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최형록 에세이] 노지심의 칼맛을 봐야 할 놈들

[최형록 에세이] 노지심의 칼맛을 봐야 할 놈들

최형록(인문학자)‘사법부는 정의의 최후 보루’라는 통념은 줄곧 나에게는 현실도 바람직한 법치의 이상도 아니다. 이제까지 남한 법치의 제 모습은 중국 전국시대 법가의 격언이 정확히 말해주고 있다. “不知法之義 而正法之數者 雖博臨事必難” 법의 뜻을 알지 못하면서 법조문을 곧이곧대로 지키는 사람은 비록 널리 안다하더라도 소송에 임하게 되면 반드시 혼란에 빠질 뿐이다. 이승만 시대의 사사오입(邪詐汚入)개헌, 박정희 유신시대의 사법파동 등 남한 법치(法恥)의 역사에서 정의의 칼을 든 것은 사회적 통념으로만 인재-사실은 적지 않은 경우 인재(人災)의 중요한 일부-인 법조인들 이라기보다는 ‘유기적 지식인들’과 ‘법 없이도 살 수 있는 민중’ 세력이었다. 인권운동 사랑방은 법치를 포함하는 민주화운동의 격랑을 10년간 헤쳐 나왔다. 사랑방이 10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인권하루소식」을 발간해 온 그 지성(至誠)이 인권의 실현에 관심을 지닌 모든 이들에게는 하나의 놀라움을 불러일으키는 것 같다. 지난 10년간 남한 사회는 민간-군부 파시즘 시대로부터 부르주아 민주주의 시대로 변천해 왔다. 이런 역사적-사회적 맥락에서 향후 ‘법의 뜻(정신)’은 무엇일까? ‘부르주아적 야만성’의 표현인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의 시대에 있어서 그것은 현행 헌법을 생각할 때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제 10조) 그리고 ‘공공복리에 적합하도록 재산권의 행사에 제한’(제 23조

[르디플로 읽기] 오큐파이 운동이 빠진 함정

[르디플로 읽기] 오큐파이 운동이 빠진 함정

토머스 프랭크(하퍼스 매거진 기자)사람들은 티파티 운동과 월스트리트 점거운동이 서로 대비된다고 생각한다. 전자는 조세 감면에 치중하는 반면, 후자는 불평등 심화에 항거하고자 일어난 사회운동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티파티 운동이 계속 사회와 제도에 영향을 주고 있는 반면, 월스트리트 점거운동은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둬들이지 못한 채 (일시적일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캠프 진영을 철수했다. <왜 가난한 사람들은 부자를 위해 투표하는가>(갈라파고스·2012)의 저자 토머스 프랭크는 이런 결과에서 정치 전략에 관한 잔인한 교훈 몇 가지를 끌어낸다. 이 교훈들은 미국뿐 아니라 다른 지역에까지 반향을 미칠 것이다. <무제>, 1955-아스제르 조른 미국 뉴욕의 월스트리트 점거운동이 화려한 미래를 약속해줄 것 같았다. 당시, 내가 이 운동에 얼마나 도취됐었는지 되새겨보고 싶을 때마다 떠오르는 한 장면이 있다. 나는 워싱턴의 전철 안에서 맨해튼 주코티 공원에 운집한 시위대에 관한 기사를 읽고 있었다. 그때는 월스트리트에 대한 구제금융이 이뤄진 지 3년이 지난 때였고, 주변의 모든 지인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과감한 결단에 대한 희망을 버린 지 2년이 지난 뒤였다. 공화당의 은행가 친구들이 백악관과 예산 문제로 힘겨루기를 하며 이 나라를 디폴트(채무불이행)의 언저리로 몰아간

