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레바논 파병안 국회 본회의 통과

파병반대국민행동, “오늘의 부시는 노무현정권의 내일”

22일 국회는 본회의를 열고 이라크 파병 연장 동의안과 레바논 파병 동의안을 일괄 통과시켰다.

정부의 이라크 파병안이 관철됨에 따라, 이라크 자이툰 부대는 1년간 파병이 연장된다. 자이툰 부대는 내년 4월 병력을 1200명으로 감축하고 내년 중 ‘임무 완료’를 목표로 한다. 김성곤 국방위원장은 본회의에서 “임무 종결이란 표현을 쓰고 철군을 쓰지 않은 것은 여러 가지 대외 관계를 고려한 것”임을 강조했다.

또 국군부대의 레바논 평화유지군(UNIFIL) 파견 결정으로 350여명의 병력이 1년간 유엔 안보리 결의 1701호에 명시된 레바논 평화유지군의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레바논 파병안 표결 결과를 나타내고 있는 국회 본회의 전광판. 2003년 이라크 파병의 오류가 재현되는 모습이다.


토론 자리서 일부 의원 반대...‘의견 제시’로 끝

레바논 파병안 처리에 앞서, 임종인 열린우리당 의원은 “레바논 파병은 제2의 이라크 파병과 같다”며 반대 의견을 내세웠다. 임종인 의원은 “유엔결의안 1701호는 이스라엘군의 방어적 군사행동을 허가하고 헤즈볼라의 무장 해제를 일방적으로 촉구하는 편파적인 조항”이라고 밝혔다.

또 “헤즈볼라는 테러조직이 아닌 이슬람 시아파의 정당이자 무장단체이며,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은 대이스라엘 저항조직의 제거를 명분으로 하고 있지만 실제 목표는 레바논 지역의 이스라엘 정부 수립에 있다”고 밝히며 “미국과 이스라엘의 중동 패권 전략인 평화유지군에 반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애자 민주노동당 의원은 “레바논 평화유지군이 1978년부터 주둔해 왔는데, 레바논의 전쟁과 살상을 못 막은 이유가 평화유지군이 없어서냐”고 반문하며 “유엔 결의안에 따른 레바논 평화유지군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점령군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이후 이라크 파병 연장 동의안과 관련해, 정청래 열린우리당 의원은 ‘파병 연장에 반대하는 10가지 이유’를 들어 이라크 파병의 부당성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정청래 의원은 자이툰 부대가 착용하는 모자를 직접 써 보이면서 “모자에 ‘(전후)이라크평화재건사단’이라는 문구가 적혀있지만 이라크 전쟁은 끝나지 않았고 내전 상황이기 때문에 이 말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이영순 민주노동당 의원은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철군을 전제조건으로 할 경우 어떤 부정적인 영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국방위원장이 ‘철군을 전제로 하면 융통성이 없어진다’고 답했다”며 “융통성이 없다는 말은 또다시 연장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 아니겠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부 국회의원들의 반대 의견에도 불구하고 이라크 파병 연장 동의안은 찬성 114표, 반대 60표, 레바논 파병 동의안은 찬성 119표, 반대 34표로 가결됐다.

한편 이날 아프가니스탄에 의료 및 건설지원부대 파견을 연장하는 국군부대의 대테러전쟁 파병연장 동의안과 국군건설부대의 파병연장 동의안 역시 각각 찬성 134표, 반대 40표와 찬성 138표, 반대 37표로 가결됐다.

  이라크 및 레바논 파병안의 국회 본회의 통과에 앞서 파병반대국민행동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노무현정부와 파병 찬성 정당은 국민의 심판을 받을 것”

파병반대국민행동은 파병 동의안이 통과되기 전 오후 1시 국회 앞에서 ‘자이툰 파병 재연장 · 레바논 파병 본회의 통과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자이툰 파병 연장과 레바논 파병을 결정한다면 노무현 정부와 열린우리당, 한나라당은 강력한 국민적 심판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파병반대국민행동은 “정부의 ‘2007년 임무종결’ 계획은 아무런 의미 없는 공허한 문구에 불과하며, 자이툰 파병 연장은 장기 주둔을 위한 계획”이라고 밝했다. 미국이 아르빌 지역에 이라크 영구 주둔 기지 건설을 계획하고 있기 때문. 파병반대국민행동은 “자이툰 부대의 즉각 철군만이 진정한 대안”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레바논 파병 계획도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고 밝히며, 정부의 기만적인 파병 추진을 폭로했다. 15일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에서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이 ‘레바논의 유엔군 사망은 전혀 없다’고 했다가 통과 이후 유엔군 258명이 사망했다고 정정했던 일과, 같은 자리에서 ‘만일 이스라엘의 공격 때문에 난민들이 몰려들어 보호를 요청하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건 우리 임무가 아니다’라는 정부 당국자의 답변이 그것.

파병반대국민행동은 “이라크 전쟁이 초래한 조지 부시와 영국의 토니 블레어가 처한 심각한 위기가 곧 파병 연장을 추진하는 세력의 암울한 미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