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회담 휴회 첫주 표정, 정부 美 입장서 北 설득 주력할 듯

부시 "평화적 핵이용 불가" 강경발언, 北 "지켜 보겠다" 입장 바뀔지 주목

반 외교 11일 중국 방문 시작으로 정부 참가국과 외교채널 가동

반기문 외교통상부장관은 북한 핵문제를 중심으로 한-중 양자간 상호관심사를 협
의하기 위해 11일부터 13일까지 중국 베이징을 방문한다. 이번 4차 6자회담에서 중재자로서의 입지를 다진 정부가 회담 재개시 성과를 도출하기위해 3주간의 휴회 기간 동안 참가국들과의 물밑접촉을 시작한 것이다.

반기문 장관은 중국을 방문, 리자오싱 중국 외교부장과 '한-중 외교장관회담'을 가질 예정이며, 탕자쉬엔 국무위원, 왕자뤠이 당 대외연락부장 등 중국 고위인사와의 면담도 예정돼있다.

반기문 장관은 이번 방문에서 4차 6자회담의 의장국으로서 회담 진전을 위해 기울인 중국의 노력을 평가하고, 회담 재개시 구체적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한-중간의 협력 방안에 대해 집중적으로 협의할 예정이다.

중국 방문을 시작으로 정부는 회담 참가국들과의 접촉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반기문 외교부 장관은 이번 주 중국 방문을 마친 후 다음 주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부 국무장관과의 면담을 위해 미국을 방문한다. 북한과의 협의에는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나설 것으로 보인다. 8.15민족대축전을 위해 내려오는 김기남 북한 노동당 비서와 만나 6자회담에 관해 정부측 입장을 다시 한 번 전달하고 북한의 진의를 듣겠다는 계획이다. 러시아와 일본에도 각료급 고위인사를 보내 후속 협의를 가질 예정이다.

정부 '평화적 핵이용권' 문제, 북한 설득에 무게 실을 듯

  송민순 외교부 차관보 [출처: 외교통상부]

한국 정부는 4차 6자회담 1라운드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 평가를 내리고 있다. 최종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지만 참가국들이 한반도 비핵화라는 목표를 공유했고 다각적인 양자협의가 활발히 진행되면서 서로의 입장을 분명히 확인했다는 점이 적지 않은 성과라는 판단이다. 또 이번 회담에서 한국이 중심적 역할을 했다는 데에도 의미를 두고 있다. 10일 한국 대표단을 초청, 오찬을 가진 노무현 대통령은 "우리 외교력이 상당한 수준"이라며 "6자회담 휴회 중 적극적 조정역할을 계속 해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한편 북미가 팽팽히 맞서고 있는 북한의 평화적 핵이용권 문제를 놓고 정부는 북한 설득작업에 무게를 둘 것으로 보인다. 한국측은 회담 기간 언론에 알려진 것과 달리 북한은 경수로 제공을 직접적으로 요구한 적이 없으며 북한이 평화적 핵이용을 주장하는 것은 체면을 살리기 위한 측면이 강하다고 해석한다.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은 9일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요구는 일반적 의미에서 '핵의 평화적 이용권리'를 주장한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이는 북한이 경수로 이용을 거론하는 이유가 신포에 건설 중인 대북 경수로 사업보다는 명분 때문이라고 보고 있는 것이다. 한국측 수석대표인 송민순 외교부 차관보도 북한이 경수로 제공을 회담에서 직접 요구한 적이 없으며 평화적 핵 이용권을 보장하라는 얘기였다고 지적했다.

또 미국이 북한에 대해 과거 NPT 탈퇴 전력 등을 들며 신뢰감 부족을 근거로 평화적 핵이용을 수용할 수 없다는 주장을 펴는 것에 한국 정부도 크게 다른 입장을 보이지 않고 있다. 송민순 차관보는 "북핵문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라고 말하고 "지금의 핵문제는 비확산이라는 세계적 특성도 있지만 지역적 특성도 있어 그런 것을 고려해야 한다"며 "부시도 신뢰결여 때문에 북한의 경우는 다르다고 했다"고 전했다. 부시 미 대통령이 이란과 북한의 평화적 핵이용에 대해 다르게 판단하는 이유와 같은 발언인 셈이다.

