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어 활동가들, 올해 행진 이슈는 팔레스타인 연대

매년 6월이 되면 무지개 깃발과 파란색, 분홍색 배너가 펼쳐지고, 수만 명의 게이들이 들고 있는 젤로 샷과 라이트 맥주 플라스틱 컵이 거리로 쏟아져 나오면서 문화 전쟁이 벌어진다. 프라이드 시즌이 다가왔고 모두가 열광한다.

전투의 한쪽에는 동성애자 기업, 성소수자 단체들의 비영리-산업 복합체, 화려하고 요란한 프라이드 퍼레이드와 파티 등 게이와 트랜스 정체성을 자본주의에 완전히 동화된 생활 방식으로 표현하는 사람들이 있다. 

출처: Unsplash, Tristan B.

다른 한편으로는, 자긍심 행진(프라이드)이 반경찰 봉기, 전투적인 퀴어 연대, 트랜스젠더, 게이, 레즈비언, 양성애자, 퀴어, 인터섹스, 논바이너리 또는 성별 및 성 규범에 반하는 삶을 산다는 것에 대한 치열한 정치적 입장의 유산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우리 모두가 있다. 이는 주류 가치에 반대하는 자기 결정권에 대한 급진적 항의이자 이성애자 사회를 분노와 공포에 떨게 한 '프라이드'의 원래 전통이다.

올해 프라이드 전투는 특히 모래 위에 그어진 피투성이의 선으로 주목된다. 이스라엘 정부는 가자지구에서 8개월째, 지속적인 대량 학살 공격을 자행하는 한편, '핑크워싱'이라는 전술을 자주 사용하며 글로벌 선전 캠페인을 추진하고 있다. 웹사이트 '팔레스타인 탈식민지화(Decolonize Palestine)'에 따르면 "핑크워싱은 국가나 단체가 유해한 관행으로부터 주의를 돌리기 위해 성소수자 인권에 호소하는 것을 말한다"라고 설명한다.

가자지구를 포함한 전 세계 곳곳에 퀴어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식한 성소수자 팔레스타인인들과 그 동맹 단체들은 퀴어 단체들에게 휴전을 지지하고, 아파르트헤이트에 반대하며, 미국의 강력한 지원을 받는 군대에 의한 대량 학살과 팔레스타인 점령에 대해 단호한 입장을 취해 줄 것을 촉구해 왔다. 이스라엘은 2023년 10월 7일 이후 가자지구에서 37,000명 이상의 팔레스타인인을 살해하고 85,000명 이상에게 부상을 입혔으며 대학과 병원을 포함한 가자지구의 주요 기관 대부분을 파괴했다.

한편 이스라엘과 미국의 폭력과 불처벌을 옹호하는 사람들은, 퀴어 팔레스타인인과 이스라엘인의 정체성을 곤봉과 방해물로 사용해 왔다. 핑크워싱의 실무자들은 이스라엘과 이스라엘의 군사 점령을 지지하는 서방 정부가 성소수자 문제에 대해 도덕적으로 우월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스라엘은 편리할 때, 스스로를 게이들의 안식처라고 광고하고, 친이스라엘 선전은 팔레스타인, 특히 가자지구가 퀴어들에게 안전하지 않다는 주장을 자주 펼치며, 이러한 '낙후된' 지역이 궁극적으로 자본주의 정착민 식민주의에 의해 개선될 것이라는 암시를 내포하고 있다. 문화 제국주의자들과 신자유주의자들은 이 같은 신화를 모든 아랍 및 무슬림 국가와 문화에 덮어씌우듯 던져 퀴어와 트랜스 아랍인, 무슬림의 존재를 보이지 않게 만들었다.

무슬림 여성 및 퀴어 단체인 'Jummah 4 All' 에서 활동하는 노스캐롤라이나주 더럼의 조직자 마야 가넴(Maya Ganem)은 "프라이드에 대해 항상 어느 정도의 고통이 있었다"라고 말한다. 그녀는 미국 프라이드에 완전히 공감한 적이 없다고 말한다. "나는 평생 무슬림이자 아랍인(시리아 레바논인)으로서 퀴어나 트랜스젠더가 될 수 없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에 10월 7일 이전에도 이 문제로 인해 고통스러웠다. 내가 속한 커뮤니티와 무지개 자본주의에서도 그런 말을 들었다. 프라이드 다가올 때마다 식민지배의 역사가 있다는 것을 알기에 씁쓸함을 느꼈다."

