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4주년 노동절 대회, 흥겨운 분위기 속에 진행

'노동자 정치원년' 축하 한마당



5월 1일 전국 곳곳에서 "제114주년 세계노동절 대회"가 열렸다. 서울은 대학로에서 2만 여명의 노동자가 참가한 가운데 전체적으로 흥겨운 분위기 속에 행사가 진행되었다.

114주년 세계노동절기념대회

"비정규직문제 해결없이 승리없다!"-4.30노동자 결의대회


집회 참가자들의 손에는 "파병철회"와 "비정규직 철폐"라고 적힌 노란 카드가 들려 있고, 공중에는 "WTO, FTA 개방반대" 등 핵심 요구안이 담긴 플랭카드가 떠 있었다.

본행사는 예정보다 1시간 정도 늦은 3시께부터 시작되었다. 민주노총 이수호 위원장은 대회사를 통해 "드디어 노동자 국회의원을 만드는 쾌거를 이룩해 냈다"면서 '노동자 정치세력화 원년'의 의미를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그 동안 노동자들이 이룩해놓은 성과들을 무로 돌려버리려는 전 세계적인 신자유주의 자본의 공세가 대대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면서 "우리의 투쟁은 단지 임금 몇 푼 올리는 투쟁이 아니라 이 사회를 파탄으로 몰아가고 있는 거대한 지배이데올로기에 대한 총체적 투쟁"이라고 말했다.
민주노동당 권영길 대표 역시 "노동자들의 지지 덕분에 민주노동당이 드디어 원내진출에 성공했다"면서 고마움의 표시와 함께 '노동자 정치세력화 성공'의 의미를 강조했다.

권 대표는 "민주노동당은 17대 국회가 개원하면 16대 국회가 통과시킨 파견법, 졸속 처리한 주5일 근무제, 파병 등에 맞서 싸우겠다"고 밝혔다. 권 대표는 또 "민주노동당은 4년 후엔 제1 야당, 2012년엔 집권당이 되겠다"고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이어 민중연대 정광훈 의장, 전농 서정길 부의장, 한국여성단체연합 정현백 상임대표의 축사가 이어졌다.

정현백 대표는 "우리도 이제 여성 국회의원이 두자리 수를 넘었다"고 '여성 정치세력화'의 의미를 강조하면서 "호주제 폐지와 여성노동자들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축사 중간에는 ‘이주노동자 율동패’의 공연과 함께 강제추방에 맞서 160일이 넘게 명동성당에서 농성투쟁 중인 이주노동자들을 대표해 아노와르 농성단 직무대행의 투쟁사도 이어졌다.

아노와르 직무대행은 "지난 15년 동안 탄압받아 온 이주노동자들은 이제 합법화를 쟁취하기 위해 스스로 일어섰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아노와르 직무대행은 "우리도 인간이다! 우리도 노동자다! 노동자는 하나다!"라고 외치면서 한국 노동자들이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정부의 탄압에 맞서 함께 싸워줄 것을 호소했다.

아노와르 직무대행은 또 "비정규직, 장애인, 여성 등 모든 차별을 철폐하기 위해 우리는 하나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동지들 함께 합시다! 단결합시다! 투쟁합시다!"라고 외쳤다.

그룹 '젠'의 공연이 끝난 후 '노동자 정치원년' 축하 한마당이 이어졌다. 10명의 민주노동당 당선자들이 무대에 올라와 국회 모양의 상자 한 개씩을 선물 받았다. 상자 안에는 노동자들의 권리를 위해 국회에서 싸워 줄 것을 당부하는 의미에서 '전태일 평전'과 썩은 보수정치를 바꾸라는 의미에서 새 '불판'이 들어 있었다.


이어 "어기여차 디여차" 뱃노래에 맞춰 '가자 노동해방'의 돛을 단 '희망의 배'가 무대로 들어오면서 분위기는 최고조에 달했다. 이 날 본 행사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민주노총의 결의문을 낭독하면서 끝을 맺었다. 민주노총은 결의문을 통해 ▲파병철회 ▲파견법 철폐 ▲공무원 노동3권 보장 ▲노동자 건강권 확보와 최저임금 766,140원 쟁취 ▲완전한 주5일제와 산별교섭 쟁취 등을 위해 6월 집중투쟁을 선포했다.

