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릴라 조직인 콜롬비아무장혁명군(FARC)에게 납치, 6년간 억류되어 있었던 전 콜롬비아 대선후보 잉그리트 베탕쿠르가 극적으로 구출되었다. 콜롬비아 정부군이 FARC 대원으로 위장해 '피를 한 방울도 흘리지 않고' 베탕쿠르를 비롯한 미국인 3명, 콜롬비아인 11명이 구출되는 장면이 CNN을 통해 전파를 타면서, 이번 작전의 성공을 축하하는 분위기다.
이번 작전이 성공하면서 FARC에 강경 노선을 취해 왔던 알바로 우리베 콜롬비아 대통령의 입지는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반면, FARC와 평화협정을 맺고 대화를 통해 인질문제 및 콜롬비아 내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던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입지는 더욱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스위스 라디오 방송, FARC 대원 "매수했다"
그러나 스위스 라디오 방송인 '라디오 스위스 로망드(RSR)'는 "믿을만한 소스"에 근거해 이 작전의 "배후"에 미국이 있었고, '구출' 작전이 아닌, 돈으로 콜롬비아무장혁명군(FARC) 대원을 매수하는 '석방'이었다고 4일 보도해 논란이 일고 있다. 'RSR'은 2일 인질들을 석방한 군사작전은 '위장극'이라고 전했다.
이 의혹을 보도한 프레드리히 브라셀 'RSR' 담당 기자는 콜롬비아 라디오 방송 "더블유(La W)"에도 출연해 "돈이 인질을 억류하고 있던 '세사르 사령관'에게 전해졌다"고 밝혔다. 그날 군사작전에서 체포된 콜롬비아무장혁명군 대원은 세사르 외 1명이다.
피에르 바봐드 'RSR' 국제부 편집장은 '이란 네트워크 프레스티비'와의 인터뷰에서 "이 돈은 콜롬비아무장혁명군에 직접 지불되었다기 보다는, 이 그룹을 배신하도록 하기 위해 인질을 보호하고 있던 두 사람을 유인하는데 사용되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RSR'은 인질 석방의 "배후"에 미국이 있으며, 그 이유는 FBI(미연방수사국) 요원이 인질로 있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스위스 언론인 제네바런치(GenevaLunch)도 "미국 방송인 CNN이 석방되는 당시의 장면을 내보내기는 했으나, 헬리콥터 안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는 정확히 보도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또 FARC 요원에 대한 매수는 지난 몇 년간 콜롬비아 정부가 FARC 조직력을 약화시키기 위해 종종 사용되어왔던 방법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프레디 파디야 콜롬비아 참모총장은 몸 값 지불에 대해 "왜곡된 루머"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미국 정부도 "긴밀한 협력"이 있었다고는 시인했으나, 몸 값 지불설에 대해서는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3선 도전하는 우리베에 청신호...대화 요구한 차베스는 입지 좁아져
한 때 우리베 대통령에 대항해 대선 후보로까지 나선 베탕쿠르는 우리베 대통령이 재선된 기간 동안이 "콜롬비아에 대단히 좋았다"고 우리베 대통령을 추켜세웠다. 반면 FARC에 "가장 강력한 타격 중 하나를 안겼다"고 평가했다.
'피를 흘리지 않는' 군사작전을 통한 인질 석방이 성공하면서, 우리베 대통령에게는 청신호가 켜졌다. 알바로 우리베 대통령은 노동운동 탄압, 활동가 실종 등 인권유린으로 국제적 비난을 받아왔지만, 개헌을 통해 3선에 도전하려고 준비 중이다.
한편, 지난 2월 FARC과의 협상을 통해 인질 6명을 석방시키는 성공을 거두면서 '평화협정'을 추진해왔던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입지는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 차베스 대통령은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석방이 이뤄졌다"며 기쁨을 표하긴 했지만, 표정이 밝지 않다.
베네수엘라 국영 TV는 베탕쿠르가 세계적 명성을 활용해 차베스 대통령의 좌파 운동을 희생시키고 우리베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려고 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6월 차베스 대통령은 다른 국가지도자들이 폭넓은 협상단을 만들어 콜롬비아 정부가 평화협정을 이행하고, 인질을 석방하자는 제안을 내 놓은 바 있다. 2일 작전이 성공하기 전까지도 차베스 대통령은 FARC에 억류되어 있는 인질들을 석방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 중에 있었다.
차베스 대통령의 중재로 지난 2월 인질 석방이 성공적으로 끝난 이후, FARC는 평화협정을 체결하기 전까지는 어떤 인질들의 석방도 없을 것이라고 확언해 왔다. 콜롬비아 정부와 FARC의 관계가 결정적으로 경색 국면으로 돌아선 것은 콜롬비아 정부군이 에콰도르 국경을 불법적으로 넘는 군사작전으로 라울 레예스 부사령관을 비롯한 20명의 부대원들이 사망한 이후다. 그러나 차베스 대통령은 대화를 통한 해결을 계속 강조하며, 인질 석방을 중재해왔다.
베탕쿠르는 차베스 대통령과 라파엘 코레아 대통령이 콜롬비아의 평화 프로세스에 개입한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면서도 "콜롬비아 민주주의를 존중"하는 가운데 이뤄져야 한다고 말해 묘한 여운을 남겼다. 그녀는 "콜롬비아인들은 우리베를 선출한 것이지, 콜롬비아 무장혁명군을 선출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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