미국, 영국, 이스라엘과 같은 제국주의 국가들은 동성애자의 권리를 세계화하고 친동성애 이데올로기를 수출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현실은 거의 정반대이다. 예를 들어, 1936년 가자지구에서 최초의 동성애 금지법이 통과된 것은 영국의 팔레스타인 점령과 영국 위임 통치의 직접적인 결과였다. 최근에는 미국의 기독교 근본주의 단체들이 우간다와 다른 아프리카 국가에서 동성애 반대 캠페인에 수백만 달러를 쏟아붓고 있다. BBC에 따르면 동성애가 불법인 69개국 중 3분의 2가 한때 영국의 통치하에 있었으며, 많은 경우 동성애를 명시적으로 범죄로 규정했던 영국은 해당 국가 역사상 처음으로 동성애를 합법화했다.

"서구 제국주의자들은 자신들이 진보적이라고 주장하며 퀴어를 보호하는데, 애초에 동성애 혐오를 세계화시킨 장본인이 바로 그들이다." '롤리웨이크노동자회의'와 '대중을 위한 식사'에서 활동하는 베니 코발(Benny Koval)의 말이다. "그게 바로 이 모든 것의 뻔뻔함이다."

올해는 팔레스타인에 대한 전 세계적인 지지가 높아지면서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사람들이 핑크워싱에 대한 분석을 내놓고 있다. 가넴과 코발이 모두 조직에 참여하는, 노스캐롤라이나주의 주요 자긍심 행사인 '아웃! 롤리 프라이드(Out! Raleigh Pride)'가 올해 처음으로 '(이스라엘) 보이콧, 투자 철회, 제재(BDS) 운동'에 동참하기로 합의했다. 

이번 주 아웃! 롤리 프라이드 주최측은 이메일을 통해, BDS를 준수하기 위해 친이스라엘 단체로부터 받은 자금을 반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로써 롤리 프라이드는 미국에서 공식적으로 BDS 운동에 동참한 최초의 주요 주류 프라이드 행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롤리의 축제에 개인적으로 BDS 운동에 동참할 것을 촉구한 사람들 중 한 명인 가넴은 자신과 롤리의 인연이 분명하다고 말한다. "퀴어들이 커밍아웃하고 제 정체성을 무기로 대량 학살을 할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을 보는 것은 매우 신선한 충격이다"라고 그녀는 말한다. 퀴어 무슬림으로서 "우리는 종종 식민주의와 제국주의 체제에서 우리의 정체성이 본질적으로 모순이라는 말을 듣는다. 하지만 우리는 그렇지 않으며, 우리의 경험과 관점이 대화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말하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다. 팔레스타인의 모든 해방 운동은 이러한 교차적 정체성을 전면에 내세워야 한다."

'Jummah 4 All'은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학교의 '미국 민주사회주의자' 청년그룹, 노스캐롤라이나 대학교 채플힐의 팔레스타인 정의를 위한 학생들, 롤리 웨이크 노동자 모임, 대중을 위한 식사, 커뮤니티 정의, 폐지 및 반인종주의 등 단체와 함께, 아웃 롤리 프라이드가 팔레스타인을 위한 입장을 취하도록 압력을 가하기 위한 노력에 동참했다. 

코발은, 처음에는 조직에 성소수자 활동가들이 가자지구의 휴전에 대해 발언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아무런 응답을 받지 못했다고 말한다:  "이 운동의 지속적인 압박과 장기적인 조직화가 큰 영향을 미쳤다.", "BDS는 특히 짐승의 뱃속에 있는 팔레스타인을 지원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방법 중 하나이다."

롤리는 미국의 주류 도시 중 유일하게 BDS에 동의한 하나의 도시이나, 팔레스타인과 퀴어 연대의 광범위한 국제적 전통에 동참하고 있다. 2023년 11월, 팔레스타인 퀴어 및 동맹 단체는 523개 단체가 공동 서명한 "팔레스타인 퀴어의 해방적 요구"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서명 단체에는 이탈리아 로마의 해방주의 프라이드 행사인 PRIOT, 네덜란드 블랙 프라이드, 노르웨이 베르겐의 리클레임 프라이드, 필리핀 일로일로 프라이드 팀, 영국의 프라이드 오브 아라비아, 아일랜드 더블린의 트랜스 및 인터섹스 프라이드, 덴마크의 노레브로 프라이드, 캐나다의 오타와 다이크 행진 및 모든 대륙의 수백 개의 기타 LGBTQ 단체 및 모임이 포함되어 있다.

