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배달노동자의 2024년 ILO 총회 참석 후기

[편집자 주] 코펜하겐의 음식 배달원이자 노동조합 활동가인 라스무스 에밀 요르스는 6월 14일(금) 막을 내린 국제노동기구(ILO) 총회에 참여, 자신의 경험에 대해 글을 썼다. 요르스는 플랫폼 노동이 의제로 다뤄졌지만, 상사와 노동자 사이의 타협점을 찾으려는 시도가 인상적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만 "복잡하고 추상적인 ILO의 세계에서도 노동자들은 해방을 위해 싸울 수 있는 모든 기회를 잡아야 하므로, 우리 모든 노동자들의 참여"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거의 3년 동안, 배달할 물건을 가지러 끊임없이 행사장을 드나들었던 나는, (이번) 한 번은 행사장의 참석자 중 한 명이었다. 나는 국제노동기구(ILO) 총회에, 북유럽 고등공민학교 (Nordic Folk High School) 공동 대표단의 일원으로 초청을 받았다.

긱워크 이슈는 학자들과 언론 매체에서 자주 다루기는 했지만, 최근까지 ILO의 관심사는 아니었다. 외부의 관점에서 보면 팬데믹이 발생한 지 2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ILO가 플랫폼 노동에 대한 첫 번째 표준 제정 논의를 시작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처음으로 제네바를 방문한 나는, 수년간 직접 경험한 주제에 대한 토론에 참여하게 되어 기뻤다. 하지만 불신감을 안고 행사장을 떠났다.

플랫폼 노동자들이, ILO가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또 다른 국제 기구가 왜 우리의 문제를 다루고 있는지에 대해 통찰하는 것은 흥미로울 수 있다. 이 글의 목적은 두 가지다. 첫째, 비록 개인적인 견해이기는 하지만 다른 플랫폼 노동자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긱워커의 관점을 공유하고자 한다. 둘째, 이 행사에 참석하기 전에는 알지 못했던 플랫폼 노동 규제를 둘러싼 앞으로의 싸움을 조명하고자 한다.

출처: Unsplash, Marquise de Photographie

ILO: 사회적 파트너십의 역사

솔직히 말해서, 나는 노동조합 활동가이자 음식 배달업계의 베테랑으로서 플랫폼 노동과 관련된 국제 규제 및 정치권의 상황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가 완전히 틀렸다는 것이 밝혀졌다.

나는 ILO의 역사를 더 깊이 파고들면서 노동권과 (노동) 기준에 관한 핵심 논의에 대한 통찰력을 발견했다. 이러한 원칙적인 논의는 종종 여러 국가가 서명(비준)한 특정 협약을 어떻게 인식하고 이행하는지를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목표는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핵심 원칙과 업무 표준을 수립하는 것이다. 그러나 실질적인 영향은 회원국(ILO에 가입한 국가)이 이러한 표준을 비준하고 시행하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ILO의 정치적 권한이 제한적인 것을 고려해, 일반 노동자들은 ILO를 종이호랑이에 불과하다고 생각해야 할까? 노동조합원으로서 우리는 고용주의 선한 의도에만 의존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렇다면 ILO를 다르게 바라봐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역사에 대한 탐구를 통해 이러한 인식을 재고하는 것이 과제다.

ILO는 20세기 전 세계의 생디칼리즘과 급진적 사회주의 운동에 대한 반작용으로 등장했다.

핀란드의 역사학자 마르쿠 루오틸라(Markku Ruotsila)는 그의 글 '노동자의 자유를 위한 위대한 헌장: 노동 자유주의와 ILO의 탄생'에서 ILO의 기원이 "불만을 제거하고 사회주의를 방지하려는 목표"에서 비롯되었다고 강조한다. 보다 급진적인 성향의 조직 노동(운동)에 대항하여 AFL(미국노동총동맹)의 사무엘 곰퍼스(Samuel Gompers) 같은 온건한 노동조합 지도자들은 노동자들을 유지하기 위한 사회 개혁을 원했다.

