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회를 맞은 제4차 북핵 6자회담은 12일간의 협상을 통해 어디까지 왔을까. 13개월만에 재개된 이번 회담은 지난 세 차례 회담과 달리 폐막 일정을 정하지 않은 채 2주 가까이 협상을 계속했으며 무려 70회가 넘는 양자접촉이 이루어져 '실질적 진전'을 이루겠다는 참가국들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12일 간의 회담 일정 속에서 회담장 주변에서는 상황에 따라 '회담 타결 임박'을 점치기도, '회담 장기화' '타결 불투명' 등의 엇갈린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처음부터 존재했던 북미의 입장 차를 몰랐던 바 아니지만, 어느 때보다도 확고한 참가국들의 의지와 달라진 분위기 속에서 결과를 예측하기가 어려웠던 탓이다.
회담은 지난달 26일 공식 개막했지만 24일 남북 대표단의 양자접촉, 25일 크리스토퍼 힐 미국측 수석대표와 김계관 북한 수석대표의 양자회동 등 개막 전부터 실질적인 협상이 시작되었다. 26일 개막을 거쳐 27일 각국의 기조연설을 통해 본격적인 의제들이 테이블 위에 올라왔다. 미국은 "현존하는 모든 핵무기 및 핵프로그램 검증 수반해 폐기해야"한다는 입장을 밝혔으며 북한측은 "미국의 핵위협이 제거되고 북-미 관계가 정상화되면 포기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다수의 북미대화, 공동문건 도출 의지 표명 - 회담 결과 낙관되기도
이번 회담의 진전 가능성에 무게를 보탠 것은 활발한 북미 양자접촉이었다. 30일 중국이 공동문건의 초안을 제시하기 전까지 양국은 네 차례, 거의 매일 양자회동을 가졌으며, 특히 30일에는 북한측이 미국을 만찬에 초청, 미국이 이에 응하는 '깜짝 쇼'를 연출하기도 했다. 휴회하기 전까지 있었던 초유의 북미간 총 8회 양자접촉은 공동문건 타결 기대를 낳게 했던 것이다. 협상의 걸림돌이 되리라 우려했던 HEU(고농축우라늄) 문제와 군축협상을 미국과 북한이 각각 접은 것도 회담 진전에 보탬이 됐다.
회담이 급물살을 타기 시작한 것은 30일 의장국인 중국이 공동문건의 초안을 제시하면서부터였다. 이번 회담의 실질적 성과물로서 공동문건을 채택키로 뜻을 모은 참가국들은 수석대표회의와 차관급 실무회의를 병행해가며 공동문건의 문안조율 작업을 진행해갔다. 회담 개막 전후로 언론에 침묵으로 일관하던 김계관 북측 수석대표가 2일 기자회견을 통해 "의견 상이(차이)도 있지만 최대한 좁혀서 결과물을 마련해 보고자 한다"고 밝히자 회담의 타결임박을 예측하는 보도가 쏟아져 나왔다.
美 "북한이 결단을" vs 北, "미국이 신뢰감 보여줘야" - 협상 교착
그러나 중국측이 제시한 4차 수정안에 대해 한.미.일.러 4개국이 수락 의사를 전한 상황에서 북한이 이를 거부하면서 회담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 휴회의 결정적 배경이 된 평화적 핵 이용을 두고 북미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국은 문건에 들어갈 핵폐기 대상을 '핵무기와 모든 핵관련 프로그램'으로 명기할 것을, 북한은 '핵무기와 핵무기 관련 프로그램'으로 할 것을 각각 주장했던 것. 북한은 미국이 먼저 평화적 핵 이용을 받아들여 신뢰를 보여줘야 한다고 주문했고 미국은 북한이 폐연료봉에서 플루토늄을 추출해 군사용도로 전용한 전례가 있다며 이를 거부해 둘 간의 접점을 찾지 못했다.
회담이 교착상태에 빠지자 미국은 "5개국은 합의했고 이제 북한이 결단을 내려야 할 때"라며 북한을 압박했고, 북한도 "미국이 적대정책을 포기하고 평화적 핵이용을 보장해 신뢰감을 줘야 한다"며 반박, 회담 시작 후 처음으로 공개적으로 미국을 비판하고 나섰다. 북미 간의 양자 대화도 중단된 채 "더 이상 할 얘기 없다"는 반응을 보여 타결 가능성을 어둡게 만들기도 했다.
비핵화 원칙 확인, 북 핵무기 표기 표명 등 일정 성과 남겨
평화적 핵 이용권, 남한 내 핵문제 등 남겨진 문제가 많지만 일정정도의 진전도 있었다는 평가다. 회담 관계자들은 먼저 역대 최장 회담기간이나 휴회제가 도입돼 대화의 흐름을 이어가기로 한 것 자체가 성과로 꼽는다. 앞서 언급했듯이 8회에 걸쳐 이루어진 북미 양자협의도 이번 회담의 진전 중 하나로 평가되고 있다.
회담 관계자들은 이번 회담의 중요한 성과로 '한반도 비핵화'라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했다는 것을 꼽고 있다. 회담 초반부터 참가국들은 '한반도 비핵화' 원칙에 이견이 없음을 거듭 강조했던 바 있다. 북한이 핵무기 포기 의사를 표명한 것도 4차 회담 1라운드가 이루어낸 진전이라는 지적이다. 북측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은 이번 회담에서 "미국의 우리에 대한 핵위협이 제거되고 신뢰가 조성되는데 따라 핵무기와 핵무기 관련 계획을 포기할 결심"이라고 전했다.
또 참가국들의 의견일치가 이루어진 공동문건의 내용에는 미.일의 대북관계정상화 추진과 북핵포기에 대한 상응조치로 정부의 대북 전력지원 등의 경제적 보상 내용이 명시된 것도 이번 회담의 성과라고 할 수 있다.
7일 한국으로 돌아온 대표단은 휴회기간 동안에도 적극적 중재자로서 대북, 대미 설득에 주력할 계획을 밝혔다. 당장 이번 8.15민족대축전 때 서울을 방문하는 김기남 북한 노동당 비서 등을 통해 비국의 입장을 전달하고 북한의 전략적 결단을 설득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협상에서 중재자로서의 입지를 다진 한국과 중국은 휴회 기간 북미와의 물밑접촉을 계속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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