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산의 치명적 위험성, 기업 편의보다 시민 안전을

[기고] 낙동강 페놀 사건 이후 가장 큰 국가적 재난

  불산 누출 사고가 일어난 (주)휴브글로벌 공장

구미4공단 및 인근 지역을 강타한 불화수소산(Hydrofluoric Acid: 이하 불산)에 관하여 알아보자.

불산은 산업용 원자재로 스테인리스강, 철강, 알루미늄, 철제마감, 유기산 혹은 무기산 제제 가공, 원유 정재, 미네랄 가공, 유리 가공, 전자기구 제조 등에 사용되나, 위험성으로 인해 가공 과정에서만 이용되지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생산품에 사용되지는 않는다. 불산이 다른 화학원료로 쓰이는 산에 비해 위험한 것은 자연상태에서 중화가 잘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불산이 피부에 접촉되면 피하나 근막까지 침범하는 경우가 잦은 것도 이런 특성 때문이다. 불산이 용액의 형태든, 흄의 형태든, 증기의 형태든 직접적으로 피부에 닿을 경우, 고통스럽고 심각한 화상을 일으키며,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으면 그 통증이 매우 오래 가며 침투과정이 지속된다.

따라서 불산 노출에 의한 화상범위가 아무리 적더라도 적절한 치료가 되지 않으면 치명적인 손상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한 방울만 닿아도 뼈까지 녹인다는 종류의 이야기는 명백한 유언비어지만, 고농축된 불산이 손에 닿은 것을 모르고 계속 작업을 하다가 뼈까지 침범한 국내 사례에 비추어 보아 그 위험성은 결코 간과될 수 없다.

불산에 의한 화상의 첫 반응은 발적, 부종, 물집이다. 따라서 불산 노출 지역에서 이와 같은 증상을 보이는 이들은 즉각 인근 직업환경의학과로 가서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적절한 치료가 없을 때는 영구적 장애부터 사망까지 이를 수 있지만, 초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은 경우 예후는 좋은 편이다. 불산에 의한 화상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속한 치료’이고 치료의 목적은 통증 경감에 있다.

또한 불산에 의한 화상이 몸의 1/3에서 반 정도를 덮을 경우 전신에 독성 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 주로 저칼슘혈증이라는 전해질 불균형이 초래된다. 주로 신경근골격계에 이상이 생기므로 피부접촉 면적이 넓은 경우 즉시 입원 치료를 받아야 한다.

불산을 호흡기로 흡입할 경우 급성 증상으로 기침, 컥컥거림, 흉부 압박감, 오한, 발열 등의 비특이적인 증상을 초기에 보인다. 기관지 경련이나 기관지 부종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으며 특히 폐부종이 중요한데, 이것이 불산으로 인한 사망 원인 중 가장 많기 때문이다. 즉, 급성 증상이 나타나면 폐부종으로 갈 수 있는 확률이 상존하므로 반드시 작은 증상이라도 호흡기계 평가를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

불산에 의한 만성적인 독성은 아직까지 알려진 것이 거의 없다. 만성적으로 폭로된 노동자들 중 일부의 뼈에 불소가 침착되는 경우가 있고, 피부나 치아 변색이 되는 경우가 있으나 심각한 독작용을 보이는 것은 아직까지는 발견되지 않았다. 불소의 발암성에 대해서도 많은 연구들이 진행되었지만, 지금까지 공인된 기관에서 발표된 모든 리스트에는 불소는 발암물질로 등재되지 않았다. 다만 동물실험에서 암컷의 경우 불임을 유발하는 경우가 있었고, 일부 동물에서 수컷에까지 불임을 유발하기도 했다.

  구미 4공단 인근의 산동면 봉산리 마을 일대. 불산 유출이 일어나자 인근 농작물은 모두 고사상태다.

구미지역 의료전문가에 따르면 1000명이 넘는 시민과 노동자가 불산 관련 증상을 호소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증가추세에 있다고 한다. 여전히 집과 공장에는 자극성 악취가 나며 누출된 현장 근처로 가면 원래 있던 증상이 악화되는 경향을 보인다고 한다. 즉, 불산에 노출된 사람들은 저농도로 떨어져도 과민 반응을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 잔존하는 불산이 어느 정도로 퍼졌는가도 매우 중요한 평가요소가 된다.

화학물질의 누출에 의한 피해로는 낙동강 페놀 사건 이후 가장 많은 수의 피해자가 발생했고, 페놀 사건 때와 다르게 급성 폭로로 사망자가 수 명이 발생한 사건임에도 우리의 관심은 너무 급격히 식어버리고 있다. 사실 이런 규모의 사건은 국가적 규모의 재난이라고 보고 지속적으로 피해자 조사를 해야 한다.

나아가 사고의 원인이 된 부분을 면밀히 살펴보아야 한다. 위험 화공약품 사용 시 미국과 한국 모두 유해물질 배출량 조사와 처리 조사를 하는 데 그 기준이 미국의 경우 연간 45kg 이상 사용 시이며 우리나라는 연간 10톤 사용 시이다. 결국 기업체와 행정집단에만 편의적인 사고, 시민의 안전보다 기업과 정부의 편의를 상위에 두는 것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으며 재난 관리에 있어서 여전히 개선되지 않는 문제점이 상존한다는 것을 이 사건이 증명하고 있다.

간단히 말해서 강남역 6번 출구에 염산이나 황산이 최소 5톤에서 최대 20톤이 폭파해 액체로, 기포로, 화염으로, 증기로 반경 수 킬로미터까지 퍼졌다고 상상해보라.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의 지옥도가 펼쳐질 것이다. 이 지점에서 대한민국 외곽의 공단과 농업 지대에서 발생했기에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우는 범하지 않기를.

울리히 벡은 ‘빈곤은 계급적이나, 스모그는 민주적’이라며 <위험사회론>을 주창했으나 일본의 쓰나미로 인한 원자력발전소 붕괴와, 구미의 불산 누출과 같은 사례의 경우에서 보듯, 다수 시민들의 편의를 위해 감수하는 위험은 사회의 가장 아래 계층이 감당하고 있음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 민주사회의 구성원이라는 자격은 생득적이지만 그것을 유지하는 것은 자연적이지 않다. 이런 문제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역사를 통해 이룩된 공든 탑을 유지하는 절대최소량의 동력이다.

참고문헌
1. Recommended Medical Treatment for Hydrofluric Acid Exposure - Honeywell ( http://www.colorado.edu/ehs/pdf/HWMedHFExpo.pdf )
2. 화학물질에 의한 근로자 건강장해예방 연구용역사업 중 <불화수소> 부문, 노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