[소셜터치]세상에 바보없다, 조직노동이 배워야 할 인간관계의 기본

[소셜터치]세상에 바보없다, 조직노동이 배워야 할 인간관계의 기본

김창훈(프레임코칭센터 대표) 대기업 정규직 조직노동의 머니퓰레이션 세상에 바보가 있을까?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 생각을 하는 사람이 바보다. 결론은, 세상에 바보는 없다. 여기서 말하는 바보란 자신의 이익을 포기하는 사람을 말한다. 그것도 상대방의 교묘한 말솜씨나 심리게임에 속아 지속적으로 자신의 이익에 반하는 결정을 내리는 사람을 말한다. 이렇게 말해놓으면 단박에 누군가 “우리 엄마는 정말 폭력적인 아버지 밑에서 오로지 희생만하고 사셨는데” 다른 누군가는 “우리 누나를 몰라서 그런 말은 하지 정말 자기희생으로 한평생을 사셨지” 이런 등등의 말을 할 것이다. 당연히 예상한 바다. 인간감정의 오묘함은 이런 데서도 잘 드러난다. 희생이 희생만은 아닌 상황.. 혹시 영어단어 manipulate를 아시는지 모르겠다. 머니퓰레이트는 드러나지 않게 은근히 심리적으로 타인을 조종한다는 의미다. 미국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종종 나오는 단어다. 이 manipulate를 가장 잘 사용하는 사람들이 ‘역기능 가족’ 내에서의 어머니다. 폭력적 남편으로부터 힘든 삶을 강요당하지만 그들은 꿋꿋이 살아간다. 주위에서 보면 이들을 ‘천사’라고 부른다. 그런데 가족치료에서는 이들을 placater라고 말한다. 모두의 부탁을 다 들어주고 모두를 따뜻하게 안아주는 이 플러케이터.. 그런데 이 플러케이터에게도 독특한 점이 있으니 이들은 모든 것을

[코뮌영상] 사실연 강좌 2,3주차 – 사회과학방법론(비판적 실재론이란?) / 김진업

[코뮌영상] 사실연 강좌 2,3주차 – 사회과학방법론(비판적 실재론이란?) / 김진업

[사회실천연구소 2012 동계강좌] 사회과학방법론 / 김진업 교수(성공회대, 사회학) * 세미나 목표 – 이 세미나는 과학철학의 주요문제, 즉 과학적 지식이 무엇이고, 그것이 비과학적 지식과 어떻게 다른지 다룬다. 잘 알려진 것처럼 주류 과학철학은 이 문제해결에 실패했다. 이 세미나는 주류 과학철학이 왜 실패했는지를 살피고, 이의 극복을 모색하는 대안적인 과학철학으로서 『비판적 실재론』을 소개한다. – 이 세미나는 바스카(비판적 실재론과 해방의 사회과학)와 그의 스승인 하레(천년의 철학)를 교재로 삼는다. 하레는 철학에 대한 거시적이고 장기적인 조망을 통해서 과학 및 과학철학이 철학 전체와 어떤 관계에 놓여 있는지를 보여주며, 이를 통해서 과학철학이 왜 실패했는지를 간접적으로 드러낸다. 바스카는 주류 과학철학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을 통해서 과학철학과 사회과학방법론의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3주: 비판적 실재론이란 무엇인가 (바스카, 비판적 실재론과 해방의 사회과학, 후마니타스, 2007, 제9장) 2013.1.22 오후 7시, 사회실천연구소 http://spri.jinbo.net/ \”과학철학은 실패했다. 근대철학도 마찬가지로 실패했고.. 철학은 오늘날 객관적 지식을 공급하는 게 아니라 문학이 돼버렸다. 이러한 실패 때문에 우리들의 일상이 혼란스러워지고 있다..\” \”사회과학의 가장 중요한 인식론적 특징은, 사회현상들은 언제나 개방 체계에서 발생하는 반면 자연 영역에서는

[사회심리학 강좌] 계급의식과 파시즘의 계급무의식의 대립구조 2/2 – 오세철

[사회심리학 강좌] 계급의식과 파시즘의 계급무의식의 대립구조 2/2 – 오세철

[레프트119 소개글] 『레프트119 준비위 결성을 위한 모임』(레프트119)은 정파·소속·입장의 차이를 넘어 변혁활동가들의 정신건강에 대한 문제점을 함께 깊이 고민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주체를 건설 중에 있다. 레프트119는 그간 활동가들의 경제적·심리적 요인에 기인한 트라우마 등 질환과 이와 유관한 죽음이 기본적으로는 자본주의의 억압과 착취에 기인한 것이지만, 특히 심리적인 측면에서는 파시즘의 자장(磁場) 아래 놓인 활동가 자신의 의식과 무의식 작용이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이해한다. 따라서, 레프트119는 파시즘 연구에 탁월한 업적을 이룬 빌헬름 라이히 자료를 통해 이에 대한 해법에 접근해보고자 한다. 레프트119 운영위원 오세철 선생은 좌파진영에서는 매우 드물게 사회심리학을 공부한 특별한 이력의 사회학자이며 독보적인 빌헬름 라이히 연구가로, 지금도 변혁운동의 발전을 위해 헌신하고 있는 혁명가이다. 다음은 오세철 선생의 글 『계급의식과 파시즘의 계급무의식의 대립구조』중 2/2회분이다. [사회심리학 강좌] 계급의식과 파시즘의 계급무의식의 대립구조 오세철 2. 파시즘에 대한 라이히의 문제의식 1932년 ≪파시즘의 대중심리≫가 출간된 후 10년만인 1942년 8월, 그는 중보개정 3판의 머리글에서 관념철학 흐름, 즉 인간의 구조는 영원히 변하지 않는다는 주장의 수용을 거부하고 사회적 조건과 변동이 인간의 원천인 생물학적 요구를 변화시켜

