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역에 도착해 3번 출구로 나가면 전자상가 방향으로 통하는 다리 하나가 나온다. 흔히 ‘용산역 구름다리’라고 불리는 이곳을, 나는 지난 2년 동안 매주 찾아갔다. 낮에는 좌판을 깔고 물건을 파는 사람들을 이곳에서 마주쳤고, 밤에는 박스집을 짓고 잠을 청하는 사람들을 이곳에서 만났다.
처음 구름다리를 방문했을 때, 주변은 온통 공사판이었다. 다리와 인접한 곳에 ‘국내 최대 규모’의 관광호텔이 지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공사가 진행되면 될수록, 구름다리는 빠르게 변해갔다. 어느 날에는 바닥이 바뀌어져 있었고, 어느 날에는 창문이 바뀌어져 있었으며 또 어느 날에는 조도가 바뀌어져 있었다. 늘 구름다리에서 밤을 보낸다는 한 거리 홈리스는 이런 변화들이 불안하기만 하다고 내게 말했다.
용산역과 지상을 연결하는 통로였던 구름다리는, 어느새 새로 문을 연 ‘6성급(!)’ 호텔로 향하는 길이 되어버렸다. 얼마 전 다시 구름다리를 방문했을 때, 그동안 이곳에서 만나왔던 사람들 모두가 쫓겨났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다리 입구는 호텔 측 경비원이 눈을 부라리며 지키고 있었고, 박스집이 있던 자리는 종이 쪼가리 하나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깨끗하게 치워져 있었다.
쫓겨난 사람들을 찾기 위해 역 주변을 돌아다니다가, 꽤나 거슬리는 내용의 포스터를 보게 됐다. 조만간 구름다리 근처에서 “(맥주) 축제”가 열릴 것이며, “도심생태계 회복”을 위한 행사들이 잇달아 개최될 것이라는 그런 내용이었다. 우연찮게 다시 만나게 된 거리 홈리스에게 이 사실을 전했다. 그는 “세상에 OO놈들이 진짜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