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운수노조가 중앙행정기관 공무직 노동자들의 임금체계 개편과 정부 직접교섭을 요구하고 나섰다. 노조는 현재 공무직 노동조건이 각 부처 예산과 기획재정부 지침에 의해 사실상 결정되고 있다며 정부가 사용자 책임을 인정하고 대정부 교섭에 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출처: 공공운수노조
공공운수노조는 10일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근속이 반영되는 통합 임금체계 도입 △공무원과 동일한 복리후생성 수당·복지제도 적용 △공무직 교섭을 무력화하는 예산구조 개편을 요구했다.
이번 요구의 핵심은 중앙행정기관 공무직의 임금체계 개편이다. 노조에 따르면 현재 중앙행정기관 공무직은 부처와 기관별로 수백 개의 임금체계가 혼재돼 있으며 상당수 노동자가 근속연수와 무관하게 동일한 임금을 받고 있다. 1년을 일하든 10년을 일하든 기본급 차이가 거의 없고, 숙련도 역시 임금에 반영되지 않는 구조라는 것이다.
노조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 초임 기본급 251만 원을 시작으로 30단계 승급체계를 도입하는 통합 임금모델을 제시했다. 초임 251만 원은 2026년 2인 가구 기준 중위소득 60%(251만9000원), 정부가 제시한 공공부문 적정임금 기준선(254만5000원) 등을 고려해 산정했다고 설명했다. 매년 2%씩 승급해 10단계는 299만6000원, 20단계는 364만7000원, 30단계는 444만4000원 수준이 되도록 설계했다.
이윤희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은 “공무직 노동자의 처우를 결정하는 것은 정부”라며 “정부는 예산을 통해 공무직 노동자들을 통제하고 있으면서도 정작 교섭에는 나서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부가 진정 모범 사용자가 되겠다면 통합 임금체계를 구성하고 차별적인 수당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요구가 받아들여질 때까지 청와대 일대에서 1인 시위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현장 노동자들은 근속이 인정되지 않는 임금체계가 공공서비스의 질까지 떨어뜨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정환 금강물환경연구소지회장은 “1년 차 신입 노동자나 10년, 20년을 바친 베테랑 노동자나 손에 쥐는 기본급이 똑같다”며 “노동 강도와 책임은 커지는데 임금은 신입과 맞춰버리는 일이 정부 청사 안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한 세월에 대한 인정은 특혜가 아니라 노동의 기본 권리”라며 “정부가 말하는 모범 일자리의 첫 단추는 근속이 인정되는 통합 임금체계 수립”이라고 강조했다.
복리후생 차별 문제도 제기됐다. 이홍준 우편공무직지부장은 “공무원은 셋째 자녀부터 가족수당 10만 원을 받지만 공무직은 8만 원만 받는다”며 “동일한 일을 하면서도 업무대행수당이나 퇴직 전 장기 유급휴가 등에서 차별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공무직 노동자들이 국가기관 안에 존재하는 계급신분제 구조를 바꾸기 위해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노조는 이러한 차별의 근본 원인으로 예산구조를 지목했다. 강명희 국립중앙박물관분회장은 “공무직 임금 결정은 노동자도, 부처도 아닌 기획재정부가 하고 있다”며 “기재부가 공무직 처우개선률을 일방적으로 정한 뒤 그 범위 안에서만 교섭이 이뤄져 교섭이 형해화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공무직 인건비가 사업비로 편성돼 고용 불안과 저임금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며 “정부가 직접 교섭하고 그 결과에 따라 예산을 편성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노조는 지난해 국제노동기구에 한국 정부의 단체교섭권 침해를 진정한 데 이어, 올해 개정된 노조법 2조를 근거로 정부가 중앙행정기관 공무직의 실질적 사용자라고 주장하고 있다. 공공운수노조는 오는 9월 공무직위원회 출범을 앞두고 정부와의 직접 교섭을 성사시키기 위해 투쟁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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