결의문 낭독이 끝나고 참가자들은 '희망의 배'와 함께 광화문으로 향했다.

*114주년 노동절을 맞아 대학로에는 각지의 많은 노동자들이 운집했다. 그 대오에서 지금 투쟁을 진행하고 있는 전국타워크레인기사노조, 전국마일드세븐판매노조,평등노조이주지부,재능교사노조 노동자들과 짧은 인터뷰를 진행했다. <최하은 기자>
[전국마일드세븐판매노조 김상렬 부위원장]
  회사가 운영체계를 대리점에서 직영체계로 바꾸면서 정규직 사원들을 1년짜리 계약직으로 전환을 시도했다. 마일드세븐판매 노조 150명은 사실상 해고상태에 내몰렸다. 게다가 신입사원으로 입사하는 조건이다. 계약서에는 심지어 ‘본사 직원에게 공손해야 한다’는 굴욕적 내용까지 있다.

사실 작년까지는 메이데이에 대한 인식조차 없었다. 막상 해고의 위협을 겪고 보니 여지껏 너무 다른 세상을 살았구나 싶었다. 이 땅에서 노동착취를 당하는 노동자들이 모여서 투쟁의 결의를 다지는 자리인 노동절 집회가 그래서 개인적으로 특히 뜻깊다.

[전국타워크레인기사 노조 안병환 위원장]
  지난해에는 임단협에서 전 조합원에게 공통으로 적용되는 표준근로계약서를 사용할 것을 체결했다. 그런데 회사는 계약서 자체를 써주지 않는 등 단협사항을 지키지 않고 있다. 또한 현장에서 불법용역과 소사장제가 횡횡하면서 중간착취가 심해지고 있다. 또한 파주 타워기사 교육원에서 수료증을 받은 노동자들을 저임금으로 고용하고 있다. 너무 기본적인 것까지 지켜지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총파업에 이른 것이다.

아직 타워크레인 노조의 역사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전지역에서 모인 조합원들과 노동절 집회를 함께 하고 있으니 이 싸움을 이겨낼 거라는 자신감과 결의가 더 강해진다. 반드시 사용자뿐만 아니라 정부에 대한 요구안까지 관철시키고 말겠다.

[평등노조 이주지부 소하나씨]
  27일에 보호소에 있던 깨비,헉,굽타 동지가 출국했다. 그리고 지금도 이주노동자들이 길거리에서, 회사안에서 잡혀서 출국당하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힘들어도 동지들과 함께 힘을 모아 이주노동자의 권리를 보장받는 날까지 멈추지 않겠다.

날씨가 너무 덥워서 다소 힘들긴 하지만 이렇게 많은 노동자들이 한자리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가슴이 벅차다.

[재능노조 유명자 교육선전부장]
  학습지 교사는 단협에서 근로조건이라는 말도 사용하지 못한다. 노동자가 아니니 일하는 조건이라고 해야한다는 것이다. 아프고 다칠 수도 있는데 휴가를 요구할 수도 없다. 게다가 업무를 인수할 후임 교사가 없으면 퇴사조차 할 수 없다. 노조에 대한 탄압도 일상적이다. 사측의 이데올로기 공세에 밀려 자신의 노동자성을 망각하는 조합원들로 많다.

법적으로 노동자성을 인정받는 제도화가 필요하고 적어도 민주노동당 국회의원이 현장의 문제점만이라도 알릴 수 있는 통로가 되어 줄 것이라는 기대가 있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이런 축제의 노동절행사는 동의할 수가 없다. 축제는 싸움을 이기고 마지막에 노동자들이 함께 손잡고 하는 것이다. 열사의 죽음과 여전히 힘겹게 싸우고 있는 현장의 노동자들을 기억한다면 노동절은 투쟁을 결의하는 자리가 되어야 한다. 우리 노동자들 사이에서 ‘상생’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길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