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평등으로
탄핵 심리 100일을 넘도록 파면 소식을 듣지 못한 우리의 불안은 탄핵이 기각될 가능성에 있지 않다. 결정이 늦어지는 동안 극우세력의 궤변과 억지가 더욱 확산되기 때문이다. 헌법재판관 중 ‘윤석열 방어권’을 주장하며 인권을 권력자에 제물로 바친 국가인권위원장과 같은 자가 있다면 더 심각한 문제다.
계엄은 해프닝도 아니었고 국민의힘만 벌인 일도 아니었다. 곳곳에서 존엄과 평등을 부정해온 세력이 민주주의를 형해화한 결과 ‘헌정수호’가 아닌 ‘국헌문란’을 감행하는 대통령이 등장할 수 있었다. 계엄은 다시 극우세력이 대거 결집해 민주공화국의 근간을 흔드는 계기가 됐다. 따라서 윤석열 퇴진 투쟁은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이 모든 세력에 맞서는 투쟁이다.
윤석열 파면은 대통령직 회수에 그치지 않는다. 무너진 민주주의를 다시 세우는 출발선을 약속하는 선언이어야 한다. 광장에서 쏟아져나온 존엄과 평등의 목소리로 윤석열을 파면시키자. 타인의 존재와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극우와 단절할 힘을 키우는 것이 윤석열 파면을 앞당길 가장 강력한 힘이다.
윤석열들 없는 나라
2023년 10월 7일, 이스라엘이 미국과 함께 전례 없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집단학살을 시작한 뒤 한국은 전쟁범죄를 규탄하기는커녕 무기 교류를 지속하고 국제기구에서 이스라엘을 위해 표결권을 행사하며 직간접적으로 집단학살을 도왔다. 네타냐후 총리는 또 다른 윤석열이며,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집단학살은 윤석열과도 연결돼 있다.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은 국제사법재판소의 결정과 유엔 총회 결의안에 따라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불법 점령을 2025년 9월까지 종식하도록 제재할 의무가 있다. 한국 정부는 야만적인 이스라엘과 군사·경제·외교적 관계를 끝내야 한다. ① 이스라엘에 포괄적 무기 금수 조치를 취하고, ② 국제형사재판소에서 체포 영장을 발부한 네타냐후 총리 등 전쟁범죄자 처벌에 일조해야 하며, ③ 한국-이스라엘 FTA를 파기해야 한다. 또, ④ 한국석유공사와 HD현대 등 한국 기업이 이스라엘의 불법 점령을 통해 이윤을 거두지 못하도록 제재하고, ⑤ 이스라엘 대사를 추방해야 한다.
뎡야핑 | 팔레스타인평화연대
차별금지법 있는 나라
3월 17일 시민사회, 종교계, 정치권 등 8,000여 명이 광화문 광장에 모여 긴급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시국선언문에는 10일 비상행동과 야6당이 발표한 시국선언과 마찬가지로 ‘차별과 혐오 정치를 배격’할 것을 선언했다. 구조적 성차별을 부정하고 차별을 개인적 문제로 본 윤석열은 구속 취소 후에도 자신의 지지자만을 ‘국민’으로 호칭하며 혐오 정치를 이어가고 있다. 윤석열을 지지하며 내란에 동조하는 극우세력들은 여성, 성소수자, 이주민에 대한 혐오를 확산시키면서 세를 확장하고 있다. 극우의 준동을 막고 새로운 사회를 바라며 광장에 모인 시민의 열망을 실현하기 위해, 우리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요구한다. 모두의 평등과 다양성이 존중될 때 진정한 민주사회는 가능하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차별받는 이들이 의지할 수 있는 수단이자 국가의 평등 실현을 요구하는 법이면서, 극우폭동에 맞서 새로운 민주주의를 만드는 법이다. 윤석열 없는 나라는, 차별금지법 있는 나라여야 한다.
박한희 |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극우리포트 : 성소수자혐오부터 내란옹호까지> 지난 1.19 서부지법 사태 이후 '극우'에 대한 다양한 분석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과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한국의 극우가 성소수자 등 소수자에 대한 혐오를 통해 성장했고, 끝내는 내란옹호 세력이 되었다는 점을 드러내는 보고서를 작성했고, 이를 최초로 공개합니다.