미국에서는 다이크 행진(트랜스젠더를 포용하는 다이크 중심의 프라이드 행사)이 항상 명백한 정치적 정체성을 유지하며 프라이드의 기업화 및 백화현상에 반대해 왔다. 수년에 걸쳐 샌프란시스코, 시카고, 워싱턴 D.C.의 다이크 행진 주최자들은 팔레스타인에 대한 지지와 다른 반제국주의 대의에 대한 연대를 선언해 왔다. 6월 29일에 열리는 올여름 뉴욕시 다이크 행진은 "대량학살에 반대하는 다이크"라는 주제로 열린다. 이 행진은 팔레스타인, 콩고민주공화국, 에티오피아, 아이티, 미얀마, 수단, 우크라이나에서 현재 진행 중인 대량학살과 인권 침해에 대한 관심을 환기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다시 말하지만, 이것은 프라이드와 퀴어 운동의 원래 전통의 일부다. 올해 1월, 역사적인 퀴어 단체인 ACT UP은 BDS 운동에 대한 열렬한 지지를 발표했다. ACT UP 지도자들은 "우리의 역사는 미국의 재정과 잔인함을 등에 업은 정착민 식민지 국가에 맞서 팔레스타인인들과 함께하기로 한 우리에게 동기를 부여한다"라고 성명에 썼다. 올해 미국의 일부 친팔레스타인 활동가들은 1980년대와 1990년대 ACT UP의 전투적 시위에 사용된 강력한 이미지를 재활용했다. 원래 에이즈 위기에 대한 침묵을 의미했던 '침묵=죽음'이라는 문구가 적힌 분홍색 삼각형이 수박 한 조각으로 다시 등장했으며, 같은 슬로건을 사용하여 팔레스타인에 대한 침묵의 깊은 해악에 대한 간결한 지적을 하고자 했다. 실제로 수천 명의 생명이 위태로운 상황에 처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대규모 프라이드 퍼레이드와 행사는 시오니스트 단체로부터 계속 자금을 지원받으며 BDS 운동에 참여하라는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 그들은 BDS를 요구하는 많은 사람들이 퀴어 유대인이라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자금 지원을 잃을 여유가 없다거나 유대인 유권자들을 소외시키고 싶지 않다고 주장한다. 또는 아이러니하게도 침묵을 지키기도 한다. 이들의 거부로 올해 보스턴, 워싱턴 D.C., 퀸즈, 필라델피아 프라이드에서 시위가 벌어졌고, 많은 단체와 개인 아티스트들도 프라이드 행사를 전면 보이콧했다. 샌프란시스코 프라이드는 2024년 2월에 휴전을 요구했지만 BDS에 동의하지 않았다. 대신 샌프란시스코의 친팔레스타인 단체들은 여장, 코미디, 패널, 퍼레이드 등 수십 가지의 대체 행사를 제공하고 있으며, 심지어 프라이드 보이콧에 동의하는 아티스트와 공연자에게 직접 기금을 기부하여 손해를 감수하겠다는 제안도 하고 있다.

대량 학살에 반대하는 입장은 프라이드에게 당연한 일이다. 우리의 전통은 강하다. 그러나 더 깊은 문제는 글로벌 자본주의와 제국주의의 맥락에서 퀴어의 정치적 의미를 둘러싼 싸움이다. 동성애자나 트랜스젠더의 자긍심 행진은 흑인, 갈색, 무슬림 또는 가난한 퀴어의 삶을 평가절하하면서 동시에 동화하고, 결혼하고, 군에 입대하고, 부와 사유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일까? 아니면 모든 억압받는 사람들과 연대하여 자결권과 해방을 향하는 포털이며, 본질적으로 군사주의, 경찰, 그리고 일부의 신체적 자율성을 계속 제한하는 주류 사회의 가치를 거부하는 것을 의미할까?

가넴은 "꼭 그럴 필요는 없다. 프라이드에는 수많은 아름다움과 잠재력이 있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프라이드가 자본주의적 사치품으로 여겨지면 그 모든 잠재력이 사라지는 것 같다."

나는 프라이드의 진정한 전통을 이어가고 있는 모든 사람, 즉 퀴어 시위자와 활동가들, 앞서 온 사람들의 혁명적 열정이 없었다면 우리가 이 거리를 걷고 있지 못했을 것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모든 사람을 위해 여기에 있다.  아티스트 미카 바잔트(Micah Bazant)가 트랜스젠더 활동가인 마샤 존슨(Marsha Johnson)을 기리는 포스터에 "우리 모두를 위한 해방 없이는 우리 중 일부의 자긍심도 없다"라고 간결하게 적었듯이 말이다.

[출처] Queer Activists Are Making BDS a Key Question of Pride This Year

[번역] 참세상 번역팀

덧붙이는 말

루이스 레이븐 월리스(he/they/ze)는 노스캐롤라이나주 더럼에 거주하는 독립 저널리스트이자 '어딘가에서 바라 본 세상'이라는 책과 팟캐스트의 저자 겸 제작자로, 교도소 폐지, 인종 정의, 퀴어 및 트랜스젠더 해방 운동에 오랫동안 참여한 활동가다. 백인이며 트랜스젠더인 그는 중서부에서 태어나고 자랐으며 남부에 깊은 뿌리를 두고 있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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