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위원, “공익위원들이 일방적 표결 강행하려 했다”
올 9월부터 내년 12월까지 적용될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가 막판 진통을 겪고 있다. 28일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제 5차 전원회의에서 노동자위원들은 공익위원들의 일방적인 표결 강행에 반발하며, 최저임금위원회 5층 회의실에서 점거농성에 돌입했다.
이날 전원회의에서 노사 양측이 접점을 찾지 못하자 공익위원들은 오후 1시 30분 경 최종안 제출을 요구하며, 표결 강행을 시도했다. 이에 노동자위원들은 최종태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의 의사봉을 빼앗은 뒤 회의실 점거 농성에 들어갔고, 회의는 산회됐다. 최종태 위원장은 산회 후 “29일 오전 10시에 회의를 재개한다”고 밝혔다.
노동자위원들은 농성에 돌입하며 “공익위원들이 사측의 수정안만 받고 일방적으로 표결을 강행하려 했다”며 “전체노동자 임금평균의 50%를 보장하는 최저임금 현실화, 주 40시간제 시행과 월 환산 최저임금 삭감 대책에 따른 실질적 보장의 요구가 받아들여질 때까지 무기한 점거 농성을 벌일 것”이라고 밝혔다.
최초 요구안에서 노10%, 사4.6% 물러났으나 합의도출 실패
28일 오전 8시부터 시작된 이날 회의에서 노사 양측은 각각 수정안을 제출하고, 협상을 진행했다. 이날 사용자위원들은 최초 요구안에서 4.6%를 인상한 시급 3,055원(주 44시간 기준 한 달 690,430원, 주 40시간 기준 638,495원), 7.6% 인상안을 수정안으로 제출했다.
▲ 이날 이석행(민주노총 사무총장), 이찬배(여성연맹 위원장), 고종환(민주노총 서울본부장) 등 노동자위원 3명은 최저임금위원회 경찰병력 배치와 이날 오전 발생한 경찰폭력에 항의하며 삭발식을 진행하기도 했다 |
노동자위원들 역시 당초 요구안으로 제출한 ‘노동자 평균임금의 50%’인 시급 2,925원, 한 달 815,100원(인상률 37%)에서 10% 물러난 27%(시급 3,615원, 주 40시간 기준 한 달 755,535원) 인상안을 수정안으로 내놓았다. 노동자위원들은 또 이날 회의에서 “주 40시간제가 도입되는 사업장은 8.1% 이하로 인상될 경우 사상 초유의 최저임금 삭감 사태를 맞게 된다”며 “주 40시간제 시행에 따른 임금저하 보전방안 마련”을 재차 요구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사용자위원들은 “근로시간 단축의 최저임금액 보장은 근로기준법과 최저임금법으로 해결해야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한편, 이날 회의에서 공익위원들은 지난 3차 전원회의에서 조정안으로 제시한 바 있는 인상범위율 7.5%-13.5%를 고수했다. 또 임금저하 보전방안에 대해 사용자위원들과 마찬가지로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다룰 내용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노동자위원들, “물리적 저지 불사하겠다”
이날 노동자위원들의 점거 농성으로 최저임금 결정은 법정 결정 시한인 29일로 넘어가게 되었다. 노동자위원인 이석행 민주노총 사무총장은 29일 열릴 회의에 대해 “노동자위원들은 여성연맹을 중심에 놓고 투쟁과 교섭 방향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현재 상황대로라면 사용자측 안이 그대로 관철 될 것”이라며 “그렇게 된다면, 노동자위원들은 몸으로라도 반드시 막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찬배 여성연맹 위원장은 “공익위원들이 현재 제시하고 있는 범위율은 주 40시간제를 전혀 고려치 않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안”이라며 “내일도 공익위원들이 기존 범위율을 고수한다면, 모든 방법을 다 동원해 막겠다”고 밝혔다.
29일 회의는 공익위원들이 13% 대의 ‘인상 범위율 고수’ 여부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노동계는 그간 공익위원들의 조정안(인상범위 7.5%-13.5%)이 “주 40시간제 시행과 그에 따른 연월차·생리휴가 삭감 등을 전혀 고려치 않은 안”이라고 반발하며, “임금 총액 기준으로 보면 실질적인 삭감안”이라고 주장해왔다. 현행 최저임금 641,840원을 받는 노동자의 경우 15% 정도가 인상돼도 인상효과를 볼 수 없다는 주장이다. 따라서 노동자위원들이 13% 내의 인상안을 받아들일 경우 실리와 명분 모두 잃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결국 사상 초유의 최저임금 감액 사태가 우려되는 가운데 29일 열릴 회의에서도 노동자위원, 사용자, 공익위원들 간 또 한 번의 격돌이 예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