♦ [극우리포트 : 성소수자혐오부터 내란옹호까지.pdf]
노동이 존엄한 나라
광화문 앞에 100만의 시민들이 모인 지난 토요일, 경복궁에서 1.2킬로미터 떨어진 한화빌딩 앞 30미터 CCTV 철탑 위에 한 노동자가 올랐다.
노동자들의 요구는 명료하다. 사측이 노동자와의 약속을 지키라는 것이다. 하청노동자들에 대해 차별하지 말라는 것이다. 죽음의 현장을 삶의 현장으로 바꾸란 것이다. 노동조합을 인정하고 교섭에 나서라는 것이다.
지난 3월 17일, 한화오션이 2조3200억 원 수준의 수주를 땄다는 뉴스가 경제면을 장식했다. “친환경”, “차별화된 생산능력”, “잭팟”이라는 말들이 허공을 맴돈다. 하지만 그것이 어떻게 가능했단 말인가. 하청노동자들의 노동이 없었다면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다. ‘잭팟’ 뒤에 죽은 하청노동자들의 피눈물, “이대로 살 순 없지 않습니까!”라는 절규가 가려져 있다.
‘윤석열 퇴진’이 울려 퍼진 광장의 요구는 ‘민주주의’와 ‘평등’이었다. 민주주의는 멀리 있지 않다. 하청노동자들이 자기 일터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원청과 교섭할 권리가 민주주의다. 노동자들이 죽지 않고 일할 수 있는 권리, 사람답게 일할 수 있는 것이 민주주의다.
세상을바꾸는네트워크
기후정의 당연한 나라
기후위기로 과감히 온실가스를 감축해야 할 시기, 윤석열은 도박과 같은 대왕고래 프로젝트로 산유국의 허망한 꿈을 지폈다. 기후위기 해결을 명분으로 핵발전 확대를 추진했고, 여기에 민주당도 동참하기 시작했다. 한때 탈핵정부로 불렸던 역사는 숨기기 바쁘고,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보조를 맞춘다. 이미 부자 감세에도 한 목소리를 냈으며, 대기업 반도체산업의 특혜와 에너지 민영화 추진에도 마찬가지였다. 문재인 정부 때의 가덕도 신공항특별법 협력에서부터 이들은 기후위기 해결과 정반대로 달리기를 함께 해왔다. 그리고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2인3각 달리기이기도 했다. 윤석열의 탄핵과 민주당의 집권이 기후위기와 기후부정의 해결에 나은 조건이 될 수 있을지 심각하게 회의하는 이유다. 윤석열이 탄핵되더라도 기후부정의가 여전한 나라일 가능성이 높다. 탄핵을 기다리면서도, 석탄발전 노동자들과 기후정의운동이 공공재생에너지를 요구하며 싸움을 준비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한재각 | 기후정의동맹
가자, 평등으로!
불평등이 혐오와 차별의 배경이 되고 다시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세상을 바꾸자. 부자들만 살기 좋은 나라 대신 부자 되지 않아도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들자. 우리가 광장에서 배우고 익힌 평등의 감각이 사회 전체에 뿌리내릴 때 다시는 12.3 계엄 사태와 같은 일을 겪지 않을 수 있다. 윤석열 파면, 평등의 힘으로 쟁취하자. 그리고 연대하자.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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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윤석열 퇴진! 세상을 바꾸는 네트워크’가 발행하는 <평등으로>에 실린 글이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윤석열 퇴진! 세상을 바꾸는 네트워크’는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차별금지법 제정연대, 체제전환운동 조직위원회, 기후정의동맹 등 사회운동 연대체와 그에 소속된 다양한 단체 및 개인, 노동당·녹색당·정의당 등 진보정당들,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와 노동해방을 위한 좌파활동가 전국결집, 새로운노동자정치 추진모임, 평등의길 등 노동운동단체들이 함께 하는 네트워크입니다. 『평등으로』는 ‘네트워크’가 만들고 전국 각지에 배포하는 주간 신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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