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문제는 기존 자본주의 세계 질서 내에서 가장 첨예한 모순을 보여준다.

바르셀로나 자치대학교의 팔레스타인 해방을 위한 학생 캠프에서 이 글을 쓴다. 5월 30일 목요일, 대학 행정위원회는 이스라엘에 대한 학술적 거부를 승인했다. 이번 결정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가하는 지속적인 억압에 대응하기 위한 캠페인의 일환이다. 탈성장 운동은 팔레스타인에 평화와 정의를 가져올 장기적인 해결책이 무엇이든 지지해야 한다. 팔레스타인과 다른 지역에서 정치적 주권은 탈성장이 요구하는 경제적 변화를 위해 필수적이다.

출처 : Unsplash, LOGAN WEAVER

작년 10월 7일 이후, 많은 활동가들의 관심은 사회-생태적 변화에서 현재 진행 중인 대량 학살을 멈추는 데 집중되었다. 데이터에 따르면 고통의 규모가 금세기 들어 전 세계가 목격했던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기 때문에 이는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탈성장 지지자들은 팔레스타인 해방을 위한 투쟁을 방해물로 보지 말고, 모두를 위한 정의롭고 지속 가능한 미래를 달성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라고 생각해야 한다.

가자지구와 서안지구에서의 기아와 폭력으로 인한 피해는 이스라엘 군대의 환경 파괴와 함께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팔레스타인 문제는 현재의 환경 피해 때문이 아니라 자본주의 세계 질서의 큰 모순을 보여주기 때문에 탈성장 운동이 가장 먼저 주목해야 한다.

지난 8개월 동안 우리는 세계가 자유주의적 규칙에 따라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대신 우리는 자본주의 제국주의에 의해 붕괴로 치닫고 있는 세계에 살고 있다. 세계 경제 시스템의 잔인함과 이를 지지하는 나라들, 특히 미국의 도덕적 타락이 팔레스타인과 그 국민에 대한 식민지 점령과 파괴만큼 분명하게 드러나는 곳은 없다. 오늘날 팔레스타인 저항이 반식민지 투쟁의 최전선에 있는 이유를 이해하려면 이 지역이 왜 미국과 그 동맹국들에게 중요한지 알아야 한다.

팔레스타인의 식민지화는 시오니즘의 역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이 이데올로기는 종종 팔레스타인에 유대인 국가를 설립해야 한다고 주장한 테오도르 헤르츨(Theodor Herzl)과 같은 지식인들과 관련이 있다. 시오니즘 사상의 확산은 유럽의 광범위한 반유대주의에 의해 촉진되었지만, 이 프로젝트는 19세기부터 유대인 커뮤니티에서도 논란의 여지가 있었다.

19세기 전반 시오니즘의 초기 지지자 중 일부는 당시 오스만 제국에 시오니즘 단체를 설립하고자 했던 비유대인 영국 제국주의자들이었다. 영국은 1948년 이스라엘 국가가 탄생할 때까지 20세기 시오니즘의 주요 후원국이 되었다.

‘잊기 위해 죽어간다: 석유, 권력, 팔레스타인, 그리고 미국 중동 정책의 토대’에서 아이린 겐지어(Irene Gendzier)는 미국이 영국을 대신하게 된 배경을 알려준다. 1948년에 팔레스타인 권리를 지지한 중요한 이유는 팔레스타인의 승리가 탈식민화 중인 이 지역에서 아랍의 자결권을 강화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반대로, 민족 해방의 희망을 짓밟는 것은 서구 기업들에게 새로운 시장을 열어주는 것이었다. 이 과정을 통해 이스라엘은 중동에서 미 제국의 가장 중요한 전초기지가 되었다. 조 바이든은 1986년에 "이스라엘에 대해 사과할 일은 없다"며 "이스라엘은 최고의 투자처이다. 이스라엘이 없었다면 미국은 이 지역에서 우리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이스라엘을 발명해야 했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현재 바이든이 이끄는 미국은 역사적인 팔레스타인 영토에서 나름의 이익을 추구하고 있다.

중동이 세계에서 전쟁이 가장 많은 지역이 된 것은 미국 내 이스라엘 로비의 힘이나 오늘날 ‘오리엔탈리스트’들의 상상력을 사로잡는 고대의 증오 때문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양극화된 자본 축적의 중심지이기 때문이다. 이 지역의 경제는 대부분 석유를 중심으로 구조화되어 있다. 미국은 지난 70년 동안 이스라엘을 효과적인 군사 기지로 활용함으로써 화석 연료를 통한 자본 축적을 보장했고, 이는 미국 달러로 표시되어 미국 경제, 특히 군산복합체에 재투자되는 경우가 많았다.

중동의 지정학적 중요성 때문에 미국은 이라크와 시리아의 군사 기지, 이스라엘, 이집트에서 페르시아만에 이르는 다른 동맹국을 통해 막대한 인명 피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이 지역에 대한 지배력을 유지하기로 결심했다. 이들 국가 간의 관계를 정상화한 아브라함 협정은 양극화된 자본 축적을 안정화하기 위한 냉전적 평화의 최근 단계에 불과하다. 그러나 10월 7일에 시작된 사건으로 인해 이러한 정상화 과정은 급격히 중단되었고, 최근 팔레스타인 해방을 위한 투쟁은 더욱 격렬해지고 있다.