[번역] 독일 성노동자 지원하는 독일서비스노조연맹

[번역] 독일 성노동자 지원하는 독일서비스노조연맹

[성노동/자 운동] 베르디Ver.di는 매춘여성들에게 목소리를 줄 방안을 찾는다 Martin Behrens, Institute for Economic and Social Research, WSI 2002년 1월 독일서비스부문노동조합연맹(Vereinte Dienstleistungsgewerkschaft, ver.di: the German Unified Service Sector Union, 이하 베르디)은 매춘여성들이 그들의 삶과 노동조건을 개선하는 것을 돕기 위한 계획을 발표했다. 베르디는 성산업 노동자들이 2002년 초부터 발효될 새로운 법률의 이점을 활용하는 것을 도울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새로운 법률은 매춘여성들이 사회보장시스템에 접근하고 법정에서 서비스 금액을 요구하는 것을 쉽게 할 수 있도록 한다. 베르디는 도르트문트에서 매춘여성들을 조합원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고, 함부르크 매춘업소 내에 노동위원회를 설립하는 프로그램을 개시했다. 2002년 1월 베르디는 성산업 노동자들을 지원하는 새로운 계획을 발표했다. 독일에서 약 40만 명의 매춘여성들이 일하면서 하루에 120만 회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었지만, 노동조합은 최근에 이르기까지 여기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아직까지 전례가 없는 시도를 통해, ‘특별 서비스’ 분야를 담당하는 베르디의 13부문은 이 상황에 변화를 시도하고 있으며, 매춘여성들의 삶의 조건과 노동조건을 개선하는 것을 돕고 있다. 이 활동은 최근의 ‘적록’동맹 정부가 계약관련 법률과 형법, 그리고 사회보장 분야에서 성노동자들에게

[마광수 칼럼] 나도 싸우고 있다

[마광수 칼럼] 나도 싸우고 있다

마광수(연세대 교수, 국문학) 지난 1990년 8월에는 연세대학교에서 남북통일을 위한 ‘전민족대회’가 열렸다.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만 여명의 학생들이 8월 13일부터 15일까지 통일기원의 축제마당을 한판 벌인 것이다. 이 모습은 겉으로 보기엔 마냥 즐거운 축제로만 보였다. 기념 티셔츠나 빙과류나 김밥 등을 파는 장터가 서고, 백양로에서는 통일을 주제로 하는 미술 전시회가 열렸다. 노천강당에서는 ‘우리의 소원은 통일’ 등 힘찬 노래들이 계속해서 울려퍼졌다. 나는 젊음에 넘쳐 있는 대학생들이 무척 부럽게 생각되었고, 내가 대학을 다닐 때 노천강당의 집회와 데모에 참여했던 기억이 되살아났다. 그때의 주된 이슈는 ‘3선개헌 반대’ ‘교련교육 반대’ 등이었는데 무슨 이슈든간에 여러 사람이 모여 노래를 하고 구호를 외치게 되면 웬일인지 눈물이 났던 기억이 난다. 학생시절에 갖게 되는 ‘유토피아니즘’은 센티멘털리즘의 정서와 결합되게 마련인 것 같다. 아직 마음이 순진한 탓인지, 요즘도 나는 학생들의 노래를 들으면 공연히 콧날이 찡해지며 눈물을 글썽거리게 된다. 그날 8월 15일에도 나는 원고를 쓰기 위해 학교에 갔는데, 신촌 로터리부터 통제된 바람에 연구실까지 들어가는 데 무진 애를 먹었다. 학교 안은 벌써 최루탄 연기로 자욱했고 여기저기 쌓여