이런 점에서 휴회 기간 동안 정부의 중점적 노력은 대북설득에 모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북미 어느 쪽도 평화적 핵 이용을 두고 물러서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는 북한에게 국제사회의 신뢰를 얻기 위한 '전략적 결단'을 촉구하는 데 집중한다는 것이다. 다만 미국에 대해서도 관계정상화 의지를 구체화해 북한의 불신을 해소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촉구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 "미국이 정책 바꿔야, 앞으로 상황 지켜보겠다"

회담 휴회 직후 북한 역시 이번 회담에 진전이 있었다며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중국 국제방송은 9일 "김영일 북한 외무성 부상이 '조선(북)은 이번 회담이 거둔 진전에 만족한다'고 했다"고 전했다.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 [출처: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북측 수석대표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은 7일 휴회가 결정된 후 "제가 기대하는 것은 미국이 휴회기간에 '우리가 어떤 핵도 가지지 못하게 하는 정책을 바꾸기 바란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계관 부상은 회담 기간 중 평화적 핵 이용이 주권국가로서의 당연한 권리라며 이를 보장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9 일 일본 '아사히 신문' 의 보도에 따르면 김계관 부상은 베이징을 떠나면서 '미국의 양보가 없어도 베이징에 다시 오는가'란 질문에 "상황을 (지켜)봅시다"라고 대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문은 이를 ""6자회담의 재개에 대해 북한이 미국의 태도를 판별하고 싶다는 자세를 나타낸 것"이라고 해석했다.

북한 언론들의 반응도 주목할 만하다. 회담의 진행 상황이나 내용에 대한 논평은 없이 미국이 군사행동을 중지하고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비핵화 실현의 열쇠라고 주장한 것. 10일자 북한 '노동신문'은 논평을 통해 미국이 첨단 무인정찰기 등 현대 군사장비들을 한반도 주변에 끌어들이고 임의의 시각에 대북 선제공격을 강행할 수 있도록 주한미군과 주일미군 무력의 재편성을 추진하고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미국이 진실로 우리 나라를 침략할 의사가 없고 조선반도의 평화를 바란다면 그에 저촉되는 일체 군사행동을 하지 말아야 한다"며 "미국은 우리 나라를 침략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 말을 실천행동으로 보여주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회담 시기 김계관 부상이 했던 발언과 다르지 않은 얘기다. 전날 논평에는 "조선반도에서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게 되면 핵문제의 발생근원으로 되고 있는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정책과 핵위협이 없어지게 되며 그것은 자연히 비핵화 실현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는 말과 함께 미국의 결단을 촉구하는 내용도 실렸다. 6자회담의 현재 국면에서 북한 측 입장과 긴밀히 맞닿아 있는 얘기들이다.

부시,"북 평화적 핵이용 수용 못해" "이란과는 다른 상황"

이런 상황에서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북한의 평화적 핵이용을 허용하지 않겠다며 휴회 초반부터 초강수를 던졌다. 북한이 휴회 기간 미국의 정책변화를 요구한데 대해 "북한에 민간용 핵을 용인할 수 없다"며 북한의 요구를 일축한 것.

부시 대통령은 9일 휴가지인 텍사스주 크로퍼드목장에서 기자들에게 이 같이 전하고, "이란은 국제 핵사찰에 협력했지만 북한은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에 대해 진실을 밝히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주 미국이 이란의 평화적 핵이용을 인정한다고 밝혀 이중잣대 비판에 대한 부시의 해명인 셈이다.

부시 대통령은 또 한국의 중대제안인 대북 전력지원안을 높이 평가하면서 " 북한의 핵무기 포기와 완전한 투명성, 국제사회의 잠재적 핵무기 프로그램 감지능력 확보를 전제로 한다면 아주 합리적인 방안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날 미국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는 기자들과 만나 "6자회담 막판에 불거진 이견이 심각한 것이라고 여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북한과 직접 접촉할 가치가 있으면 그렇게 할 것이고 어느 정도 접촉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혀 휴회기간 힐 차관보와 북한 인사의 양자 접촉 가능성도 시사했다.

그러나 부시의 강경발언으로 '지켜보겠다'던 북한의 입장이 어떻게 바뀔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고, 미국이 계속 북한을 자극한다면 북한 역시 강경태도를 취할 수밖에 없어 북미간 접점찾기는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