작년 10월 7일 이후 이스라엘은 하마스(Hamas), 이슬람 지하드(Islamic Jihad), 팔레스타인 해방을 위한 인민전선(Popular Front for the Liberation of Palestine) 등 팔레스타인 저항 운동의 게릴라 전사들을 물리치는 데 실패했다. 또한 전 세계가 식민지 프로젝트에 내재된 폭력성을 봤다. 앞서 언급한 단체들은 탈성장이 지지하는 가치를 구현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 운동은 작년 브뤼셀에서 열린 '성장을 넘어' 컨퍼런스 폐막식에서 아누나 드 웨버(Anuna De Wever)가 "탈식민주의 없이는 탈성장도 없다"고 상기시킨 것을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우리는 탈식민화가 은유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그들의 투쟁이 어떤 형태를 취해야 하는지 지시할 수는 없다. 이러한 입장이 팔레스타인 저항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모든 행동을 용인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며, 실제로 우리는 이 세기의 분쟁으로 인한 모든 민간인의 고통을 애도한다. 그럼에도 탈식민주의가 반식민주의가 되려면 민족 해방을 위한 팔레스타인의 투쟁과 연대해야 한다.

왜 민족 해방인가? 민족 해방은 팔레스타인의 자결권을 위한 핵심 투쟁이다. 팔레스타인을 비롯한 지역 주민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국가 경제에 대한 주권적 통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제국주의는 자치권을 침해할 수 없으며, 서방 강대국들은 이를 반복적으로 좌절시켜 왔다. 신식민주의 협정은 글로벌 남부에서 노동력, 자원, 에너지의 수탈을 보장한다. 전 지구적 규모의 사회-생태적 변화에 필요한 대규모 계획은 물론이고, 남과 북의 발전적 융합을 달성하려면 이러한 착취적 관계를 끝내야 한다. 팔레스타인의 경우 다민족 사회 구성으로 인해 민족 해방의 성격이 복잡하지만 식민주의와의 단절의 중요하다.

프레드 모텐(Fred Moten)은 현재 진행 중인 이스라엘의 정착민 식민지화 프로젝트를 "역사의 흐름을 거스르는 댐"이라고 표현했다. 이 비유는 전 세계 제국주의 폭력에 대한 이스라엘의 중심성을 잘 포착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스라엘은 건국 이래 니카라과(Nicaragua)의 콘트라(Contras), 칠레의 피노체트(Pinochet), 콩고민주공화국의 모부투(Mobutu)에 이르기까지 모든 곳에서 우익 단체를 지원했다. 이스라엘은 또한 팔레스타인에서 사람들을 억압하는 기술을 테스트한 후 이를 신파시스트 정권에 수출하고 있다. 이스라엘 관리들은 자신들의 프로젝트를 야만적인 지역에서 서구 문명의 전초기지로 포장하는 담론으로 사용한다. 이스라엘이 중동에서 미 제국주의의 핵심인 것처럼, 우리는 미 제국이 전 세계적으로 사회-생태적 변화를 가로막는 주요한 구조적 장애물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팔레스타인의 저항과 민족 해방 요구가 현재 상황에 대한 중요한 도전이며, 우리 모두의 자유를 위한 필수적인 단계라고 생각한다.

많은 탈성장 지지자들은 가자지구의 휴전을 지지하지만, 휴전은 팔레스타인의 끊임없는 억압에 대한 지속적인 해결책을 제공하지 못한다. 대신, 우리 운동은 팔레스타인의 민족 해방 요구를 더 강하게 지지하고, 그들의 신념에 동의하든 동의하지 않든 그들의 투쟁에 함께 해야 한다. 우리는 넬슨 만델라가 ”투쟁의 본질을 정의하는 것은 억압자이며, 억압받는 사람들은 종종 억압자의 방법을 답습하는 것 외에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 어느 시점에서는 불에는 불로만 맞설 수밖에 없다"고 한 말을 기억해야 한다.

탈성장 지지자로서, 생태사회주의 조직가로서, 연구자와 학생으로서 우리는 이스라엘과 연루된 기관에 대한 학술적 보이콧을 요구하며, 즉각적인 휴전과 대량학살의 종식을 요구하며, 팔레스타인의 민족 해방을 요구한다. 우리의 요구가 받아들여질 때까지 우리는 협력하는 기관들에서 시위를 계속하고, 활동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전 세계의 동지들이 팔레스타인 순교자들의 희생에 감동받아 함께 싸우기를 바라며, 우리의 투쟁이 생명을 지키기 위한 것임을 확인한다. 함맘 알로 의료 텐트(Hammam Alloh Medical Tent), 리팟 알-아레르 도서관(Refaat Al-Areer Library), 힌즈 홀(Hind’s Hall)은 우리가 인류애를 공유하고 있으며 제국이 무너지고 팔레스타인이 자유로워질 것이라는 우리의 신념을 보여준다.

[출처] National liberation in Palestine is an indispensable step towards degrowth

[번역] 참세상 번역팀

덧붙이는 말

찰스 스티븐슨(Charles Stevenson)은 바르셀로나 자치대학교에서 유럽 탈성장 전환의 거시경제학을 연구하는 박사 과정 학생이자 정치 전략에 중점을 둔 생태사회주의자이다. 이네아 레너(Inea Lehner)는 기후 뱅가드의 반제국주의 생태사회주의 교육자이자 조직가이다. 페로즈 칸(Feroz Khan)은 바르셀로나 자치대학교에서 재난, 탈성장, 남북 생태사회 변화의 정치를 연구하는 박사 과정 학생이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