목표는 노동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적 파트너십 프레임워크를 구축하여 노동자와 고용주를 테이블로 끌어들이는 것이었다. 오늘날 우리 모두에게 익숙하고 노동법에도 명시되어 있는 단결권 및 결사의 자유와 같은 협약은, 이 사회 개혁 의제에서 파생된 것이다.

그러나 많은 긱 이코노미 기업들이 고용의 기본 개념과 그에 따른 노동자의 권리를 거부하며 이러한 사회적 파트너십 프레임워크에 도전하고 있다. 많은 플랫폼 노동자들은 여전히 위장 자영업자로 남아 있다. 이것이 ILO 총회에서 펼쳐진 논의의 맥락이다.

일부를 위한, 다른 누군가들에게는 적용되지 않는, 일터 내 권리의 기본 원칙

나는 3일 밤 연속으로 앉아서 지성과 정신의 싸움이라고 생각되는 토론을 열심히 들었다. 누가 실제로 토론에서 '승리'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매년 이 기관은 회의를 열어 과제를 조정하고 논의한다. 나는 일터에서의 기본적 권리 원칙(FPRW)을 다루는 위원회에 참여했다. FPRW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1. 결사의 자유와 단체 교섭권의 효과적인 인정

2. 모든 형태의 강제 또는 강제 노동을 없애는 것

3. 아동 노동의 실질적인 폐지

4. 고용 및 직업에 대한 차별 철폐

5. 안전하고 건강한 근무 환경

ILO 사무소는 지난 5월 FPRW에 대한 도전 과제를 다룬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많은 상황에서 [플랫폼 노동은] 비공식성 강화, 저임금 및 불안정한 임금, 열악한 [건강 및 안전] 조건에 대한 노출, 노동 및 사회적 보호의 부재, 결사의 자유 및 단체교섭권 행사의 어려움, 차별과도 관련이 있다"며 플랫폼 노동을 FPRW의 중대한 위협으로 강조하고 있다.

이번 회의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조직된 위원회는 노동자, 사장, 정부 등 세 그룹으로 구성되어 ILO 표준 합의를 위한 합의문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했다.

사장들은 플랫폼 노동에 대한 문구를 끊임없이 물타기하려 했고, 결국 매우 경직된 합의가 이루어졌다. 노동자들의 전략은 최소한 비슷하거나 부드러운 표현을 문서에 넣어 대화를 합의로 이끌기 위한 것이었다.

그 결과 다음과 같은 문구가 채택되었다:

"인공지능 및 관련 기술의 부상을 포함한 인구학적, 환경적, 디지털 전환은 일의 세계를 변화시키고 있으며, 도전과제를 해결하고 기회를 포착하기 위한 FPRW 추진의 시급성을 강화한다."

이번 협상을 통해 알고리즘 관리와 AI에 대한 사측과 노동자 간의 상당한 거리가 드러났으며, 합의 도출을 위한 지속적인 과제가 부각되었다.

솔직히 나는 감명을 받지 못했다. ILO의 표준에는 명확하고 책임감 있는 언어가 필요한데, 고용주는 이를 수용하기를 꺼려하고 노동자는 너무 두려워서 요구하지 못하는 것 같다. 2024년에도 전 세계 플랫폼 노동자가 직면한 구체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포괄적인 표준이 아직 없다는 것은 부적절하다. 

다행히도 플랫폼 노동에 대한 표준 제정 논의는 아직 완료되지 않았다. ILO가 새로운 표준을 채택하는 과정은 2년이 걸리므로 내년 총회가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우리가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 복잡하고 추상적인 ILO의 세계에서도 노동자들은 해방을 위해 싸울 수 있는 모든 기회를 잡아야 하므로, 우리 모든 노동자들의 참여를 독려한다.

[출처] A gig worker’s view on the ILO conference 2024

[번역] 참세상 번역팀

덧붙이는 말

라스무스 에밀 요르스(Rasmus Emil Hjorth)는 코펜하겐의 음식 배달원이자 노동조합 활동가이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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