[코뮌영상] 대선 평가, 제안 및 노동자계급정당 건설 과제 토론

[코뮌영상] 대선 평가, 제안 및 노동자계급정당 건설 과제 토론

2012 대선 노동자대통령 선거투쟁 의미와 노동자계급정당 건설 과제 일시: 2013년 1월 25일 오후 4시 장소: 민주노총 15층 대회의실 주최: 노동자대통령 김소연 후보 선투본 ▒ 노동자대통령 선투본 보고 및 평가 / 제안 – 선투본 [토론회] 노동자계급정당 건설 과제 – 유명자 [토론회] 노동자계급정당 건설 과제 – 4인터 [토론회] 노동자계급정당 건설 과제 – 철도노동자 [토론회] 노동자계급정당 건설 과제 – 김은주 [토론회] 노동자계급정당 건설 과제 – 김소연 코뮌영상네트워크 http://cafe.daum.net/communepictures [한국인권뉴스]

[최형록 에세이] 노동자, 자본가 그리고 문화적 돌연변이 3/3

[최형록 에세이] 노동자, 자본가 그리고 문화적 돌연변이 3/3

최형록(인문학자) 노동자, 자본가 그리고 문화적 돌연변이 – \’리센코주의’, 스탈린주의 그리고 21세기 마르크스주의 3. ‘리센코주의’에 대한 마르크스주의적 비판 ‘리센코주의’는 부르주아 생물학의 오류와 이데올로기 성을 변증법적, 유물론적으로 비판해서 ‘마르크스주의적’ 생물학을 수립하려고 했으나 실패했다. ‘리센코주의’의 오류와 교훈은 무엇일까? 이 질문은 인간의 행동 그리고 사고에 대한 환경결정론과 생물학적(유전자) 결정론이라는 어느 관점이든 일방적인 관점에 사로잡히지 않고 ‘개방적이면서 윤리적’인 관점의 수립에 유용한 것이다. 무엇보다도 리센코주의자들은 자신들이 존경하는 레닌의 “전투적 유물론”에 충실하지 못했다. 나아가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강조했던 변증법적 사고에도 충실하지 못했다.1) 변증법적 유물론은 특정한 과학적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전지전능한(Programmatic) 방법이 아니다. 리센코 이후 소련의 생물학자들은 레닌이 그러했듯이 과학과 과학에 대한 해석을 구별했다. 변증법적 관점은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관점을 제공하여 교조주의의 특정 형태들과 사고의 편협함을 경계할 수 있도록 해준다. 리센코주의는 멘델주의가 관념론적이며 형식 논리적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멘델의 통찰은 혁명적인 것이었다. 멘델은 유전 문제를 교배에 의한 후손들에 나타나는 변이의 실제 유형에 집중함으로써 겉보기에 모순적인 유전과 변이라는 양면을 하나의 설명기제 내에 통합시켰다.2) △그레고어 멘델: 오스트리아의 식물학자·식물실험자이며 아우구스티누스 수도회의

[사회심리학 강좌] 계급의식과 파시즘의 계급무의식의 대립구조 1/2 – 오세철

[사회심리학 강좌] 계급의식과 파시즘의 계급무의식의 대립구조 1/2 – 오세철

[레프트119 소개글] 『레프트119 준비위 결성을 위한 모임』(레프트119)은 정파·소속·입장의 차이를 넘어 변혁활동가들의 정신건강에 대한 문제점을 함께 깊이 고민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주체를 건설 중에 있다. 레프트119는 그간 활동가들의 경제적·심리적 요인에 기인한 트라우마 등 질환과 이와 유관한 죽음이 기본적으로는 자본주의의 억압과 착취에 기인한 것이지만, 특히 심리적인 측면에서는 파시즘의 자장(磁場) 아래 놓인 활동가 자신의 의식과 무의식 작용이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이해한다. 따라서, 레프트119는 파시즘 연구에 탁월한 업적을 이룬 빌헬름 라이히 자료를 통해 이에 대한 해법에 접근해보고자 한다. 레프트119 운영위원 오세철 선생은 좌파진영에서는 매우 드물게 사회심리학을 공부한 특별한 이력의 사회학자이며 독보적인 빌헬름 라이히 연구가로, 지금도 변혁운동의 발전을 위해 헌신하고 있는 혁명가이다. 다음은 오세철 선생의 글 『계급의식과 파시즘의 계급무의식의 대립구조』중 1/2회분이다. [사회심리학 강좌] 계급의식과 파시즘의 계급무의식의 대립구조 오세철 나는 ‘계급의식, 계급무의식 그리고 혁명’ 이라는 이론적 도입 글에서 계급의식에 대한 긍정적 확신을 통한 혁명의 필연성을 일방적으로 주장하거나 자본주의의 가치법칙에 종속되어 그 형식을 뛰어넘는 혁명의 불가능성을 말하는 비관론적 접근 모두의 한계를 지적하였다. 그리고 맑스가 ≪요강≫에서 정치경제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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