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빈곤-재생에너지 해법은 공공 소유 에너지

[공공재생에너지 특집(3)]

[편집자 주] 베라 웨그만과 데이비드 홀의 글은 기후재난과 에너지 빈곤에 맞서, 에너지 생산과 공급 시스템 전반에 대한 대한 공공의 소유와 민주적 통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2021년 글이지만, 최근 발행된 공공재생에너지 관련 기사에서 언급된 중요한 주장을 다루고 있어 소개한다. 

최근 영국 전역의 주유소에 길게 늘어선 줄은 브렉시트 이후 연료 공급망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음을 시사한다. 영국에서는 이미 수년 동안, 필요한 곳에 연료가 부족한 문제가 발생해 왔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영국에서는 전체 가구의 13.4%, 즉 318만 가구가 연료 빈곤층으로 추정되었다. 연료 빈곤 관련 자선 단체인 내셔널 에너지 액션(National Energy Action)의 연구에 따르면, 영국에서는 난방이 충분하지 않은 가정에서 매년 약 10,000명이 사망하고 있다.

이제 우리는 가스 가격의 급격한 상승이라는 문제에도 직면해 있다. 가스가 가정 난방의 주요 연료로 사용되는 영국과 같은 국가에서는 특히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출처 : Unsplash, Waldemar의 사진

이러한 문제는 최근 진행 중인 '에너지 트릴레마(energy trilemma)' 논의를 환기한다. 어떻게 가정과 기업에 안정적이고 저탄소이며 저렴한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을까. 다만 에너지 시스템을 단순히 국유화하는 것만으로는 이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에너지 시스템에 대한 공공의 소유권을 늘리는 것은 보다 합리적인 대안 중 하나이다. 기후 변화의 위협, 브렉시트와 같은 외부 영향, 가격 인상을 주도하는 시장 압력은 여전히 존재할 것이다. 하지만 공공 소유 시스템은 민간 소유 시스템에 비해 주요 이점이 많다. 

가스 및 전력망을 공공이 소유하는 것만으로도 영국 소비자들은 현재 시스템에 비해 막대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증거가 존재한다. 공공이 소유하고 통제하는 송전 시스템은 민간 기업 주주에게 보상을 지급하는 대신, 재정적 잉여를 서비스 개선에 재투자하거나 에너지 가격을 낮추는 데 사용할 수 있다.

영국의 민간 전력망 회사들은 우리의 에너지 수요를 공급하며 큰 수익을 올리고 있다. 내셔널 그리드(National Grid) 주주들은 2020년과 2021년에 회사 수익으로 14억 파운드를 얻었고, 2017년에는 새로운 민간 소유주에게 전력망 지분을 매각하기로 결정한 덕분에 32억 파운드라는 기록적인 수익을 거두었다.

한편, 전 세계적으로 공공 및 민간 에너지 시스템을 비교한 수십 건의 연구에 따르면 공공 시스템이 서유럽의 소비자들에게 지속적으로 낮은 가격을 제공하지만 효율성에는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 전체의 전기 비용을 비교한 연구에 따르면 공공 시스템 소유가 개인 소유보다 20~30% 낮은 가격을 형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에서는 민간의 에너지 소유를 없애면 에너지 가격이 25% 인하되어 가구당 연간 약 142파운드를 절약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왔다.

투명성 

전력망 소유권을 넘어서, 공공이 소유하는 전력 생산 시스템(을 구현하는 것)은, 필수 공익 부문에 대한 민주적 통제 역량을 회복하고 확장할 수 있다. 결국 공공 부문의 임무는 공공의 이익을 위해 봉사하는 것이므로 납세자의 돈이 민간 주주들의 이익을 위해 전용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예를 들어 프랑스의 에너지 네트워크는 대부분 정부가 소유하고 있는 프랑스 전력공사(EDF)에서 운영한다. EDF의 사업 가치에는 항상 '균등화(peréquation)'라는 원칙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는 유형별로 서로 다른 연료의 비용을 '공유'하여, 모든 에너지 가격을 동등하게 접근 가능한 수준으로 조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에너지 가격이 급격히 상승하기 시작할 때, 정부가 에너지 가격에 개입할 수 있는 권한을 강화하면, 가장 취약한 시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 

현재 유럽연합 전역에서 13개국이 전기 요금을 규제하고 있는데, 대부분 높은 에너지 요금으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우리의 연구에 따르면 에너지 시스템의 자유화, 즉 경쟁 시장과 사적 에너지 소유의 증가는 유럽의 에너지 빈곤 수준을 악화시켜 더 많은 사람들이 적절한 난방을 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들 수 있다.

지속가능성

재생에너지의 활용과 전기를 공급하는 데 사용되는 물리적 인프라는 밀접하게 얽혀 있다. 사용자에게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파이프, 철탑, 케이블의 세트는 단 하나뿐이기에, 재생 에너지가 이 전력망에 공급되지 않으면 재생 에너지 생산량을 늘리는 것은 무의미해진다. 

그러나 민간 공급업체들은 재생에너지에 적합한 전력망을 구축하는 데 더디게 투자해 왔다. 우리의 연구에 따르면 유럽에서 재생에너지의 부상은 공공 부문의 보조금 덕분에 가능했다. 민간 에너지 기업들은 탈탄소화를 추진할 충분한 인센티브가 없었다.

2011년 금융 위기 이후, 구제 금융의 일환으로 국제통화기금(IMF)과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에 의해 송전망 민영화를 강요당한 포르투갈을 제외하면, 유럽 대륙에서 송전망을 완전히 민영화한 국가는 영국이 유일하다.

다른 유럽 국가에서는 전력망이 공공 소유와 민간 소유로 나뉘어져 있다. 독일에서는 2005년부터 에너지 시스템을 민영화하는 과정이 진행 중인데, 이는 주로 재생에너지 확대에 대한 사회적 요구로 인한 것이다. 

발전 분야의 공공 소유는 유럽에서 널리 퍼져있다. 독일의 몇몇 도시에서는 전체 전력의 3분의 2를 '슈타트베르케(Stadtwerke)'라고 하는 공공 소유 에너지 회사에서 구매하고 있다. 예를 들어 뮌헨의 슈타트베르케는 2016년부터 도시 내 모든 가정의 수요에 충분한 정도의 재생에너지를 공급해 왔으며, 2025년까지 모든 지역 산업에 충분한 재생에너지 공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는 민간 소유에서 공공 소유로의 전환이 은행 계좌뿐만 아니라 지구의 건강도 개선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출처] A publicly owned energy industry could help tackle energy poverty and increase renewables

[번역] 참세상 번역팀

덧붙이는 말

베라 웨그만(Vera Weghman)과 데이비드 홀(David Hall)은 그리니치 대학교에서 공공 서비스에 대해 연구하고 가르친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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