 문제에 어느 정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지만, 그것이 이 책의 주요 주제는 아니다.

나는 오랫동안 정부가 부여하는 특허권과 저작권 독점이 대다수 시민의 주머니에서 부자들의 주머니로 막대한 부를 이전시키는 제도라고 주장해 왔다. 이러한 독점이 없었다면 빌 게이츠나 래리 엘리슨 같은 수천억 달러 자산가들은 지금처럼 엄청난 부를 축적하지 못했을 것이다. 여기에 관련된 금액은 연간 1조 달러를 훌쩍 넘으며, 세후 기업이윤의 3분의 1 이상에 달한다. 또한 우리는 특히 제약산업에서 이러한 독점이 만들어내는 거대한 부패 유인도 제거할 수 있을 것이다.

금융 부문 역시 낭비와 거대한 재산 축적을 덜 조장하는 방식으로 재구성할 수 있다. 식품과 의류에 적용되는 것과 비슷한 소액의 금융거래세만 도입해도 금융 부문의 엄청난 낭비를 줄일 수 있으며, 거대 자산가들의 재산 규모도 축소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사모펀드(PE) 운영자들이 파산시킨 투자 대상 기업들의 부채에 대해 책임을 지도록 하는 파산법이 있었다면, 스티븐 슈워츠먼(Stephen Schwarzman) 같은 금융 재벌들의 부 축적도 상당히 제약받았을 것이다.

나는 부자들이 돈을 챙긴 뒤 그것을 되찾으려 하기보다, 애초에 그들이 그 돈을 챙기지 못하도록 하는 편을 선호한다. 이는 사후에 환수하는 것보다 훨씬 효율적일 뿐 아니라, 부자들이 자유시장이라는 명분 뒤에 숨는 것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개발 자금을 정부가 선제적으로 지원하고 그 성과를 모두 공공 영역에 공개하는 방식이 특허권과 저작권 독점을 부여하는 방식보다 덜 자유시장적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금융거래에 다른 상품과 마찬가지로 세금을 부과하는 정부 역시 금융업계에 특별 면제를 제공하는 정부보다 덜 자유시장적이라고 할 수 없다. 그리고 파산법의 설계 방식 역시 시장이 결정해주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나는 오래전에 지식인들이 지적 일관성에는 별로 관심이 없으며, 나머지 사람들은 이런 논의를 들을 기회조차 거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러니 가능한 곳에서는 부자들에게 세금을 물리자.

이러한 논의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어볼 만하다. 누구나 ⟪햄릿⟫은 한 번쯤 봐야 하며, 두세 번 보는 것도 충분히 가치가 있다. 심지어 쉰한 번째 관람에서도 여전히 얻을 것이 있을지 모른다.

[출처Friday Morning Book Review: Cancelling Billionaires: The Urgent Case for a Wealth Tax

[번역] 이꽃맘

덧붙이는 말

딘 베이커(Dean Baker)는 1999년에 경제정책연구센터(CEPR)를 공동 설립했다. 주택 및 거시경제, 지적 재산권, 사회보장, 메디케어, 유럽 노동 시장 등을 연구하고 있으며, '세계화와 현대 경제의 규칙은 어떻게 부자를 더 부자로 만드는가' 등 여러 권의 저서를 집필했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태그

저작권 독점 세금 불평등 부유세 부자 억만장자

의견 쓰기

댓글 0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